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업계의 의약품 판촉영업대행사(CSO) 활용 방식이 시험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CSO 위탁계약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품목별 수수료율과 재위탁 구조가 주요 확인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품목당 수익성이 낮아지는 가운데 평균 30%대 후반으로 거론되는 CSO 수수료율까지 점검 대상에 오르면서 중견·중소 제약사의 판촉비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CSO 신고제 1년8개월, 복지부 칼끝 '수수료율'로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제약사를 대상으로 CSO 위탁계약 실태 파악에 돌입했다. 2024년 10월 CSO 신고제 시행으로 업체 등록을 제도권에 끌어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위탁계약서와 재위탁 통보서를 통해 실제 계약 구조를 들여다보는 흐름이다.
조사의 핵심은 수수료율이다. CSO 위탁계약서에는 위탁 의약품명과 품목별 수수료율 등이 담긴다. 복지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것은 단순한 업체 수 파악을 넘어, 품목별 판촉비가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고 실제 영업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되는지 확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고수수료 계약이 주요 점검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영업망이 약한 중소제약사일수록 외부 CSO 의존도가 높고 처방 유지를 위해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관행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고제 이후 CSO 등록 업체가 1만5000여곳으로 불어난 만큼 정부가 시장 규모보다 돈의 흐름을 먼저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위탁 구조도 변수로 꼽힌다. 원계약 CSO가 판촉업무를 다시 다른 업체에 넘기면 실제 영업 행위자와 비용 지급 경로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복지부가 재위탁 통보서까지 확인하는 배경에는 다단계 위탁 과정에서 지출보고서 누락이나 불법 리베이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 인하에 흔들리는 고수수료 영업 공식

CSO 수수료율 점검은 제네릭 약가 인하와 맞물려 중소제약사의 영업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기등재 약제는 오는 8월부터 조정 절차에 들어가며 약제별 등재 시점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격이 조정될 예정이다. 약가가 낮아지면 품목당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평균 30%대 후반으로 파악되는 CSO 수수료율도 품목별 손익 계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업계에서는 CSO 수수료율이 품목과 거래 조건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수수료율은 37% 안팎으로 거론되지만 처방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이나 신규 처방 확대가 필요한 품목은 50%를 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견제약사에서는 품목별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5~20%포인트(p) 올리거나 특정 만성질환 품목에는 60~70%대 수수료를 제시한 사례도 거론된다. 수수료율이 높아질수록 제약사가 가져가는 몫은 줄어드는 구조다.
이는 약가 인하 시행 이후 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제네릭 품목은 약가가 낮아지면 판촉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고율 수수료를 유지하면 판매 흐름은 이어갈 수 있지만 품목 이익률이 낮아지고 수수료율을 낮추면 기존 처방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다품목 제네릭 중심 회사가 약가 조정 이후 CSO 계약 조건 변경이나 판매 지속 여부를 다시 따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재위탁 위법 행위, 원계약 제약사 책임론 부상
CSO 수수료율 상한제는 당장 도입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의 영업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할 여지도 있어서다. 정부도 수수료율을 직접 묶기보다는 약사법상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와 위탁계약 현황 조사 등 기존 행정·법적 장치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쟁점은 재위탁 구조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다. 제약사가 CSO와 원계약을 맺고 해당 CSO가 다시 다른 업체에 판촉 업무를 맡기면 실제 영업 행위자와 비용 집행 주체가 분리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출보고서가 누락되거나 불법 리베이트가 발생할 경우 원계약 제약사에도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으로 떠오른다.
현재 제도는 CSO 신고와 교육,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통해 판촉 활동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재위탁 단계가 늘어날수록 하위 CSO의 실제 영업 행위를 제약사가 얼마나 확인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복지부가 이번 조사에서 위탁계약서와 재위탁 통보서를 함께 확인하는 것도 계약상 관리 책임과 실제 판촉 과정의 공백을 살피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수료율 상한제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한제는 오히려 제약사들이 원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태조사를 해보고 결과를 봐야겠지만, 원계약 제약사의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건 당연히 진행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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