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끊고 공동 5위 도약, 한화의 반등은 '하위타선'이 만들었다

3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온 한화 이글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이틀 연속 승리를 챙기며 공동 5위에 올라섰다. 단순한 연승이 아니다. 심우준·문현빈의 하위타선 맹타, 오웬 화이트의 안정적 선발, 그리고 낭심에 타구를 맞고도 마운드로 돌아온 마무리 이민우까지 5월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는 팀 전체가 쓴 서사가 담겨 있었다.

한화 이글스의 5월은 출렁임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상위권 경쟁에 가담하는 듯했던 한화는 이 경기 직전 3연패를 당하며 순위가 밀렸고, 불펜 안정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무리 문제는 특히 골칫거리였다. 외국인 에이스 오웬 화이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기 용병으로 합류한 잭 쿠싱이 마무리 자리를 메워줬지만, 15경기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 4.08의 성적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지난 15일 종료됐다. 지난 시즌 33세이브를 올린 에이스 마무리 김서현은 슬럼프가 이어지며 정상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김경문 감독이 세 번째 마무리 카드로 택한 인물은 33세 우완 이민우였다. 이민우는 2015년 KIA 1차 지명을 받았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커리어를 이어오다, 2022년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2024시즌에는 64경기에 등판해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 시즌엔 1군 콜업 한 번 받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올 시범경기에서도 페이스가 오르지 않아 퓨처스리그에서 개막을 맞았다. 그런 이민우가 이틀 연속 세이브를 챙기며 팀의 뒷문을 걸어 잠갔다.

선발은 오웬 화이트와 두산의 잭 로그가 맞섰다. 선제점은 두산이 가져갔다. 2회초 박찬호의 희생플라이로 1-0 리드를 내줬지만, 한화는 같은 이닝 2사 1·2루에서 심우준의 좌중간 적시타로 즉각 동점을 만들었다.

흐름이 한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건 4회말이었다. 이도윤 내야안타, 김태연 2루타, 이원석 볼넷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든 뒤 심우준이 다시 우전 적시타로 2-1 역전을 이끌어냈다. 6회초 한화 불펜이 흔들리며 강승호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한화는 6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상대 실책이 겹치며 만든 찬스에서 문현빈이 좌익수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5-2로 달아났다.

투수진도 제 몫을 다했다. 화이트는 최고 구속 151km를 찍으며 5이닝 5피안타 1실점 3탈삼진으로 선발 역할을 완수했다. 이후 조동욱(⅓이닝 무실점), 이상규(1이닝 무실점), 박상원(1이닝 무실점), 이민우(1이닝 무실점)가 차례로 올라 두산 타선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승리투수는 6회초 2사 후 등판한 조동욱이었고, 세이브는 이민우에게 돌아갔다. 이날 경기 결과 한화는 시즌 22승 24패를 기록하며 두산·SSG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위타선'이다. 김경문 감독 스스로 경기 후 "하위타선에서 찬스를 만들었고 소중한 타점을 냈다"고 짚었는데, 이건 립서비스가 아니라 경기 흐름 자체가 그랬다. 심우준은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3안타 2타점을 쳐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컨택에만 집중했더니 오히려 타구가 살아났다는 그의 말에서, 역설적으로 타선의 유연함이 보인다. 문현빈 역시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으니 그 폭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방식이 결국 결과를 낳는 구조다.

이민우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마무리 첫 2경기에서 실점하며 흔들렸을 때, KBO 팬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또 마무리 교체 수순'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분위기는 차가웠다. 이민우 본인도 "마무리가 곧 바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코치진의 신뢰 아래 마음가짐을 정비하고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챙겼다. 경기 중에는 손아섭의 강습 타구가 낭심을 직격하는 고통 속에서도 마운드에 복귀해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팬 입장에서는 웃기기도, 대단하기도 한 장면이었지만, 실상은 자기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한화는 지금 '정착된 강팀'이 아니다. 공동 5위라는 수치도 22승 24패, 즉 패가 더 많은 상황에서 나온 숫자다. 하지만 팀 내부의 역할 분담이 조금씩 맞아가고 있고, 화이트의 복귀 등판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 전환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엇보다 24일 예고된 류현진의 선발 등판은 한·미 통산 200승 도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더해져 한화 팬들의 기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 한화 팬들이 이 팀을 주목하는 건 단순히 순위 경쟁 때문만이 아니다. 이민우의 투혼, 심우준의 묵묵한 헌신, 그리고 류현진이라는 상징성이 한데 엮이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연패 후 2연승, 공동 5위 도약, 그리고 내일은 류현진의 한·미 통산 200승 도전.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 복잡하고 풍성한 서사를 한꺼번에 써내려가는 날은 흔치 않다. 이 팀을 좋아하든, 두산을 응원하든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질 일은 분명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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