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가 말하는 '내 몸을 살리는 운동'

서울문화사 2024. 10.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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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의사는 십중팔구 이렇게 말한다. “골고루 먹고 운동하세요.” 그래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게 운동이다. 재활 치료와 운동 처방 명의로 손꼽히는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만나 ‘내 몸을 살리는 운동’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봤다.

<사례 1> 50세 남성 A씨는 8개월 전 느닷없이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돼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뇌경색이었다. 병원에 가서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술 치료를 받고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팔다리 마비가 회복되지 않아 병원에서 한 달간 재활 치료를 했다. 퇴원 후에도 통원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관절 운동을 통해 유연성을 기르고, 매일 두 차례 30분 이상 산책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제는 다소 불편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직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사례 2> 과체중과 무릎 통증이 고민인 62세 여성 B씨는 1년간 식이요법과 산책, 아쿠아로빅,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을 꾸준히 해 체중을 10% 정도 줄였다. 체중이 감소하면서 관절에 부담을 덜 주어 무릎 통증이 상당히 호전된 상태다. 무릎 주변 근력 운동을 병행해 관절염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박윤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의 환자 치료 사례다.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증이든 경증이든 대다수 질환의 치료와 관리에서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박윤길 교수는 “뇌졸중은 반신마비 등의 장애를 일으키지만, 운동 치료를 병행하면 손상된 뇌신경 주변에 새로운 뇌신경이 생겨나 신체 기능 회복을 돕는다”며 “기능 회복은 3개월까지 특히 활발하게 진행되며 1년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질환만이 아니라 비만,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 치유에도 운동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며 “운동은 신체 능력을 유지·향상시키고 심리적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뇌졸중 재활 치료를 가장 많이 하지만 만성질환자를 위한 운동 치료에도 열심이다. 그는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 TV 프로그램에도 수차례 출연해 운동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허리나 무릎이 자주 아프다면 유연성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고,
과체중이나 고지혈증이 문제라면 유산소운동을 중점적으로 해야 해요.

나에게 맞는 운동 찾기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경제 상황도 고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 부상을 예방하고 운동량을 최대 목표치의 70%부터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등산을 하려고 한다면 처음엔 40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거죠. 고혈압, 당뇨병 등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길 권고합니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해 운동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허리나 무릎이 자주 아프다면 유연성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고, 과체중이나 고지혈증이 문제라면 유산소운동을 중점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신체 능력 외에도 취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운동을 선택해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습니다.

유산소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은 어떤 비율로 구성하나요?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6:3:1 정도로 구성하고, 근력 향상이 목적이면 5:4:1 정도로 구성하면 됩니다. 오십견이나 관절 구축이 문제라면 빠른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로 체온을 높인 후 유연성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아요.

유산소, 근력, 유연성 운동은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딱 정해진 건 없지만 유연성 운동→근력 운동→유산소운동 순이 좋아요. 아무래도 유산소운동은 땀이 많이 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가장 뒤에 하는 게 낫죠. 본운동 앞뒤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5~10분씩 반드시 해야 합니다.

지방이 일하게 만들라

20~30분 이상 운동해야 지방이 에너지로 사용돼

유산소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요?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0%로 운동을 한다면 20분 이상 지속해야 하고, 50% 정도의 저강도 운동을 한다면 40분~1시간 동안 하는 게 좋아요. 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 적합합니다. 주 3회씩 3개월 이상 지속해야 유산소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유산소운동은 20~30분 이상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운동 시작 후 에너지원은 근육 내의 포도당→혈액 내 포도당→지방 순서로 소모됩니다.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최소 20~30분이 필요합니다.

유산소운동은 어떤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특히 효과적인가요?

유산소운동을 통해 심폐 기능이 강화되고 지구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고혈압과 고지혈증, 관상동맥 질환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돼요. 당뇨와 비만 관리에도 유산소운동이 필수입니다.

근육이 피로해질 때까지 운동하라

같은 무게, 같은 횟수로 반복하면 효과 떨어져

근력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노화가 진행되면서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약화됩니다. 80대의 근육량은 20대의 절반에 불과해요. 근육량이 부족하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걷기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이 필수죠.

근력 운동이 근육을 만드는 원리가 궁금합니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섬유가 살짝 찢어져 손상을 입습니다. 근육 모세포가 이 손상된 근섬유를 수리하고 새롭게 생성, 증식하게 해 근육이 커지는 거예요. 근력 운동 후에 뻐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근육이 손상됐기 때문이에요.

근육이 피로해질 때까지 근력 운동을 해야 효과가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근육 피로는 해당 동작을 더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껴지는데, 이 정도까지 근력 운동을 해야 근섬유가 커지고 근력이 향상됩니다. 맨날 같은 무게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면 효과가 별로 없어요. 근육을 피로하게 하려면 운동 기구의 중량이나 반복 횟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죠. 단기간에 근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중량 증가가 효과적이에요.

어떤 근육이 특히 중요하며, 어떻게 강화할 수 있나요?

몸통 근육, 다리근육 같은 큰 근육 위주로 운동하라고 권합니다. 이런 근육들은 자세와 보행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몸통 근육은 코어 근육 운동으로 강화할 수 있어요. 척추의 심부 근육들은 크기는 작지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짐 볼이나 쿠션에 앉아 조금씩 자세를 바꾸면서 운동하면 척추 심부 근육이 효과적으로 발달해요. 하체 운동으로는 스쿼트와 런지가 대표적이며, 계단 오르기도 좋은 운동이에요.

근력 운동이 어떤 원리로 당뇨병, 골다공증 등을 개선합니까?

근육은 포도당을 많이 사용하는데, 당뇨병 환자가 근력 운동을 해서 근육이 커지면 포도당 사용이 더 활발해집니다. 그러면 포도당이 혈액 속에 남아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또한 뼈는 압력과 자극을 받아야 골세포가 활성화돼 골밀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해서 근육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력이 떨어지고 지방이 많아
근육 생성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근육을 키우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근력 운동 후 48시간 쉬어야 하는 이유

근육 손상 회복, 근육세포 증식하는 데 시간이 필요

근육이 암, 치매 등 거의 모든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들은 과장된 건가요?

근력 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지만, 이것이 질병과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근육은 우리 신체 활동의 기본 산물이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대사 질환, 혈관성 치매, 뇌졸중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근력 운동은 어떤 강도로 1회 얼마 동안, 주 몇 회를 하나요?

주요 근육별로 근육 피로가 올 때까지 주 2~3회 하는 것이 좋아요. 처음엔 1세트에 12회를 반복할 수 있는 중량으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8~10회 반복 가능한 중량으로 점차 증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력 운동은 48시간을 쉬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근력 운동 후에는 조직에 약간의 손상이 있어서 단백질이 합성돼 손상이 회복되고 근육세포가 증식하려면 48시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하체 운동을 하고, 내일은 상체 운동을 하는 식으로 근육별로 번갈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녀의 근력 운동 방법은 서로 다른가요?

기본적인 방법은 다를 게 없지만 근육 생성은 성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여성은 남성보다 근력이 떨어지고 지방이 많아 근육 생성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근육을 키우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유연성 운동은 천천히 부드럽게

반동을 주거나 갑작스러운 동작을 하는 것은 금물

유연성 운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춘기 이후 점차 유연성이 감소하면서 관절 운동 범위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운동 능력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성도 커져요. 특히 노년기에는 관절 주변 조직이 변화해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연성 운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떤 유연성 운동이 효과적인가요?

천천히 부드럽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동을 이용하면 관절과 주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하고, 관절을 빨리 접었다가 10~15초 동안 천천히 펴야 합니다. 세트당 10~15회 시행하며 3세트를 반복하는 것이 적당해요. 체온을 올리거나 관절 주변을 따뜻하게 한 후에 운동하면 조직의 유연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합니다.

운동할 때 여성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까?

여성이 특별히 주의할 것은 없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안전하게 하는 것이 좋아요. 운동기구를 이용한다면 덤벨이나 바벨보다 안전장치가 부착된 기구나 탄력 밴드를 이용하라고 권유합니다.

폐경 전과 후의 운동 종류와 요령에 차이가 있을까요?

폐경 후에는 골다공증이 쉽게 올 수 있기 때문에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 충격이 강하거나 낙상 위험이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운동이 중요한 이유

근골격에 모인 혈액을 뇌, 심장으로 돌려보내

일상 활동을 통해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운동 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면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으로 유산소운동을 하세요. 운동기구 없이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도 가능합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운동을 시작한 후 처음 5분 동안이 힘든 이유는 말초 혈관이 확장돼 있지 않고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이때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면 심장과 혈관, 관절에 부담이 옵니다. 따라서 5~10분 동안 걷거나 가볍게 뛰는 정도의 준비운동이 반드시 필요해요. 정리운동은 본운동을 하는 동안 골격근에 몰려 있던 혈액을 심장과 뇌로 다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운동은 점점 강도를 낮추는 건데 가벼운 운동을 했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격렬한 운동을 했다면 꼭 해야 합니다.

운동을 지속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운동은 습관입니다. 운동을 최소 3개월 이상 반복하면 습관화할 수 있어요. 지속하기 어렵다면 관심이 많거나 취미와 연결된 분야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아요. 처음에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친구와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운동의 원칙을 정리해주세요.

첫째, 과부하 원칙입니다. 일정 강도에 적응되면 강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야 운동 능력이 향상됩니다. 둘째, 가역성입니다. 운동을 하다가 중단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셋째, 특이성입니다. 목적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넷째, 개별성입니다. 개인별 다른 신체적 특성과 환경, 나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질병에 따라 어떤 운동을 주의해야 하나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이 있다면 골프와 볼링은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관절염이 있다면 뛰거나 충격이 오는 운동은 피해야 하죠. 가파르지 않고 평탄한 등산로는 관절염이나 요통 환자에게도 무리가 없지만, 바위산 같은 곳은 좋지 않습니다. 고혈압이나 녹내장 환자는 무거운 것을 들지 않도록 하고, 당뇨병이 있다면 무리한 등산과 공복 시 운동을 주의해야 합니다.

박윤길 교수의 ‘내 몸을 살리는 운동 10’

1 나에게 맞는 운동 찾기

2 유연성 운동, 근력 운동, 유산소운동 순서가 바람직

3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반드시 할 것

4 유산소운동은 20~30분 이상 할 것

5 근육이 피로해질 때까지 근력 운동을 해야 효과적

6 근력 운동 후에는 48시간 쉬기

7 여성은 급하게 근육 키우려고 하지 말 것

8 유연성 운동을 하면 부상 위험 감소

9 폐경 후에는 골절 위험이 있는 운동은 피할 것

10 운동을 최소 3개월 이상 지속해 습관화하기

에디터 :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 사진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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