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대장’ 정비 ‘첩첩산중’

김소진 기자 2024. 10. 21.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력 충원·시스템 개선 미흡
등록 부담 느끼는 농민 많아
연내 마치기엔 역부족 중론
속도 내기보다 정확도 중요
관리전담조직 구축 등 필요
이미지투데이

# 농촌의 A지방자치단체는 올해 농지대장 정비로 몸살을 앓았다.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던 국공유지 정비부터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국가·지자체가 보유한 농지를 도로·하천으로 전용하고 지목을 기존 전답으로 방치한 경우가 속속 발견됐다. A지자체는 위성사진과 필지 관련 문서를 하나하나 대조하고 현장 답사도 펼쳤다. 20만필지를 조사하는 데 배정된 인력은 14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농지대장’ 정비를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력 충원이나 시스템 개선 없이는 정비가 늦어질뿐더러 정확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정부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이듬해 8월 기존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했다. 더 많은 농지 정보를, 더 자세하게 종합적·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원부에 등재되지 않은 필지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가 3년간(2021∼2023년) 조사를 추진, 지자체에서 경작 현황을 확인해 올해 농지대장을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농지대장은 농지통계 공백을 메울 기반으로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현행 농지 관련 통계는 일부 표본농가를 토대로 집계한 ‘추정치’로,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본다.

이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국토교통부 ‘지적통계’와 통계청 ‘경지면적조사’ 간 간극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두 통계는 2021년 기준 논 44만2400㏊, 밭 2만7600㏊, 과수원은 9만2300㏊ 면적 차이를 보였다. 이향미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농지대장 정비가 완료되면 현재 공부상 지목과 현실 지목 간 차이가 발생한 원인과 대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농지대장을 완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가혹 행정’이라는 질타가 나온다. 인력 부족으로 정비가 늦어지고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촌의 B지자체에서 농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생각지 못한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농지대장 등록에 부담을 느끼는 농민이 많다”며 “올해 안으로 정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어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자경·임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마을 이장이나 주민에게 캐물어 알아내는 것이 최선”이라며 “그마저도 어려운 농지는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조사 속도를 높이기보다 인력을 충원하고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현재 농지대장 정비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읍·면당 1명 수준이다. 담당자가 농지대장 정비뿐 아니라 직불제 신청, 산불 예방 업무, 상토·비료 배부까지 떠안은 곳이 많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농지대장 정비, 농지이용실태조사 업무를 보조할 인력을 채용하도록 농지이용관리지원사업 예산을 국비로 지원했는데, 예산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30%가량 예산이 줄어 보조 인력을 3개월만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6개월 이상 보조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지역의 농지 현황을 면밀히 파악·관리할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농지대장 정비는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지금처럼 지자체 공무원 한두명을 동원해서는 고도화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은 담당 공무원 외에 시정촌마다 농업위원회 직원을 7∼8명 고용해 임대차 허가 변동 사항을 파악하고, 농지 전용 심사도 한다”며 “한국도 현재 시행하는 ‘농지위원회’를 활용해 이런 역할을 할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지원부와 농지대장

농지원부는 농지의 소유·실태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성하는 장부다. 1000㎡(303평) 이상 농지를 소유한 농민이 작성 대상이다. 농민(세대)을 중심으로 ▲농업 외 겸업 ▲세대원(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을 기록한다.

농지대장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가 논란이 되자 기존 농지원부가 2022년 8월 ‘농지대장’으로 개편됐다. 모든 농지가 작성 대상이다. 필지를 주된 작성 기준으로 두고, 소유·임대 등 농지 관련 정보를 더 폭넓게 요구한다. ▲이용 현황(농막·축사 등 시설 설치 현황) ▲농지전용(전용 목적·면적 등) ▲임대차 현황이 대표적이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