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인생의 버팀목…순수한 열정 지켜나갈 것"

이은지 대표는 “돌아보면 춤이 인생의 버팀목이 돼준 것 같다”면서 “춤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 꿈을 꾸는 그들의 순수함을 보고 싶고, 그걸 키워주고 싶은 마음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는 명실공히 광주를 대표하는 댄스팀으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빛고을댄서스. 내년이면 창단 13주년을 맞는다. 이들은 광주는 물론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 무대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빛고을댄서스의 무대를 보기 위해 매번 전국에서 광주를 찾아오는 팬들도 많아졌다.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42만명을 바라본다.

팀의 창단멤버이자 맏언니인 스트릿댄서 이은지씨는 15여년째 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와 빛고을댄서스를 떼고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2013년 결성된 빛고을댄서스는 총 11명의 멤버가 함께하고 있다. 벌써 막내가 28세. 전국을 통틀어도 이렇게 오래 함께 하는 댄스팀의 사례가 많지 않다. 수도권도 아닌 광주에서 10년이 넘게 댄스팀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들의 춤에 대한 진정성과 결속력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빛고을댄서스가 동구에서 운영하는 무빈업댄스스튜디오 역시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이 된다. 이은지 대표와 그룹 엠비셔스의 리더 ‘오천’으로 잘 알려진 신승훈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곳은 2014년 멤버들의 연습실로 문을 열어 이듬해인 2015년부터 댄스 스튜디오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은 이들의 꿈과 함께 매년 무럭무럭 성장해 올해 4층을 확장, 연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춤에는 락킹, 팝핀, 하우스, 왁킹 등 여러 장르가 존재한다. 이 대표의 주 장르는 ‘힙합’이다. 어릴 적부터 여성스러운 춤보다 힘 있고 그루브있는 춤을 좋아했다.

“티비 속 아이돌 가수를 보고 처음 춤을 따라 춰 본 것 같아요. 그때는 보이그룹이 인기가 많았는데, 여성스러운 춤보다 힙합이나 남성들이 추는 터프한 춤을 좋아했죠. 중학생 때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춤을 췄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댄스학원을 들어갔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 빛고을댄서스 멤버들이죠.”

그가 처음 춤을 배우러 다니던 학창시절만 해도 주변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학교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왜 춤을 추냐’, ‘그런 걸 왜 하냐’ 등의 반응이 많았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그를 반대했다. 춤을 춘다는 게 돈이 되는 직업이 아니기도 했고,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에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래도 계속 춤을 춘 이유는 동료들이 있어서였다. 댄스팀에 들어가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우며, 춤을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게 그저 즐거웠다. 광주 춤꾼들이 전부 모였던 충장로 밀리오레에서 춤을 추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기 위해 완주에 있는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1><@2>그는 대학생 때부터 완주와 서울, 광주를 오가며 학업과 댄스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했다. 취미로만 즐기던 춤으로 생계를 위한 돈을 벌면서 처음으로 기대와는 다른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체계 없는 시스템과 임금체불, 존중받지 못하는 문화 등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어린 나이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연예기획사와 댄스학원에서 일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학원 시스템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죠. 연습생들에게 안무를 가르치고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요. 엔터테인먼트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꼈던 거 같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어린 학생들,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이자 지도자가 돼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20대 중반 그는 고향인 광주로 다시 내려왔다. 그때만 해도 ‘춤을 계속 출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정도로 모든 것에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춤을 추면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왜 진로로 춤을 선택했을까’ 자신에게 되묻기도 했다.

방황하던 시기 힘이 되어준 건 학창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한 고향 동료들이었다. 그는 큰 결심 끝에 동료들과 돈을 모아 무빈업댄스스튜디오를 오픈했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학원을 연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리더인 오천씨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스튜디오 창단멤버들은 춤을 대하는 데 있어 비슷한 가치관과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학원을 설립하기 전부터 우리가 꿈꾸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뜻을 모았어요. 그 과정에서 오천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잘 잡아줬죠.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예술인이 나오고, 콘텐츠가 나오잖아요. 이 스튜디오가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또 하나 다짐했던 건 아이돌의 꿈을 꾸는 어린 친구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돈벌이로 삼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위해 현실을 숨기며 희망고문을 하고 싶지 않았죠. 단순히 돈을 주고 춤을 배우러 오는 게 전부가 아닌,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습니다.”

무빈업댄스스튜디오는 힙합, 락킹, 팝핀, 하우스, 왁킹 등을 비롯해 K팝 댄스반, 안무가수업, 전문인수업 등의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현재 학원생은 200여명에 이른다. 빛고을댄서스 멤버들은 사회생활로 치면 겨우 신입 티를 벗었을 정도의 나이지만, 댄스 업계에선 뼈가 굵은 고참이다 보니 그동안 내로라하는 실력파 제자들도 많이 양성했다. 얼마 전 Mnet 인기 프로그램 ‘스걸파’ 에 제자들 팀인 앤프 크루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학생들이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선생님들처럼 춤을 계속 추고, 스튜디오도 차리고 싶다고요. 저는 ‘빛고을댄서스’라는 이름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광주대표라는 것, 춤에 대한 열정이 정말 커서 그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죠. 처음에는 이름이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니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3>이은지 대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한편, 매달 빛고을댄서스 멤버들과 함께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시, 동구 등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에 스트릿댄스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배틀라인업’은 빛고을댄서스가 창단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팀의 대표 행사로, 이 대표가 디렉팅을 주도해 진행해왔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장르 댄스 배틀을 벌여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처음에는 멤버들이 자비를 털어 열었지만 규모가 점점 커져 2023년부터 광주시가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 10월에는 광주문화재단이 주최한 ‘청춘문화 프로그램-주말은 청춘’의 1회차 무대를 직접 기획해 선보였다. 낙후된 광주공원 일대를 문화공연으로 채우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는 10월 한 달 주말 동안 스트릿댄스, 디제잉, 힙합, 인디음악 등 6개 장르별 공연을 진행했다. 이 대표가 준비한 행사는 ‘스트릿댄스-연결’이라는 주제로 국내와 중국, 대만, 필리핀 등 4개국 청소년 및 청년 스트릿댄서들이 광주공원에 모여 토너먼트식 왁킹댄스 배틀을 펼쳤다.

인터뷰 내내 이은지 대표에게서 동료와 후배들을 향한 애정과 신뢰, 춤을 대하는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춤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삼을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허황된 꿈 같았던 일을 이 대표와 동료들은 차근차근 실현하며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춤을 배워 무대에 서고, 전문 댄서로 꿈을 찾아가고…. 그런 선순환이 실현되는 걸 봐요. 돌아보면 춤이 제 인생의 버팀목이 돼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금 멤버들과도 계속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고 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하죠. 춤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 꿈을 꾸는 그들의 순수함을 주시하면서 그걸 키워주고 싶은 이 마음을 계속 이어갈 거예요. 지금의 제 마음도 변질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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