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앵' 귓전 울리는 불청객 모기, 더 빨리 더 오래 활동한다

모기 앞에서 점점 무력해지는 계절이다. 이른 무더위에 활동이 왕성해진 모기가 안방까지 파고든다. 시중에는 모기약·모기향을 비롯해 전기 충격, 전자파·음파까지 동원한 온갖 모기 퇴치 기계가 쏟아진다. 모기를 쫓는 요령과 속설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모기 퇴치법을 찾아나선다.

◇모기 퇴치를 둘러싼 미신들 = 모기 퇴치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 중에는 100만 조회 수를 넘는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기가 싫어한다는 초음파를 틀어준다거나 집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야 한다 같은 영상이다. 실용적인 정보도 있지만 '미신'에 가까운 정보도 많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는 모기가 코로나를 옮긴다는 미신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는 모기 물림으로 전염되지 않는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 감염된 사람을 문 모기가 건강한 사람에게 에이즈를 옮긴다는 설도 있다. 역시 거짓이다. 에이즈는 모기나 벌레 등을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

작은빨간집모기 모습./연합뉴스

'모기 박사'로 불리는 이동규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해충으로 주파수나 초음파를 이용한 퇴치법은 몇십 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이를 이용한 제품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는 초음파를 감지할 수 없고 음파를 이용한 퇴치법도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모기를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어서 그때그때 잡거나 애초에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모기 잡기에 진심인 사람들 = 벌겋게 부푼 피부에 열 십자를 박아 넣는다. 모기에 물렸을 때 취할 수 있는 원초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 외에도 침을 바른다든지 물파스를 바르는 이들도 있다.

전수진(50) 씨는 "아로마 오일을 예방차원에서 몸에 바르고 있고 모기에 물렸을 때도 바르는 편"이라며 "시중에 화학제품이 많기는 하지만 거기 뭐가 들었을지 모르고 직접 만드는 게 안전하고 효과도 좋다"고 말했다.

이형기(57) 씨는 "모기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까 언제부터는 농약 성분이 있는 약을 집 하수구에 뿌린다"며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효과가 있다 보니 계속 쓰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모기 퇴치 관련 기계나 퇴치제 등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구매할 때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동규 교수는 "자외선과 소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기계가 시중에 있는데 이 기계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바르는 모기 퇴치제는 약국에서 사는 게 효과도 좋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르스 영향에다 이른 더위 탓에 모기 등 해충이 기승을 부리자 방역당국이 22일 창원시 의창구 동읍 자여마을에서 연막소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더 빨리 더 오래 살아남는 모기 = 지구 기온 상승으로 모기 활동시기가 앞당겨졌다. 보통 5월 무렵 모습을 드러내던 모기는 최근 들어 3월 중순부터 4월 초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일본뇌염 매개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 발생 기준으로 발효되는 질병관리청 '일본뇌염 주의보'를 보면 모기 등장 시기가 앞당겨졌음을 알 수 있다. 2004년에는 5월 8일에 내려졌던 주의보가 올해는 지난 3월 30일 자로 발효돼 한 달 넘게 빨라졌다.

이처럼 모기 활동 시기가 앞당겨진 데에는 평균 기온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모기는 기온이 13도만 넘으면 흡혈을 할 수 있는 데 기온 상승으로 사실상 한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동규 교수는 "모기는 외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 기온이 떨어지면 외부 활동을 멈추고 동면에 들어간다"며 "지금은 외부 기온이 잘 안 떨어지다 보니 이른 봄부터 초겨울까지 모기 활동 시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온 변화로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가 나타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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