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참모본부가 군사분계선 침범 판단 기준을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합참은 22일 우리 군 군사지도와 유엔군사령부의 MDL 기준선이 다를 경우 둘 중 남쪽 선을 기준으로 북한군 침범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방부대에 전파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치한 1292개 MDL 표지판 중 현재 200개만 남아있다는 점이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부분의 표지판이 유실되면서 한국군과 유엔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MDL을 설정해왔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사지도는 2004년 미국 국가정보지리국이 실제 지형에 맞춰 제작한 것을 2011년 업데이트했고, 유엔사는 2014~2015년 작업을 거쳐 2016년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성항법시스템 등 과학기술 발달로 측정 방식이 달라지면서 두 기준선 사이 차이가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m 이상 벌어진 곳도 있다.
현재 두 기준선이 일치하는 지점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 구간에서 한국군과 유엔사가 서로 다른 MDL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영토 양보 아니냐”… 보수 진영 반발

이 지침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북한에게 영토를 내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우리 땅을 왜 북한에 내주냐”며 분노를 표출했고, 다른 이는 “군사분계선도 양보하면 다음엔 뭘 양보하나”라며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헷갈리면 그냥 적에게 줘버리라는 말이냐”며 “멀쩡한 우리 땅을 북한군 앞마당으로 내줄 권한을 누가 줬느냐”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군사분계선까지 북한에 상납하려는 안보 자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일부 보수 진영 인사들은 북한이 8월 MDL을 침범하자 경고사격했고, 북한이 도발이라 반발하자마자 9월에 기준을 바꿨다며 타이밍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합참 “우발충돌 방지 위한 실무 조치”

합참은 이 지침이 북한에 유리하게 MDL을 양보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라며 “소극적 대응을 위해 작전 절차를 변경하거나 북한군에 유리하게 MDL을 적용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구체적 운영 방식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MDL 표지판이 식별되면 이를 최우선 기준으로 적용한다.
표지판이 없는 구간에서는 한국군 군사지도와 유엔사 MDL 좌표를 종합 판단하는데, 이때 더 남쪽 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군이 우리 군사지도상으로는 침범했지만 유엔사 기준으로는 넘지 않았을 경우, 또는 반대의 경우 모두 보수적 기준을 적용해 우발적 충돌을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북한군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7회 MDL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25회 경고사격으로 대응해 모두 퇴거시켰다.
국방부는 MDL 기준선 불일치가 부각된 배경으로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을 꼽았다.
김정은이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후 북한군은 지난해 4월부터 MDL 근접 지역에서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구축, 지뢰 매설 작업을 지속해왔다. 전술도로 철책은 지난해 대비 10km 증가한 50~60km에 달한다.
국방부는 내년 중 유엔사와 기준선 불일치 문제를 협의하고, 정부는 지난달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 논의를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70년 동안 방치된 MDL 표지판 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