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도로에 등장한 ‘과태료 폭탄차’
제주 도로에 일반 승용차처럼 보이는 암행순찰차가 투입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이 차만 만나면 과태료 폭탄 맞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외형은 평범한 SUV·세단인데, 내부에는 과속 측정·번호판 인식·영상 저장 기능을 갖춘 탑재형 교통단속장비가 들어 있어 주행 중 실시간 단속이 가능하다. 고정식 카메라 앞에서만 브레이크를 밟던 운전자들에게는 사실상 ‘움직이는 단속카메라’가 생긴 셈이다.

70km 제한 도로부터 본격 단속 시작
제주경찰청은 2025년 5~7월 3개월간 암행순찰차를 시범 운영한 뒤, 같은 해 8월부터 시속 70km 이상 제한 도로를 중심으로 과태료 부과를 시작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고정식 카메라 위주로 과속 단속이 이루어져, 단속 지점만 느리게 지나고 다시 속도를 올리는 ‘카메라 피하기 운전’이 만연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은 이동형 단속을 통해 이런 패턴을 끊고, 구간 전체에서 속도 준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3년간 과속 사고 80건, 사망 10명
암행순찰차 도입 배경에는 제주 지역의 과속 사고 통계가 있다. 2022~2024년 3년 동안 제주에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80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중상 이상 부상자가 89명, 사망자가 10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 대비 부상자 수가 많은 것은, 제한속도 이상 주행 시 충격 에너지가 급격히 커져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 피해까지 치명적으로 커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원·고속도로에서 이미 ‘효과 검증’
강원권에서는 암행순찰차가 이미 4년째 운영 중이다. 원주에서는 음주단속 지점을 앞두고 불법 유턴 후 도주한 차량을 2분 만에 추격해 검거한 사례가 있었고, 제한속도 80km 구간에서 시속 150km로 질주하던 차량을 적발해 범칙금 12만 원과 벌점 60점을 부과한 사례도 보고됐다. 강원경찰의 암행순찰차 단속 건수는 2022년 4,000건에서 2024년 1만5,000건으로 세 배 이상 늘어, 난폭·과속 운전 억제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는 상황이다.

“일반 차처럼 보인다”는 불만과 법적 논란
문제는 암행순찰차 외형이 일반 차량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표지가 없는 차가 뒤에서 따라오다가 갑자기 경광등을 켜고 단속하는 건 사실상 함정수사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동식 촬영 장비에 고지 의무를 부과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후, 단속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운용한 일부 지역 경찰이 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찰 “단속·촬영 사실 고지, 법적 문제 없다”
경찰은 단속 시작 시 경광등, 안내 전광판, 스피커 등으로 ‘단속 중’과 촬영 사실을 고지하고 있어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시 불빛·소리·안내판 등으로 촬영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면 단속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다만 일부 지방청에서 개정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고지 없이 운용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 지침 보완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과속·칼치기·음주·난폭 운전이 1순위 타깃”
암행순찰차는 단순히 10~20km 과속만 보는 장비가 아니다. 고속도로 후진·갓길 주행·지그재그 추월·버스전용차로 위반 등 고위험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영상으로 채증해, 사후 과태료와 벌점을 동시에 부과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음주 상태로 시속 150km 안팎으로 질주하거나, 연속 칼치기를 하는 차량은 ‘즉시 정지·검거 대상’으로 분류돼 단속 우선순위가 높다.

운전자가 기억해야 할 최소한의 요령
암행순찰차를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단속 대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제한속도 +10km 이상 상습 과속하지 않기
고속도로에서 급차선 변경·칼치기·후진·갓길 추월 금지
음주·약물 영향 상태에서 절대 운전하지 않기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암행순찰차를 마주쳐도 단속 걱정을 할 일은 거의 없다. “저 차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난폭하게 달리는 차량이 오히려 암행순찰차에 단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피할 대상”이 아니라 “사고 줄이는 안전장치”
운전자 입장에선 암행순찰차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정식 카메라로는 걸러내기 어려운 상습 과속·난폭 운전, 음주 도주 차량을 잡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제주경찰청은 향후 도심 일반도로까지 운용 범위를 넓여, “카메라 앞만 안전운전”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제한속도와 차로를 지키는 운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