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하이브리드 시대…내년 2분기 시험 비행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 동시에 사용
스웨덴에서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해 동력을 생성하는 하이브리드 비행기가 선보였다. 제조사는 이 비행기를 내년 2분기에 하늘에 띄울 예정이다. 친환경 항공 교통수단 상용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스웨덴 기업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자사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여객기 ‘ES-30’ 시제기 모습을 회사 공식 자료를 통해 최근 공개했다.
ES-30 시제기 형태는 일반적인 소형 여객기다. 승객 30명이 탈 수 있다. 동체 좌우로는 사람이 양팔을 벌리듯 일자로 쭉 뻗은 길이 32m짜리 주날개가 달렸다. 주날개 전방에는 프로펠러 4개가 장착됐다.
이 기체의 특징은 프로펠러 4개를 돌리는 동력원이다. 동체에서 가까운 좌우 프로펠러 2개는 전기 모터로, 동체에서 먼 나머지 프로펠러 2개는 내연기관(터보프롭엔진)으로 돌린다. 동력원이 이원화돼 있다.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비행기다.
사실 땅을 굴러다니는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의 동력 생성은 흔한 일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팔리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하늘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배터리 성능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지면을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최소 수백㎞를 충전 없이 한 번에 이동해야 한다. 하늘에서는 충전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배터리 성능이 좋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배터리는 무게에 비해 충전량이 너무 적었다. 비행기에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최근 들어 그런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항속거리가 전기 모터만 사용했을 때 200㎞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을 함께 돌리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는 400㎞까지 늘어난다.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2030년대 후반에는 항속거리가 껑충 뛸 것으로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전망했다. 전기 모터로만 400㎞,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는 600㎞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ES-30이 상용화됐을 때 나타날 가장 큰 이점은 기후변화 완화다. 내연기관 없이 전기 모터만 사용하는 단거리 노선에 투입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제로’다.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내연기관까지 돌려도 오로지 내연기관만 사용하는 구형 항공기보다는 자연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ES-30은 프로펠러 4개 가운데 절반을 전기 모터로 돌리기 때문에 기체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줄어든다. 승객들에게 안락함을 제공하고, 공항 주변 주민들에게는 소음 피해를 덜 주게 된다.
이번에 공개된 ES-30 시제기는 앞으로 수개월간 기체 전기 충전이나 지상 활주 같은 기본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는지를 확인받는다. 하늘을 나는 시험 비행은 내년 2분기다.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시제기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양산을 염두에 둔 기체를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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