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안현수, 그는 왜 빅토르안이 되었나?

안현수, 그리고 빅토르 안. 한때 대한민국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쇼트트랙의 천재가 결국 러시아 국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한 변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빙상계의 깊고도 고질적인 파벌, 연맹의 외면, 그리고 선수로서의 꿈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안현수는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휩쓸며 세계 쇼트트랙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 영광의 순간 뒤에는 파벌 싸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한체대 라인과 비(非)한체대 라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안현수는 비한체대 진영으로 분류되며 대표팀 내에서 견제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는 ‘메달 양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선배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실력만으로 인정받기에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었다.

2008년 훈련 중 안현수는 슬개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세 차례 수술과 긴 재활 끝에 돌아오려 했지만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차가운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필요 없다.” 한때 국가의 영웅이었던 선수에게 돌아온 말은 그렇게 잔인했다.

2010년 성남시청 실업팀이 해체되면서 그는 훈련 환경도, 소속팀도 잃었고, 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선수로서의 기반이 무너지는 순간 그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 순간, 러시아가 나타났다. 2009년부터 안현수에게 관심을 보여온 러시아 빙상연맹은 2011년,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다. 대통령령을 통한 신속한 시민권 취득, 복잡한 절차를 건너뛰고 러시아 국적을 빨리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생활과 훈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가족의 주거와 생활비는 물론, 그의 아버지에게도 매달 1만 달러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면서 안정된 삶을 보장했다. 훈련 환경도 완벽히 설계됐다. 필요하다면 원하는 코치를 직접 영입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로 황상훈 코치가 함께 합류하며 개인별 맞춤 훈련 환경을 구축했다.

더 나아가, 은퇴 후 지도자 등 선수의 미래 진로까지 보장하는 제안은 단순한 조건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품는 약속이었다. 결국 그는 러시아로 귀화를 결심하며 새로운 이름, '빅토르 안'을 선택했다. 승리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 빅토르 안은 금메달 3개(500m, 1000m, 5000m 계주)와 동메달 1개(1500m)를 목에 걸었다.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단숨에 3관왕에 오른 그는, 조국에서 외면당했던 황제가 낯선 땅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한 그는 올림픽 통산 금메달 6개, 총 8개의 메달을 보유한 사상 최다 기록 보유자가 되었고, 세계 선수권에서도 6회 종합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2018년 평창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러시아 국가 차원의 도핑 스캔들로 인해 대표팀 전체가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수로서 고향 땅에서 다시 빙판에 설 기회는 그렇게 사라지고,

2020년, 무릎 부상과 체력적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중국 국가대표팀 코치로 부임하여,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뒤이어 한국 복귀를 시도했지만, 성남시청 코치직 지원 과정에서 귀화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채용은 무산됐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번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현재 공석인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에 김선태 임시 총감독과 함께 안현수를 적극 고려 중이라는 소식을 공개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안현수의 기술과 국제 무대 경험은 현재 대표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만약 그가 선임된다면, 2011년 러시아 귀화 이후 14년 만에 다시 태극 마크를 달게 되는 셈이다다만 내부 인사 갈등이 여전해 선임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안현수, 빅토르 안. 그는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에서 모두 영웅이자 논란의 중심이었다. 한국 빙상계의 파벌과 외면이 없었다면, 그는 여전히 태극기를 달고 더 많은 메달을 한국에 안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장은 그를 다른 길로 몰아넣었고, 그 선택은 결국 세계 스포츠사에 길이 남은 전설이 되었다.

최근의 복귀 시도는 단순한 지도자 역할을 넘어, 한국 체육계가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를 환기시킨다. 팬들은 여전히 ‘만약’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빙판 위의 황제, 안현수, 빅토르 안, 그는 영원히 한국 쇼트트랙 역사에 남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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