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줄인다는 정부, 삼성 휴대폰값 인하 대신 '중고폰' 택했다...왜?

(사진=PIXABAY)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스마트폰 가격 인하 대신 중고폰 활성화를 내세운 이유는, 삼성전자·애플 등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정부가 가격 책정에 간섭하기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중고폰 구매를 장려해 통신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구매 가격의 하락을 꾀하겠단 계획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가계통신비 인하를) 요청해본 적은 없다”며 “정부는 중고폰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후속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관은 “여론이나 소비자단체가 제조사에게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나 애플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일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제4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시장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한편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겠단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가계통신비 지출 평균은 2019년 12만3000원에서 2020년 12만원으로 줄었으나 △2021년 12만4000원 △2022년 12만8000원 △2023년 1분기 13만원 등 점차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 스마트폰 가격의 상승인데 통신요금 인하만 압박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신비는 스마트폰의 할부 대금과 통신사에 납부하는 통신비 등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스마트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체감 통신비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계통신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스마트폰 할부금인데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비싸지고 있다”며 “이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의 출고가는 159만9400원으로 전작 145만2000원보다 10.1% 올랐다. 갤럭시S23 플러스는 135만3000원으로 12.8% 올랐다. 갤럭시 폴드 4의 경우 출고가가 211만9700원에 달한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출고가가 전작 대비 최대 17% 올랐다.

박 차관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정부도 이같은 의견을 일부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조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스마트폰 가격에 간섭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은 제품의 생산 단가는 물론, 경쟁사와의 가격 정책, 환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 과점 경쟁을 펼치는 이통3사와는 상황이 다른 셈이다.

대신 과기정통부는 중고폰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자를 공시하고 판매자-구매자간 거래사실 확인 서비스를 도입해 시장 신뢰도를 제고할 계획이다. 조건에는 △가격정보 공시 △성능확인서 발급 △개인정보 삭제 프로그램 구비 △일정기간 내 교환·환불 등이 포함된다. 또 시장 투명화 효과를 고려해 중고폰 사업자의 세금부담 완화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제조사와 협의해 고가 모델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모델 출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고가 스마트폰 및 요금제에 집중된 지원금 지급, 부가서비스 가입 강요행위 등에 대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