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 수백억 도대체 왜 쓰지?" 10억으로 배동현·안치홍·박진형까지 영입한 키움

29일 사직구장 연장 11회초, 키움 불펜 투수 박진형이 2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2021년 4월 이후 무려 1834일, 약 5년 만에 나온 승리였다.

2013년 롯데에 입단해 12년을 보낸 박진형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선택을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새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첫 시즌, 옛 팀을 상대로 구원승을 챙겼다.

키움이 지난 스토브리그 2차 드래프트에 쓴 총 양도금은 4명 합산 10억 원이다. 안치홍, 배동현, 박진형까지 그 10억짜리 장보기가 얼마나 잘됐는지를 지금 시즌이 증명하고 있다.

박진형, 5년 만의 승리

박진형은 9회말 5-5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2이닝을 막아냈다. 9회 2사 후 안타를 맞았지만 전준우를 3루 땅볼로 처리했고, 10회말에는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지만 박승욱을 범타로, 한태양을 풀카운트 커브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11회초 키움이 오선진의 스퀴즈 번트로 리드를 잡자 박진형의 구원승이 확정됐다. 경기 후 박진형은 "투수 코치님이 올라오셔서 '네가 다 막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젖 먹던 힘까지 사용해 던졌다"고 했다. 올 시즌 박진형의 성적은 이미지 속 기록처럼 ERA 3.48로 준수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억으로 꾸린 전력 보강의 결과

키움은 지난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안치홍(1라운드·양도금 4억), 추재현(2라운드·3억), 배동현(3라운드·2억), 박진형(4라운드·1억)을 영입했다. 총 양도금 10억 원이다.

FA 시장에서 100억을 써도 확신하기 어려운 전력 보강을 2차 드래프트로 해냈다는 게 지금 시점에서 더 인상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배동현은 한화에서 35인 보호 명단에 들지 못한 채 나왔는데 올 시즌 6경기 4승 무패 ERA 2.55로 리그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안치홍은 한화에서 부진으로 사실상 방출 수준으로 나온 뒤 키움에서 각성해 올 시즌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박진형도 이날 5년 만의 구원승을 따내며 키움 불펜에서 경험 있는 한 축이 됐다.

설종진 감독이 직접 봤던 선수들

세 선수 모두 우연히 잘 된 게 아니다. 설종진 감독은 키움 퓨처스팀 감독 시절 배동현을 상대팀 경기에서 직접 눈여겨봤고, 2차 드래프트 지명 직후 그를 잘 아는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장점과 훈련 방식을 확인했다.

안치홍도 부진의 원인으로 자기 관리 문제가 꼽혔는데, 키움에 오면서 살을 빼고 나타나 스윙 스피드부터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A 시장에서 수십억을 투자하는 대신 다른 구단이 놓친 자원을 저비용으로 데려와 살려내는 방식, 지금 키움이 하위권임에도 선발진과 일부 전력에서 과소평가받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