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으로 꼽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다른 영화의 이름이 호명됐고, 그 제작진이 무대에서 수상 소감까지 마친 뒤에야 정정된 사건입니다. 그날 진짜 주인공이 된 작품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세 시기를 따라간다
작품은 2016년작 '문라이트'입니다. 영화는 한 인물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성인기를 세 개의 장으로 나눠 보여줍니다. 같은 사람을 세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하고, 장이 바뀔 때마다 이름도 얼굴도 달라집니다. 주변의 시선과 환경에 눌려 자기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갖지 못했던 사람이,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자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대사가 적고 여백이 많은 대신, 바다와 달빛 같은 이미지가 감정을 대신합니다.

세계 영화상 137관왕
개봉 전부터 평단의 반응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세계 각국의 영화상에서 137개의 트로피를 가져갔고,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큰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도, 유명 스타가 전면에 나선 영화도 아니었지만 시상식 시즌 내내 이름이 불렸습니다. 배급사 역시 이 작품을 계기로 독립영화 명가라는 평가를 굳히게 됩니다.

작품상 번복 해프닝
그리고 2017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작품상 시상자가 봉투를 열고 다른 영화의 제목을 읽었고, 그 팀이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밝히는 도중에야 잘못된 봉투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의 수상은 그해 시상식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순간이 됐습니다.

작품상 포함 3개 부문 수상
이 작품은 그날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까지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연출을 맡은 배리 젠킨스 감독은 이 영화로 단숨에 주목받는 이름이 됐고, 제작에는 배우 브래드 피트가 참여했습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최고 권위의 상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그해 시상식은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따라왔습니다.

국내에서는 2월 22일에
국내 개봉은 2017년 2월 22일이었습니다. 시상식 나흘 전에 들어온 덕분에,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나 빠른 전개를 기대하고 본다면 낯설 수 있지만, 조용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오래 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제목 그대로 달빛 아래에서만 보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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