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2로 서울-부산 1000km 왕복해 보니... 모자만 쓰면 완벽

예로부터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먼 거리를 대표하는 척도였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까지 OO분만에 가는 속도’라거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OO번 왕복할 거리’라며 빗대왔다. 그래서 우리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방에 가는 전기차’라는 문구를 실현해 보고 싶었으나…. 부산 방문 목적에 다른 출장 업무도 끼어 있어 모험을 할 순 없었다. 조금 김빠지지만, <탑기어> 22번째 1000km 시승을 ‘서울-부산 1박 2일 전기차 왕복기’로 준비한 이유다.

주인공은 폴스타 2다. 이현성 에디터가 예전부터 꼭 타보라며 추천한 차였고, 무엇보다 실제 차주 사이에서 고속 주행 성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궁금했던 까닭이다. 과연 폴스타 2는 전기차의 허점이라는 장거리 여정을, 특히나 머나먼 서울-부산 왕복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 오전 10시경, 배터리 충전량 80% 상태에서 1000km 여행을 시작했다.

“기대보다 훨씬 좋은데?” 약 30분가량 달렸을 때 꺼낸 말이다. 사실 처음 차에 앉았을 땐 걱정이 앞섰다. 작은 유럽차 특유의 여유 공간 없이 꽉 끼는 느낌이 역력했고, 시트는 사무실 의자처럼 단단했다. 과거 몇몇 프랑스 차로 달린 장거리 주행의 악몽이 떠올랐으나, 막상 달려보니 달랐다. 주파수(진동 속도) 대응 댐퍼를 엮은 서스펜션이 자잘한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렀고, 꽉 끼되 높직한 차체 안에 폭 파묻힌 운전 자세는 몸에 맞는 갑옷을 두른 듯 든든했다. 옆자리에 탄 권지용 에디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가 알리 없는 운전자 만족감은 더 컸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즉각적으로, 그리고 밟은 만큼 정확히 반응하는 전기모터 특성은 당연. 폴스타 2는 회생제동 단계를 완전히 껐을 때 놀랍도록 저항 없이 굴러간다. 다른 전기차와 비교하면 가속 페달을 조금 밟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브랜드 뿌리가 베어링 제조사에서 태동한 볼보인 까닭일까? 아무튼 덕분에 대형 세단처럼 흐르듯 나아가는 감각을 마음껏 누렸다.

출발 후 두 시간이 지나 충북 제천을 지날 때 즈음,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무언가 불쾌하고 눈이 부셔 고갤 들어 보니 천장 통유리로 한낮의 태양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용 에디터에게 ‘천장 좀 닫아줘’라고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네? 이 차 햇빛가리개 없어요. 따로 사야 돼요.” 세상에나, 이렇게 큰 유리 천장을 달아놓고 덮개가 없다니…. 결국 우리 둘은 각자 좌우 양 끝에 달라붙어 천장 모서리가 드리운 그늘로 피신했다. 그가 말했다. “모자를 챙겨올 걸 그랬어요.” 참,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햇빛가리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남쪽의 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시속 100km로 느긋이 항속했고, 내리막에선 회생제동을 꺼 타력 주행을 최대한 길게 이었다. 평균전비는 쭉쭉 치솟았다. 한창 달리다 본 트립컴퓨터 평균전비는 14kWh/100km,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7.14km/kWh였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았다. 폴스타 2가 고속주행에 강하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계기판 속 예상 주행가능거리 역시 성큼성큼 늘어나 부산까지 한 번에 달릴 수 있다고 표시했다. 서울에서 배터리 잔량 80%로 출발했고, 부산까지 거리가 420km이니까, 시승차 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449km를 거뜬히 넘어선 셈이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 계기판과 달리 센터페시아 화면 속 티맵은 도착 20km 전에 배터리가 바닥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쳇, 밥 달라고 칭얼대기는. 어차피 우리도 배고팠기 때문에 경북 칠곡휴게소에서 30분 동안 셋 다 배를 채웠다. 어차피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도 있었기에 잠깐의 충전만으로 첫날 여정은 여유롭게 마쳤다.

이튿날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 출장 업무도 끝났고 배터리도 호텔에서 가득 채워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우리는 거제도를 들렀다 가는 여유를 부렸다. 부산을 빠져나오는 길은 정말 서울 못지않게 정체가 심했으나, 거제도에 다다라선 낭만적인 해안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달려보랴. 마음속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폴스타 2는 주행모드 선택 장치가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싱글모터라 기대도 안 했건만, 즉각 강력한 토크를 쏟아내며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실력도 마찬가지다. 코너 안쪽을 향해 앞바퀴를 꺾으면 가뿐히 방향을 튼 뒤 꼬리가 묵직하게 쫓아온다. 이어 조금 급하게 탈출 가속을 시작하면 뒤를 슬쩍슬쩍 바깥으로 흘리는 오버스티어로 짜릿함을 더한다.

눈치챘겠지만, 폴스타2 싱글모터는 뒷바퀴굴림이다(부분변경을 거치며 이전 앞바퀴굴림에서 바뀌었다). 안 그래도 499kg 배터리팩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이 낮은 차가 뒤쪽으로 전기모터를 옮겨 달며 앞뒤 무게배분까지 48:52로 더더욱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전기모터 출력도 끌어올려 최고출력은 300마력에 다다른 299마력이며, 최대토크는 50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2초 만에 도달하니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다.

팽팽한 서스펜션은 격한 주행에서 무게 이동을 듬직하게 버텨냈다. 다만, 그래서 거제도의 울퉁불퉁한 도로를 맞닥뜨렸을 땐 한계를 드러냈다. 팽팽한 서스펜션이 큰 요철을 만나도 충분히 눌리지 않아 이따금 소형차처럼 흔들린다. 휠베이스가 2735mm로 길쭉해 1열은 흔들림이 크지 않았으나, 뒷좌석에 놓은 가방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통영대전고속도로에 오른 뒤로는 평화를 되찾았다. 국도와 달리 고속도로에선 묵직한 2040kg 덩치가 고속으로 질주하는 힘으로 자잘한 노면 충격 따위 꿀꺽 삼켜 버린다. 첨단 운전자보조 장치도 한몫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다리 피로를, 알아서 차로 중앙을 지키는 파일럿 어시스트가 팔의 피로를, 그리고 앞쪽 차 위치만 빼고 주변을 밝히는 어댑티브 하이빔이 눈의 피로를 덜었다. 이날처럼 400km 넘는 장거리를 달릴 땐 이토록 고마운 장비가 없다.

늦은 밤 서울에 도착해 1000km 여정을 끝마쳤다. 모두 19시간 42분 동안 누적 1099km를 주행했다. 트립컴퓨터 평균전비는…. 놀라지 마시라. 13.6kWh/100km, 즉 1kWh로 7.35km를 달렸다. 시승차 복합전비 5.1km/kWh를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오래도록 <탑기어> 1000km 주행 경비 1위를 지켜온 현대 아이오닉 5까지 큰 차이로 넘어섰다. 단순 계산해 보면 78kWh 배터리로 무려 573km를 한 번에 달릴 수 있는, 그러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주파하고도 150km를 더 달릴 수 있는 효율이다.

이 페이지의 오른쪽 위, <탑기어> 1000km 주행 경비 순위가 보이는가? 순위 맨 꼭대기에 오른 차는 경비가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톨게이트 비용도 반값이다). 이런 차가 운전 감각은 상쾌하고 역동적으로 내달릴 줄까지 아니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1000km 실주행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면서도 전기차라서 감내한 불편은 단언컨대 없었다. 폴스타 2는 경제적으로 보나 주행가능거리로 보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함께하기에 훌륭한 전기차였다. 단, 모자를 쓴다는 가정하에.

글·사진 윤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