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에 갇힌 식품사] ② hy, 지울 수 없는 존재감 | 야쿠르트

국내 식품기업들이 K푸드 열풍과 내수 부진으로 일제히 해외 개척을 외치는 가운데 내수에 갇힌 기업과 제품들을 살펴봅니다.

지난 1971년 일본 야쿠르트혼샤와 기술제휴로 출시된 야쿠르트는 지난해까지 500억병이 팔리는 메가브랜드로 hy를 상징하는 제품이지만 수출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사진=프레딧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20년을 전후해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변신을 선포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여전히 식음료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쿠르트아줌마'의 명칭을 '프레시매니저'로 정하는가 하면 현재의 사명으로 간판까지 바꿔 달고 배달플랫폼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기업의 뿌리인 야쿠르트의 아성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야쿠르트 본사는 일본에 있다. 글로벌 사업은 이 본사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1971년 국내에 출시돼 지난해까지 500억병이 팔린 스테디셀러인 이 제품을 hy는 한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물론 1990년대 종균 국산화에 성공한 뒤 내놓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 자체 라인업은 이미 수출길에 올라 얘기가 다르다고 하나, 야쿠르트와 견줘 세계 무대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쿠르트를 벗어나려는 hy

지난 2021년 한국야쿠르트는 사명을 hy로 변경했다. 바뀐 CI의 모습 /사진 제공=hy

hy는 1969년 설립된 ‘삼호유업’이 모태다. 이듬해 야쿠르트혼샤로부터 유산균 기술을 전수받고 지분 38.3%를 내주는 합작 계약을 맺으며 ‘한국야쿠르트유업주식회사’가 출범했다. 현재 야쿠르트혼샤는 이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윤덕병 창업주의 외아들인 윤호중 hy 회장이 100% 보유한 팔도(40.83%)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hy 입장에서 38.3%라는 수치의 의미는 크다. 주주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사안에 본사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hy 이사회에서도 사내이사 8인 중 일본 국적의 인물 3인과 감사 1인 총 4인이 경영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hy가 기술독립을 이뤘다고 해도 글로벌 확장을 비롯한 독자노선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y그룹 차원에서 야쿠르트혼샤의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것은 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2010년대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hy는 라면·음료 및 해외사업부문을 분할해 별도법인인 팔도를 세우고, 이를 윤 회장(당시 전무) 개인회사인 삼영시스템과 합병했다. hy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던 삼영시스템은 이후 팔도로 상호를 변경하며 ‘윤호중 회장(100%)→팔도(40.83%)→hy’로 이어지는 지분고리를 완성했다. 종전 단일 최대주주였던 야쿠르트혼샤는 라면과 음료부문을 hy 고유의 영역이라고 판단해 개편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hy는 2023년 종합유통기업을 향한 ‘빅스텝’을 뗐다. 배달플랫폼 부릉(옛 메쉬코리아) 지분 66.7%를 800억원에 인수하며 식음료에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려 한 것이다. 권역별로 뻗어 있는 영업인력 1만1000여명에 부릉 배달기사 1만명을 결합한다면 소규모 라스트마일(배송 마지막 단계)부터 중형 물류까지 아우르는 배송망이 구축될 것이라는 계산이 뒷받침됐다. 2023년 말 기준 hy의 부릉 투자액은 949억원으로 전체 종속·관계기업 중 두 번째 규모다.

큰 축의 두 가지 개편이 이뤄지는 사이 사명은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인력망은 야쿠르트아줌마에서 프레시매니저로 변경되는 등 곳곳에서 ‘야쿠르트’를 떼어내는 작업이 동반됐다.

야쿠르트 대신 윌

hy의 최근 5년 실적 추이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박진화 기자

하지만 체질개선 효과는 안갯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y는 2023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274억원으로 흑자전환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기간을 넓혀보면 hy의 영업이익 규모는 2022년을 제외하곤 2017년부터 내리막이고, 당기순이익 역시 2020년부터 적자를 지속해왔다. 매출도 2005년 1조원을 돌파한 후 18년째 1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매출은 1조5191억원이었다.

hy가 정체기에 접어든 이유는 복합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발효유 경쟁 심화로 본업은 물론 2016년 자회사로 편입한 의료용 수술로봇기업 싱크서지컬, 부릉 등 계열사의 부진까지 맞물렸다. 싱크서지컬은 2023년 매출이 11억원이었으나 순손실은 693억원에 달했고, 부릉 역시 합류 첫해 10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hy는 지난해 9월 글로벌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발효유 수출을 개시했다. 야쿠르트는 수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토종발효유 제품인 윌을 내세웠다. 국내에선서는야쿠르트에 버금가는 메가브랜드인 데다 K푸드 열풍에 편승해 현지에서 국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안착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국 시장이 워낙 방대한 만큼 hy의 자체 체력을 고려했을 때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지난달 야쿠르트혼샤마저 경쟁을 못 이겨 중국 상하이 생산 공장을 철수했다는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y 관계자는 “국내 제품이 수출될 때 현지에서 네이밍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맥락에서 윌이 (야쿠르트의) 허들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3300억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제품인 만큼 hy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우선 수출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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