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니까 괜찮다고? 시원하지 않다면 '변비'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입맛이 당기고 식욕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기온 변화로 체온이 떨어지면서 식욕을 관장하는 '포만중추'에 대한 자극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열을 발생시키면서 포만중추를 자극해야 먹기를 멈추게 되는데, 체온이 떨어지면 포만중추가 자극되는 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먹는 양이 늘어나게 된다.
식욕과 함께 중요한 것은 '시원한 배변'이다. 시원한 배변은 우리 몸의 디톡스(Detox)를 넘어 카타르시스(Katharsis)를 느끼게 한다. 카타르시스는 정화 및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詩學)' 제6장 비극의 정의 가운데에 나오는 용어로, 시를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나쁜 생각이 사라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카타르시스는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학적 술어로도 쓰인다. 배변은 심오한 철학적인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변비를 달고 산다. 변비(Constipation)는 배변을 순조롭게 하지 못해 대장 내에 대변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변비는 상태를 말하는 것일 뿐 질환이 아니다.
변비가 생기는 것은 잘못된 식·생활습관 때문이다.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은 최근 발간한 '오늘부터 변비탈출'(양병원 출판)이라는 책에서 "한국도 요즘 식생활 습관이 서구화되어 변비 환자가 많아졌다. 변비는 생활방식에서 식습관까지 모두 재점검하라는 몸의 신호"라면서 "전체 인구의 약 14%가 3개월 이상 만성 변비로 고생하고 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많고, 고령일수록 점점 더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은 위, 소장을 통과하는 동안 소화 및 흡수된다. 음식 찌꺼기는 대장으로 이동해 수분이 흡수되면서 대장의 연동운동에 의해 변이 생긴다. 직장에 변이 쌓이면 대뇌에 통보되어 변을 내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우리는 변의를 느낀다. 이 변의를 감지해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앉아 배에 힘을 주면 변을 부드럽게 배설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변의를 느끼더라도 화장실에 갈 시간을 내지 못해 배변을 참아버리거나, 먹는 양이 애초에 적어 변의 양이 줄어들면 장 속에 변이 쌓여 변이 잘 나오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호흡을 멈추고 배에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거나 복통을 느낀다면 변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배변 상태가 △토끼변과 같이 딱딱함 △변이 나오는 횟수가 줄어듦 △시원 깔끔하게 배변을 보기 힘듦 △변이 장내에 남아 있는 느낌이 있음 △항문이 닫히는 느낌이 있음 △변이 잘 안 나오는 느낌이 있음 등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변비일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배변 횟수는 변비 환자에게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변비를 정의하는 기준이 아니다. 다만 배변 횟수가 줄면 변이 딱딱해져 변비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3일 이상 변이 나오지 않으면 변비증을 의심한다.
일본 대장항문 전문의 마리골드클리닉 야마구치 도키코 원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가이드라인에는 배변 횟수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없다. 그래도 먹은 것이 3일 이상 나오지 않으면 대변은 딱딱해지기 때문에 변비를 의심한다. 또한 하루에 한 번 배변을 해도 끙끙 앓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게 배변을 한다면 변비라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야마구치 원장은 이어 "1일 1회 변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하제(下劑)를 먹고 억지로 매일 한 번 배변을 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제를 너무 자주 먹으면 오히려 변비가 악화되는 요인이 된다"면서 "하루 1회 변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이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중에는 난소 내 난포를 성숙시켜 배란이나 수정에 대비하는 '난포호르몬'과 수정란 착상에 대비해 자궁내막을 두껍게 하는 '황체호르몬'이 있다. 황체호르몬은 배란 후부터 생리 전까지 증가하며 장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여 장의 연동 운동이 둔화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래서 변이 장에 오래 머물면서 수분이 과도하게 흡수돼 변비가 된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생리 전에 변비에 많이 걸린다.
고령이 되면 남성들도 변비로 고생하게 된다. 이는 소화능력 하락과 함께 활동량이 줄고 노화로 장의 연동운동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량이 줄어 섬유질 및 수분 섭취 부족, 변비를 유발하는 일부 약물도 악영향을 준다. 고령층의 만성변비는 기대수명을 단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20세 이상 3973명(만성변비증이 없는 3311명·평균 53±18세, 만성변비증 있는 662명·평균 59±20세)을 대상으로 소화기 증상평가 설문지를 이용한 생존 상황 15년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성변비가 있는 사람은 10년 후 살아 있을 확률이 약 10% 떨어졌다. 실제로 사망하는 노인들의 3분의 1은 변비가 심각했다고 한다.
만성화된 변비는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장에 유착이 생겨 변이 대장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는 '기질성 변비'와 장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성 변비'가 바로 그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기질성 변비다. 야마구치 원장은 "일상생활에서 배변에 문제가 없었지만 갑자기 변비가 생겼거나 배변 출혈이 있을 경우 대장암에 의한 것일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식이섬유'에 있다. 최근 들어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이섬유 부족에 의한 변비가 늘고 있다. 탄수화물(주식)에는 당질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도 포함돼 있다. 식이섬유는 채소와 버섯, 과일류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지만, 주식에도 풍부하게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재 권장하는 식이섬유 섭취량은 10세 이상에서 하루 25g 이상이다. 하지만 이 분량의 식이섬유 섭취는 쉽지 않다.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은 18세 이상 성인이 하루 13.3g의 식이섬유 섭취에 그치고 있다. 식유섬유를 더 많이 섭취하려면 '생채소(生野菜)보다 온채소(溫野菜)'로 먹는 게 좋다. 이 밖에 유산균, 비피더스균, 올리고당, 비타민E 등도 변비 예방에 좋다.
식사할 때 꼭꼭 씹어 먹는 것도 중요하다. 많이 씹으면 타액(침)분비가 늘어 소화가 잘되고 대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해진다. 물도 하루 1.2~1.5ℓ를 마시는 게 좋다. 위장 상태를 개선해준다는 카모마일, 하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민들레 등과 같은 허브티, 카페인이 위장을 자극해 변의를 재촉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배변습관도 3분 이내로 짧게 바꿔야 한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 동영상을 보거나 장시간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 하지 말야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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