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유럽 고층 빌딩 더더욱 보기 어려워진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고층빌딩 숲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한다.
한편으로 성냥갑 같은 고층 아파트들을 보며 '흉물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에서는 고층빌딩을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인구의 7%, 전 세계 GDP의 21%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수는 0.7%에 불과하다.
세계초고도시건축학회(CTBUH)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타워인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중심부의 바르소 타워 높이는 310미터이다. 이는 세계에서 172번째에 불과한 높이다.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는 유럽에 고층 빌딩이 없는 이유를 취재했다. 일단은 기술 노하우 부족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해외에 인정 받을 만한 여러 타워를 건설했다.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파크는 맨해튼에서 여러 타워를 설계했다.
기술적 노하우는 충분하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유럽 중심부에 고층 빌딩을 짓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르 피가로'의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의 초고층 빌딩은 대부분 유럽 도시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
전통적인 유럽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고층 건물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아시아와 달리 고층 건물은 일반적으로 도시 외곽에 지어져 품질이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아파트들은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을 위해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코프레소'가 취재한 대부분의 프랑스인들도 "한국의 닭장 같은 높은 아파트들은 프랑스에선 사회취약계층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엄격한 규정도 유럽의 고층빌딩 건설을 어렵게 한다.
엄격한 도시 계획과 유산 보존 규정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세계 부호들은 유럽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 초현대식 아파트보다 역사적인 건물과 그 유산을 중요하게 여긴다.
끝으로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법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축계도 포함된다.
2050년 넷 제로를 위해 프랑스 기후법은 젠(ZAN) 모래시계를 올려놓았다. 젠이란 '인공화 넷 제로'를 말한다. 인공화된 토지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의 인공화를 막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유럽에서는 더욱 고층 빌딩을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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