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진 지방 세포 회복, 당뇨 개선에 효과
- 기존 GLP-1 수용체 기반 약물과는 다른 메커니즘
- 지방 세포 정상화로, 비만 치료에도 가능성 보여
비만을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닌, 질병의 한 종류로 보는 관점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과 마찬가지로, 비만 역시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대사 관련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비만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여러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2형 당뇨일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특정 약물이 본래 당뇨 치료제로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제로도 사용될 만큼 두 질환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당뇨&비만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이다. 이와 달리 비만으로 인해 생겨난 비정상 지방 세포를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당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기됐다.
지방 세포의 비정상적 성장
본래 지방 세포는 음식으로부터 전환된 포도당을 저장해두었다가 에너지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지방 세포가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즉각 공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즉, 지방 세포는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필수라 할 수 있다.
비만의 핵심 원인은 지방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에 있다. 세포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것이 순리다. 지방 세포 역시 이러한 세포의 ‘순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비만 상태가 되면 몸에서 새로운 지방 세포의 생성(Adipogenesis)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존의 세포가 사멸하지 않은 채로 계속 비대해지고, 오래된 만큼 그 기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대사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정상 수준 이상으로 커진 지방 세포는 사이토카인과 같은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여러 대사성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특히 2형 당뇨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다 분비된 염증 물질로 인해 인슐린 수용체 기능이 떨어지거나 인슐린의 신호 전달에 방해를 받으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방 세포 기능 회복으로 당뇨 치료
캘리포니아 대학 LA 캠퍼스의 연구팀은 비만 상태가 됐을 때 새로운 지방 세포를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를 탐구했다. 그 결과 비만으로 인해 ‘리보솜’이라 불리는 세포 내 소기관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으로 인한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이 원인이 돼 세포의 정상적인 역할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리보솜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지방 줄기 세포는 새로운 지방 세포로 분화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세포 분열 및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가 기존 세포에 갇히게 되고, 기존 세포가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비만과 당뇨가 유발된 쥐 모델을 준비했다. 일반 쥐에 비해 지방 세포가 4~5배 더 큰 모델이다. 비만 쥐에게 ‘로시글리타존’이라는 약물을 투여하자, 리보솜이 정상적인 기능을 되찾는 것을 발견했다. 리보솜이 제대로 작동을 시작하자 지방 줄기 세포가 분화돼 작은 지방 세포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연구를 주도한 생물학 및 생리학 조교수 클라우디오 빌라누에바 박사는 “로시글리타존을 투여했을 때 비만 상태가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2형 당뇨는 사라졌다”라며 “이는 가득 차버린 창고를 여러 개의 작은 창고로 대체한 것에 비유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은 훨씬 원활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시글리타존은 PPAR 감마(PPAR-γ)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으로 2형 당뇨 치료제로 사용된다. 익히 알려져 있는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GLP-1 수용체 기반의 약물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세포 단위에서 비만 해결 가능성
이번 연구는 2형 당뇨의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 기존에 알려진 약물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세포 단위에서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비만이 당뇨 외에도 여러 질환으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임을 감안했을 때,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리보솜의 기능이 회복되고 새로운 지방 세포가 생성될 경우, 비대해진 지방 세포의 과부하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빌라누에바 박사의 표현대로, ‘가득 찬 창고’를 작게 나누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지방 세포는 본연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면서 에너지 저장 및 대사 기능 개선에 기여한다. 빌라누에바 박사는 “약물 투여 직후 비만 상태가 개선되지는 않았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기존 치료법이 보완될 경우, 비만 치료에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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