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기운을 받은 특별한 식물 4가지

올해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에요. 동양에서는 용이 비를 부르는 상서로운 동물로 생각했는데요, 갑진년 첫 글을 맞아 용이 들어가는 식물을 소개하려 해요.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식물들이 용의 생김새나 특징을 보고 이름을 붙였어요. 우리나라 자생 식물도 있고, 외국 원산의 식물도 있답니다. 그중에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 식물 네 종류를 선정했으니, 용의 생김새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식물을 알아보아요!
용의 머리, 꼬리, 비늘 등의 기운을 받은 식물을 찾아보아요

정원에 심긴 용설란

1. 용설란

용설란은 용의 혀처럼 생긴 잎이 자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용설란은 ‘agave’ 속 식물인데, 그래서 이 속명을 이름처럼 부르기도 해서 스페인식 발음으로 ‘아가베’라고 부르기도 하죠. 용설란은 생김새만으로는 알로에랑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두 식물은 관계가 전혀 없는 식물이에요. 알로에는 아프리카가 고향이고, 잎을 자르면 진정 효과가 있는 젤 성분으로 가득한데,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용설란은 딱딱한 섬유질만 있을 뿐이에요. 남미 아즈텍 문명에서는 용설란의 섬유질로는 끈이나 천을 만들었고, 수액으로 풀케라는 술을 만들었다고 해요.

©Sean Michael Ragan 용설란 섬유로 만든 끈

하지만 오늘날 용설란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데낄라’를 만들 수 있는 식물이라는 점이에요. 용설란 중에서도 블루 아가베나 데낄라 용설란을 재료로 만든다고 해요. 데낄라를 만들 수 있는 용설란은 4-5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데낄라의 수요에 비해 용설란의 수가 적어서 가격이 폭등하기도 한다고 해요. 건조한 정원에서도 수려한 생김새로 아가베 속의 식물을 많이 심기 때문에, 정원에서 알로에 같은 식물을 만난다면 용설란인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블루 아가베로 만든 데낄라

달빛선인장속의 용과

2. 용과 (dragon fruit)

용과는 남아메리카 멕시코의 과일로 달빛선인장속의 식물이자 과일의 이름이에요. 생김새가 강렬해서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열매일거에요. 이 과일이 용과인 이유는 선인장 같은 생김새의 줄기가 덩굴처럼 축 쳐진 상태에서 분홍색 열매가 달리는데, 이 모습이 마치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용과는 특이하게 달빛선인장속이라는 이름답게 꽃이 밤에 피어요. 그래서 나방, 박쥐 같은 야행성 동물들이 수정을 해준다고 해요.

우리가 잘 아는 용과는 분홍빛 껍질 속에 흰색, 자주색 과육이 있는 종류가 있는데요, 까만 씨앗이 과육 안에 골고루 박혀 있는데, 맛은 다른 열대과일에 비해서 달지는 않다고 해요. 하지만 이 독특한 핑크색 과육을 활용해서 사랑받는 과일이기도 해요. 스타벅스에는 보기 드문 핑크색 음료를 만들거나, 2022년에 해외에서 유행했던 ‘pink sause’는 용과를 주 재료로 만들었고요.

그래도 달지 않아서 아쉬운 단원님은 노란색 껍질을 지닌 황색종 용과는 앞선 용과보다 당도가 훨씬 높다고 해요. 노란 용과를 마주친다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덧) 용과를 잘라보며, 식물의 구조를 파헤치는 재밌는 영상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3. 용담

용담은 한자 이름으로, 쓸개 담(膽)을 써서 용의 쓸개라는 뜻을 지녔어요. 상상의 동물인 용의 쓸개에서 나올 정도로 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데요. 용담은 잎과 뿌리를 식용하는데, 뿌리를 말린 부분이 매우 쓰다고 해요. 동의보감에서는 용담을 풀 초(草)를 덧붙여서 초용담이라고 불렀고, 용담은 보라색 꽃이 아름다워서 정원에서도 심는 원예 식물이기도 해요. 용담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기도 하고, 가까운 친척뻘 식물이 유럽에도 서식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용담을 이용한 술을 식전주로 사용한다고도 해요.

©️ 국립생태원

용담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는, 용담이 벌을 가둬버리는 무서운? 식물이라는 거예요. 용담은 저녁이 되어 온도가 떨어지면 꽃봉오리를 닿는데, 이때 좀뒤영벌이 용담꽃 안으로 들어가서 밤을 보낸다고 해요. 그렇게 꽃 속에 자발적으로 갇힌 좀뒤영벌은 그다음 날 꽃이 피면 탈출할 수 있는데, 온몸에 용담 꽃가루가 붙은 채 돌아다니게 되죠. 용담 여관의 숙박비용인 셈이죠.


4. 용혈수

용혈수는 용의 피를 연상케 하는 수액이 나온다고 해서, 용혈수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이 수액은 소독과 지혈 효과가 있어서 용혈수가 자라는 곳의 주민들은 수백년 전 전부터 용혈수를 애용했다고 해요. 용설수의 피 같은 수액 결정을 가져다가 가루로 만들어서 섞어 썼다고 해요. 이집트에서는 미라의 방부 과정에 용혈수를 썼다고 하고요. 현재도 용혈수의 효능은 인정받아서 화장품이나 의약품으로 쓰인다고 해요.

용혈수는 피와 관련된 전설이 많은데요, 인도에 있는 용혈수는 브라흐마 신과 시바 신이 용과 코끼리의 모습으로 싸웠는데, 이들의 피가 나무가 되었다라는 신화나 아랍 문화권에서는 다르사와 삼하 형제가 서로 싸워 죽은 곳에서 자랐다는 오싹한 이야기도 있어요. 용혈수가 속한 드라세나 속은 다양한 식물이 있어서, 일부 식물은 실내 식물로도 많이 키운답니다.

지금까지 4가지 식물을 알아봤는데, 어떠셨나요? 오늘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밖에도 용수염풀, 용머리, 용가시나무, 용꼬리야자나무, 용비늘고사리 등 용의 신체 부위나 자람새에 영감을 받아 붙여진 이름의 식물이 많았어요. (여담으로 용수철도 용의 수염 같은 철사라는 뜻이라고 해요) 다음 시간에는 더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