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애청 채널 유튜버들이 강변하는 “부정선거”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12·3 계엄 사태 직후 소위 '극우 유튜버'를 조명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계엄의 배경이 그간 유튜버들이 비판해온 내용과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계엄 선포 이후에는 계엄의 정당성과 논거를 유튜버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시각이 짙다. 의도가 어떻든 계엄 전후로 대통령과 유튜버들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12월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윤 대통령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튜버들은 그의 의중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시사저널은 윤 대통령이 애청한다고 알려진 유튜브 채널 '이봉규TV'(구독자 92만 명)의 이봉규씨와 국내 최대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구독자 154만 명)의 신혜식씨를 12월1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고성국 TV'(구독자 113만 명)의 고성국씨 측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의도가 왜곡 전달될 수 있다"며 고사했다. 대신 그의 유튜브 영상을 참고했다. 고씨는 지난 5월 KBS라디오 진행자로 발탁됐다가 유튜브에서 계엄 옹호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물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 선포의 주요 타깃으로 중앙선관위를 꼽았다. 그는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부정선거'란 단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선관위 침탈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❶ 왜 부정선거인가?
부정선거는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들 사이에서 줄곧 제기돼온 주장이다. 사법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0년 총선 때 제기된 선거 무효소송 126건은 대법원이 전부 '근거 없음'으로 기각 또는 각하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선관위 직원이 부정선거 개입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도 무혐의 종결됐다. 이번 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을 내려놓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봉규씨는 우선 사법부가 선관위에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법원이 자기부정을 할 수 있겠나"라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축구의 톱 플레이어가 메시라면 선거 공학의 톱 플레이어는 윌터 미베인 교수(미시간대 정치학과)"라며 "그는 논문을 통해 '2020년 한국 총선은 사기'라고 공식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실제 사기를 뜻하는 'Frauds'를 제목으로 뽑았다. 2020년 5월 작성된 이 논문은 그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분석 방법과 데이터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밖에 이씨는 윤 대통령이 지적한 선관위 시스템 비밀번호 '12345'에 대해 "중국 공산당 통치 시스템 번호"라고 주장했다. 또 '선관위 해킹 가능성' '투표지 보관 상태' '유권자와 투표자 수의 불일치' 등 부정선거 근거를 20여분 동안 설명했다. 이씨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으니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신혜식씨는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가장 유력한 근거는 자유통일당 득표수가 0표라는 사실"이라며 "당원들이 투표확인증까지 받아왔는데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신씨는 전광훈 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에서 선대위 대변인을 지냈다.
고성국씨는 작년 말부터 전자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手)개표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전자개표의 신빙성에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지난 총선 때 수개표를 30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럼에도 고씨는 선거 이후 재차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며 "선거가 없는 2025년에 선관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❷ 계엄은 왜 정당하고 합법적인가?
윤 대통령이 선관위와 함께 계엄 타깃으로 꼽은 또 다른 대상은 국회, 정확히는 민주당이다. 12월12일 그는 담화를 통해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계엄은 헌법에 입각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취지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봉규씨는 "부정선거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입법 독재를 하는 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총칼이 난무하는 현장만 아니라 부정선거로 인한 권력 침탈도 전시·사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부정선거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고 무관심하던 언론을 돌아서게 했다는 사실만 봐도 계엄 선포는 정당하다"고 했다. 신혜식씨도 비슷한 취지로 얘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제도가 잘못됐다는 걸 밝히기 위해 대통령이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게 계엄"이라고 했다.
내란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형법상 내란죄 적용 대상은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이다. 이씨는 "국헌 문란 부분은 다툼의 소지가 있다 치더라도 이번 사태에서 무슨 폭동이 있었나"라며 "국회에서 계엄군이 유리창 몇 장 깨고 집기가 파손된 게 전부"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오히려 지금 모든 수사기관이 총출동해 강압수사를 펼치는 게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고성국씨는 12월17일 '내란죄 프레임을 부숴야 한다'는 영상 칼럼을 통해 내란 불성립 이유를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예산심의 기간에 모든 의원들이 국회 근처에 모여 있는 평일 밤 10시30분에 내란을 일으킨 점 △내란 전에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다 알린 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봉쇄한 점 등을 언급했다. 정말 내란을 성공시키려 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맥락이다.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12월3일 밤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계엄'이란 단어를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야당의 입법 독재'를 구구절절 비판한 직후다. 사실상 야당을 종북 세력으로 간주한 셈이다.


❸ 야당이 왜 '종북 세력'인가?
'종북 좌파' 또는 '종북 주사파'는 고성국씨가 줄기차게 쓰는 단어다. 그 대상은 야당인 경우가 많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일 때도 있다. 다수 언론은 고씨가 12월12일 KBS라디오에서 하차 통보를 받은 배경과 관련해 "종북 주사파들이 윤 대통령에게 내란 수괴라는 누명을 씌웠다"는 그의 유튜브 발언을 지적했다.
신혜식씨는 "민주당은 정강정책에 북한의 통일 방식인 연방제를 규정했고, 이재명 대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며 "결국 북한에 동조해 정권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작년 4월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추구'를 정책 방향으로 제안했다. 이 대표는 2017년 성남시장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봉규씨는 "윤 대통령이 집권 후 국가기밀을 보고받고 '아찔했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며 "국민들은 모르는 민주당과 민주노총 등 종북 주사파의 위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정말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야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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