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동안 가족의 이동을 책임져온 기아 카니발. ‘국민 아빠차’로 불리며 미니밴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 그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전기 미니밴 ‘믹스(MIX)’를 국내에 선보이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거실이 된 미니밴” 지커 믹스, 문 열자 공간의 개념이 달라졌다
지커 믹스는 한눈에 봐도 기존 미니밴과 다르다. 차체 중앙 기둥, 이른바 B필러를 과감히 없앤 구조가 특징이다. 앞뒤 문을 함께 열면 실내가 통째로 드러나며, 거실 같은 개방감을 준다.
짐을 싣거나 아이를 태울 때의 불편함이 줄었고, 내부 공간은 라운지처럼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을 지향하는 발상이다.

크기는 카니발보다 약간 짧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SEA 아키텍처)을 기반으로 휠베이스가 3,000mm를 넘어 실내는 더 넓다. 바닥이 평평해 좌석 배치의 자유도도 높아졌다.
지커 믹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이다. 현재 국내에는 순수 전기 미니밴이 없다. 카니발은 하이브리드까지만 나왔고, 현대 스타리아 전기차는 2026년 출시 예정이다. 지커는 이 공백을 노려 전기 미니밴 시장의 첫 깃발을 꽂았다.
성능도 눈길을 끈다. 102kWh 배터리를 탑재해 중국 기준 최대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800V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최고출력은 310kW(약 421마력)로 미니밴답지 않은 힘을 낸다. 편안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도 뜯어본 지커 믹스…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예의주시 중이다. 현대차는 최근 남양연구소에서 믹스를 직접 분해해 분석했다.

배터리 구조, 차체 설계, 내장 품질을 확인한 결과 “예상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볼보 인수 이후 지리자동차가 도입한 유럽식 품질 관리의 성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족 차량에서 안전성은 핵심인데, B필러가 없는 구조는 소비자 불안을 낳을 수 있다. ‘중국산 전기차’라는 이미지, 부족한 서비스망,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부담이다.
가격은 중국 내 약 5,600만 원, 국내에선 6천만 원대 초중반이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따라 시장 반응이 갈릴 전망이다.
지커 믹스의 등장은 단순한 신차 출시가 아니다. 정체돼 있던 미니밴 시장이 전동화 흐름 속에서 새 판을 맞이하고 있다. 카니발의 ‘국민 아빠차’ 자리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전기 미니밴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