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사랑이 지나가면’·아이유가 왜…이재명 공판에 등장한 이유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과 이 대표 쪽은 이날 재판 내내 강도높은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대통령 선거 당선을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매우 무거운 사안”이라며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지난 2022년 9월 기소 후 2년 만이다. 검찰은 “범행의 중대성, 죄질, 범행 결과, 동종 전과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대장동 개발 실무자)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용도 변경을 요청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대장동 관련 의혹 연관성을 부인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최종 의견 진술에서 “이 사건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언론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과 피고인의 관련성을 연일 보도하고 유동규·김만배·남욱 등이 대장동 사업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자 비리의 실체가 무엇이고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대장동 사업에서) 피고인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책임을 회피하고, 대선 당선을 위해 전국민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한 사건”이라며 “(대선에서) 피고인과 상대후보자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이었고, 대선 결과 1·2위 표차가 겨우 0.7%포인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거짓말이 유권자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프레젠테이션(PPT) 화면을 띄우고 갖가지 사례를 들며 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함께 친 적이 없었다’며 ‘행위’와 관련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 쪽은 단순히 ‘모른다’는 답변이었을 뿐 특정 행위를 부인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통해 반박했다. 이날 검찰은 이 대표 쪽 의견서를 재반박하며 가수 아이유(IU)를 언급했다.
“피고인 쪽이 제출한 의견서에서, ‘너 아이유 알아?’라는 질문에 ‘아니, 몰라’라고 답한 경우는 현재 인식 상태에 관한 것일 뿐 경험적 사실(행위)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중략) 피고인은 당시 세미나·출장·골프(를 김 처장과 같이 했냐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를 부인하기 위해 피고인은 ‘하위 직원이라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피고인의 발언은 행위와 관련된 발언입니다.”
‘김 전 처장과 잘 어울려 놀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건 ‘김 전 처장과의 교유(서로 사귀어 놀다)가 없었다’는 뜻으로, 이 대표의 발언은 특정 행위에 대한 답변이었다는 주장이었다.
검사는 김 전 처장 관련 허위 발언에 대한 의견 진술을 마칠 때는 가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검사는 “화자에게 깊은 상처가 되는, 그래서 모르기로 한 현재 심경을 표현한 노래다. 이 노랫말이 피고인의 입장과 같아 보인다.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는 발언 당시 피고인에게는 깊은 상처, 불리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피고인은 김 전 처장과 많이 교유했고 당연히 이를 다 알았음에도 ‘모른다’ ‘교유행위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로 했던 것이다. 결국 피고인은 당선을 위해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했고 방송에 출연해 거짓말을 한 게 명백하다”고 했다.
검찰은 다른 선거사범과의 형평성을 위해 이 대표에게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때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사례를 꺼내들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후보자 본인이 유명 정치인과 약혼했다고 거짓말한 사안에서 법원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20대 대선에서 후보자 본인이 유명 기업인 양아들이라고 거짓말한 사안에서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의 사건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방송을 통해 직접 전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한 것으로, 앞에서 설명한 사안보다 훨씬 불법성이 무거운 사안입니다.”
허 명예대표는 2022년 제20대 대선 후보로 티브이(TV) 방송 연설에 출연해 “나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역이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돼 2034년 4월까지 선거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한 말 자체가 객관적 문제면 처벌하면 되는데 해석과 의견을 덧붙였다. 대선이 끝나고 (검찰 태도가) 180도 바뀌어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의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을 짜깁기해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백현동 관련 허위발언 혐의에 대해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때문에 성남시가 부지 용도변경을 했다)이라고 과하게 표현했지만, 국토부에서 성남시를 압박한 것은 실제 사실이다. 2014년 이후 국토부 공문 중에서 성남시에 ‘용도 변경 해줘라’라고 특정해서 낸 공문은 (검찰이 낸 재판에 낸 증거에서) 다 빠졌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검사는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정적이라고 해서 권력을 남용해서 증거를 숨기고, 조작하고, 이렇게 해서 없는 사건 만들어서 감옥 보내고 정치적으로 죽이고, 국민 선택권을 빼앗고 그렇게 하는 게 맞냐”고 되물었다. 검찰 구형대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고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15일에 열린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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