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사즉생' 승부수…3.1조원 자사주 공개매수
고려아연 2.7조+베인캐피탈 0.4조…"공개매수는 미래 위한 선택"
"영풍 장형진 고문과 오해 풀고,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싶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소각과 대항 공개매수 등 반격을 본격화했다. 영풍이 신청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이 기각돼 족쇄가 풀린 모양새다. 다만 영풍 측이 재차 공개매수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난관은 남아 있다.
최 회장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한 회견문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약 2조7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전체 발생 주식 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이고, 1주당 매수 가격은 8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가보다 8만원 높은 가격이다. 최 회장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공동매수자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베인케피탈은 발행 주식 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은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투자자"라고 말했다. 합산은 발행주식수 총 18.0%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2일 경영 협력 계약을 맺고, 이튿날에는 오는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6.9~14.6%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 약 1.84%를 보유한 주요 관계사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진행한다고 했다.
영풍 측은 지난달 13일 공개매수 기간 최 회장 등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오전 영풍과 최 회장을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을 심의·의결했다. 이사회 의장인 최 회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 조치를 하는 것은 특정 주주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영풍과 MBK가 맺은 경영 협력 계약을 조속히 해소하거나 이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 개인적인 오해를 풀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 전 가격인 주당 55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법원이 이런 것을 고려해 (영풍이 신청한 가처분을) 기각했다"며 "강성두 영풍 사장도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이 주당 100만원 이상 가치 기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이날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을 심의·의결하자 영풍은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는 주장이다.
영풍·MBK 측이 가처분 기각 이후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을 추가로 대해 최 회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불확실성 극대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처분을 다시 신청하고 580여억원밖에 배당하지 못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시장 교란 행위"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영풍과 MBK가 법인과 법인 간 계약을 맺은 것과 달리 베인캐피탈과는 최 회장 개인이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묻는 말에 최 회장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영풍·MBK 측에서 연이어 제기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논란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된 투자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특히 이그니오홀딩스 의혹과 관련해 "신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경영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으나 '미래'를 위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지난 3주 동안 오늘만을 보고 살았기에 내일에 대한 고민이 정확하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권을 드리는 것도 선택 중 하나였으나 고려아연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끝으로 이날 영풍을 필요하면 돕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해 "화해 제스처다. 이유가 무엇이든 적대적 M&A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다만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를 갖는다고, 75% 주주의 주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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