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패밀리카와 펀카를 한 대에 담다. BMW X5 xDrive50e M Sport Pro
BMW X5는 자사의 첫 번째 SUV이자 SAV라는 장르를 창시한 모델이다. 1999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4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X5는 지난 7월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최근 불어오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췄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X5는 일반 가솔린 및 디젤 모델, 그리고 배기량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한 M 모델까지 모두 48V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특성을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BMW의 최신 전동화 기술인 5세대 eDrive 시스템이 탑재된다.
필자는 이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고성능 M의 기술력을 결합한 BMW X5 xDrive50e M Sport Pro를 타볼 수 있었다.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팩과 독립된 전기모터가 탑재된 이 차량은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이전 모델 대비 25% 증가한 29.5kWh로 늘려, 완충 시 최대 77km까지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신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결합돼 이전 모델보다 95마력이 증가한 489마력의 합산 시스템 출력을 발휘한다. 토크도 10.2kg·m 증가한 71.4kg·m에 달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4.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 조합이 조금 생소해 보이기도 한다. 친환경 그 자체인 전기모터와, M의 스포츠성을 지닌 고성능 엔진의 만남이라니. 하지만 직접 이 차를 체험해 보니 생각보다 조합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평상시엔 친환경 패밀리카로
특히 전기모터를 우선으로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적합하다. 평소처럼 출퇴근하거나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울 때,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갈 때 X5 xDrive50e M Sport Pro는 안락한 승차감과 저렴한 유지비, 매연을 내뿜지 않는 친환경적인 특성을 무기로 사용한다.
전기모터의 사용을 우선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특성상 시동을 걸어도 엔진의 소음이 없어 쾌적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한다고 해서 출력이 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출력도 꽤 넉넉하다.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2.5톤에 달하는 차체가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가며, 그 쾌적함을 고속주행 영역까지 쭉 이어 나간다.
시속 50km 내외의 속력까지만 지원하는 경쟁사의 EV 모드와 달리, 최대 시속 140km의 속력까지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덕분에 EV 모드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인 경쟁 모델과 달리 X5 xDrive50e M Sport Pro는 속도를 높여야 하는 고속도로에서도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순수 전기차처럼 급속 충전을 지원하진 않지만, 흔히 집밥이라 부르는 완속 충전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기름값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장거리 주행 없이 일상 주행에만 사용한다면 조금 과장을 보태 주유를 1년에 단 1번만 해도 괜찮을 정도다.
달리고 싶을 때는 M 퍼포먼스를 갖춘 SAV로
패밀리카로서의 상품성도 좋지만, 사람이 언제나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 가끔은 혼자 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BMW는 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친환경성만 극대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펀 드라이빙이 가능한 최신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기본적으로 이 차량은 전기모터의 힘을 우선 사용하게 돼 있어 저속 구간에서 엔진 음을 듣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해 전기모터의 개입을 최소화하면, 곧 BMW 특유의 으르렁거리는 엔진음과 진동이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타고 몸으로 올라온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묵직한 미트 감과 함께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귀에 꽂혀온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등이 시트에 밀착되며, 속도를 쏜살같이 올린다. 친환경 모델에 M을 새겼기에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는데, 엔진이 주는 느낌은 우리가 알고 있는 BMW의 감성 그대로다. 친환경 모델을 표방하는데도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구현하다니. 괜히 M 레터링을 붙인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서스펜션 세팅도 승차감이 훌륭하다. 이는 무게 배분 변화에 따라 롤을 억제해주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됐기 때문. 일상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세팅을 통해 여느 고급 SUV 못지않은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해 내며, 스포츠 주행을 할 땐 단단하게 서스펜션을 세팅해 탄탄한 주행 안정감과 탁월한 자세 제어 능력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BMW의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도 동력을 4개의 바퀴에 적절히 배분해 최적의 주행 감성을 제공한다.
BMW 베스트셀링 모델다운 디자인 요소
앞서 먼저 소개한 파워트레인의 강점에 조금 소외된 감이 있지만, 페이스리프트로 개선된 디자인과 상품성도 고객이 X5를 선택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다.
외관은 BMW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반영해 이전에도 강력하고 역동적이었던 디자인을 한층 더 강조했다. 헤드램프는 기존 모델보다 더 얇게 디자인돼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간주행등과 조화를 이뤄 더 날카로운 인상을 주며,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에는 은은한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면부 범퍼에 배치된 수직형 에어 커튼과 하단부의 공기 흡입구는 차를 스포티해 보이도록 만든다.
측면부는 SAV라 칭하는 모델답게, 정통 SUV의 실루엣에 날카로움을 더욱 강조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의 앞 범퍼에서부터 이어지는 매끄러운 캐릭터 라인과 21인치 더블 스포크 휠과 함께 전면부의 강렬한 인상을 후면부까지 전달해 준다. 후면부는 하단부에 검정 색상의 디퓨저와 듀얼 트윈팁 배기 파이프를 적용해 이 차가 고성능 주행까지 겸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실내는 세련된 BMW 특유의 실내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입혔다. 운전석 대시보드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조합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며, 하단의 버튼부는 과거 물리 버튼이 지녔던 기능을 디스플레이로 대거 옮기면서 버튼의 숫자를 최소화했다. 센터 콘솔의 컨트롤 패널도 터치 방식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지원하며, 변속 레버도 토글스위치 방식을 채택해 공간이 더 넓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BMW가 가장 신경 쓰는 모델답게 넓은 공간감도 일품이다. 시트 구성 및 디자인도 고급스러우며 1세대 모델부터 이어져 온 트렁크 개폐 방식은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췄다.
이처럼 X5 xDrive50e M Sport Pro는 X5라는 모델이 주는 헤리티지와 M 모델이 주는 퍼포먼스적인 측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는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어우러져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운전자의 성향과 상황이 부합하지 않을 경우 각각의 강점들이 빛이 바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장거리 주행을 자주 한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단점이 퇴색되고, 운전을 얌전하게 한다면 엔진의 퍼포먼스가 빛을 못 볼 수 있다. 주인을 어느 정도 가리긴 하지만, 용도와 성향이 잘 맞는다면 X5 xDrive50e M SPORT Pro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이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35×2005×1755mm
휠베이스 2975mm | 공차중량 2555kg
엔진형식 직렬 6기통 터보+전기모터, 가솔린
배기량 2998cc | 합산출력 489ps | 최대토크 71.4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4.8초
최고속력 - | 연비 9.4km/ℓ | 가격 1억362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