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왜 거기서 나와…'SM 시세조종' 사모펀드와 밀월 왜?
업계 대비 낮은 순이익률 등 원아시아 사업구조도 '주목'…검찰 수사 확대 가능성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의 'SM 주가조작' 사건에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카카오와 공모해 시세조종을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제의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투자금으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한 투자로 여겼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이 시세조종 '자금줄'이 된 셈이다.
업계에선 굴뚝기업인 고려아연이 본업과 무관한 사모펀드에 수천억원을 출자한 데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 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5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카카오(035720) 최대주주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 등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지난 13일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약 2400억원으로 SM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409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던 2월 16일 SM 발행주식 총수의 2.9%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성 매매를 실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010130)은 SM 주식을 대량 매집한 '하바나 제1호' 펀드에 주식 매수 직전일인 2월 15일 1016억원을 단독 출자했다. 고려아연은 이후 절반 가량을 회수해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해당 펀드 투자액은 496억원(지분율 99.8%)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측은 "운용사측 요청을 받고 기존 약정에 따라 자금을 투입했을 뿐"이라며 "시세조종에 연루될 수 있는 주식 매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고려아연은 이 펀드뿐만 아니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결성해 운용하는 사모펀드 8개에 출자한 금액만 5008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한다.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사모펀드 지분율은 적게는 40%부터 많게는 99.8%에 이른다. 8개 중 5개의 지분율은 90% 이상이어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사실상 고려아연의 자금만으로 펀드 운용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세계 최대의 아연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산업 발굴·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나 현대차그룹 등의 지분투자를 이끌어내 신사업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 경영진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추측만 나오고 있다.
이번 SM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돼 수면 위로 등장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이례적인 사업구조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사모펀드의 불법 행위 가담 정도 등을 확인하고 수사 확대를 검토할 전망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적극적인 투자로 2019년 설립 후 단기간 내에 펀드 운용 규모를 크게 키워왔다. 6월 말 기준 8개 펀드의 약정금액은 총 6900억원에 이르고, 운용액은 약 5600억원으로 추정된다.
통상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이다. 연기금·공제회나 금융기관 등 도움 없이도 고려아연의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상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운용수입(매출액)도 2020년 27억원, 2021년 49억원, 2022년 87억원으로 매해 급격하게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2020년 7200만원, 2021년 4500만원, 2022년 3억21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3.6%에 그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사모펀드 운용사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통상 매출액(펀드운용수입) 25~30%의 순이익을 올리는 것과 대조된다.
이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영업비용이 2020년 26억원, 2021년 46억원, 2022년 75억원으로 매출액 거의 대부분을 영업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영업비용이 법인세법에서 인정되지 않는 접대·사치성·사적 경비에 쓰인 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전이익의 71~87%를 법인세로 납부했는데 일반적으로 11~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세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순이익률은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매우 낮으며 영업비용은 과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인세율이 높은 이유는) 영업비용 대부분이 법인세법에서 인정되지 않는 경비가 아닌가 유출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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