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이식 통해 ‘제2의 삶’... 가수 유열이 밝힌 ‘선물’은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3.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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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숨, 피어난 삶]
서울대병원 박샘이나·박지명 교수, 가수 유열 씨
2017년 폐섬유증 의심 소견…7년새 급격히 악화
생사 기로서 뇌사자 폐이식 받아 ‘제2의 삶’ 시작
가수 유열(오른쪽) 씨가 폐 수술을 집도한 박샘이나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하루하루가 새롭고 기적 같아요. 저 하나를 살린 게 아니라 우리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신 겁니다. 다 이름 모를 그분이 주신 선물이죠.”

가수 유열(64) 씨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폐 이식 수술 후 되찾은 일상을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986년 데뷔 이후 30여 년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유 씨의 방송 활동이 뜸해진 건 2017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다.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진행됐고 폐렴을 혹독하게 앓은 뒤로는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폐섬유증은 평균 생존율이 3∼4년 남짓에 불과하다. 유 씨의 경우 그보다 드문 ‘흉막폐실질 탄력섬유증’이 겹쳐 어떠한 약을 써도 듣질 않았다. 폐렴을 앓고 난 뒤로는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했고 몸은 더욱 쇠약해져 갔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그는 어느새 노래는커녕 혼자서 숨쉬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폐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의료진은 “폐 이식을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아내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시한부 환자에 대한 사망 선고와 다름없었다.

유 씨는 2024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지인이 2년 전 똑같은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방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선뜻 치료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유 씨는 폐 이식 대상자 선정 기준인 응급도(0~7등급) 지표 중 사망 위험도가 높은 1등급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에크모(ECMO)나 인공호흡기 같은 기계적 보조 장치 없이는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즉각적인 이식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됐다. 국내 폐 이식 평균 대기기간이 10개월 내외임을 고려하면 수술 대상이 되는 것조차 도박처럼 보였다. 그러나 의료진은 그의 단단한 마음가짐에서 가능성을 보고, 즉시 뇌사자 폐 이식 대기자 명단에 추가했다. 박지명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는 외부 공기와 직접 맞닿는 장기라 이식 후 거부반응과 감염 예방을 위한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며 “유 씨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었고 치료 의지가 강했다”고 회상했다.

가수 유열(가운데) 씨가 그의 폐이식 수술을 집도한 박샘이나(왼쪽)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수술 전후 내과적 치료를 담당한 박지명 호흡기내과 교수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그 간절함이 닿았을까. 그해 7월 뇌사자 장기가 확보됐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예상치 못한 변수로 두 차례나 기증이 불발됐다. 건강한 폐가 확보돼 수술대에 오르기까진 꼬박 2개월 8일이 걸렸다. 유 씨는 “기증받기가 가장 수월한 AB형도 평균 3개월은 걸린다고 들었다”며 “기적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어느 누군가가 가족을 잃고 마음이 미어졌다고 생각하니 그저 죄송하고 먹먹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의료진의 지시를 철저히 따른 덕분에 회복도 빨랐다. 수술 후 9일 만에 호흡보조장치를 뗐고 2주일 만에 산소 콧줄까지 제거하며 온전한 자신의 숨을 되찾았다. 퇴원 이후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재활에 매진한 결과, 40㎏까지 줄었던 체중은 58kg까지 늘어났다. 유 씨는 현재 중학생 아들과 함께 축구를 즐길 정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그는 “숭고한 나눔을 해주신 가정과 의료진에게 너무 큰 은혜를 입었다”며 “아내와 함께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한 뒤로는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 씨의 극적인 회복은 기약 없이 폐 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의 수술을 집도한 박샘이나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유열 씨가 다시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는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라며 “폐 이식 후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해 훌륭한 롤 모델이 돼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5만 명을 넘어섰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한 인원도 최근 5년 새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박 교수는 “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의 상태가 최악에 달해서야 겨우 이식 순위가 돌아오는 실정“이라며 “더 많은 환자가 새 삶을 얻을 수 있도록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법률 개정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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