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G] 유한양행, R&D·법률 사외이사 교체…실무형·독립성 부각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신의철 유한양행 사외이사 후보자(왼쪽),  오인서 후보자/ 사진 = 서울대학교, 대륙아주 제공

유한양행이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명을 교체하며 이사회를 재정비한다. 임기 6년을 채운 지성길·박동진 사외이사가 물러나고 신의철 교수와 오인서 변호사가 새 후보로 올라왔다. 학계 자문 성격이 짙었던 기존 라인업과 달리 이번 후보군은 연구개발(R&D)과 법률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갖춘 실무형 인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정관 정비까지 더해지면서 개정 상법 기조에 맞춘 이사회 감시·견제 기능 강화 흐름도 함께 읽힌다. 특히 오 변호사는 감사위원이 분리선출 안건에 올라 개정 상법 취지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지성길·박동진→신의철·오인서, 'R&D·법률' 교체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3월 임기가 끝나는 2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한다. 임기 만료 인물은 지성길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박동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이다. 두 이사 모두 2020년 3월 첫 선임 이후 2023년 재선임을 거쳐 총 6년간 이사회에 참여했다. 상법상의 사외이사 임기 상한인 6년을 꽉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는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오인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낙점됐다. 기존 이사진이 학계 기반 자문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두 후보는 현장에서의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먼저 1971년생인 신 교수는 인간 T세포 면역학 분야 전문가다. 의과학 기반 연구자면서도 바이오 기업 경영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2021년 바이오 벤처인 티쎌로지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T세포 기반 데이터와 항원 예측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암백신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신 교수 영입은 유한양행의 항암 중심 R&D 전략을 뒷받침하는 인선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 맞춤형 암백신은 단독 투여보다는 면역항암제와 병용해 시너지를 노리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어져 왔다. 유한양행 역시 병용요법을 핵심 R&D 전략으로 삼고 항암제 개발을 이어온 만큼 신 교수의 전문성이 신규 모달리티와 병용 조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오인서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으로 공안·수사 분야 경력이 두드러진 법률가다. 1966년생인 그는 전주지검 검사(사법연수원 23기)로 공직을 시작해 대검 공안부장, 수원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로 형사·수사대응, 중대재해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유한양행의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인증 관련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향후 3년간 유한양행 감사위원으로도 참여해 준법·리스크 관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의철 후보자는 의료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오인서 후보자도 법률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사회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후보자는 모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추천되었으며 경영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모니터링과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회사 경영의 조언자로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대비 '분리선출·집중투표 배제 삭제'

유한양행은 사외이사 교체와 함께 이사회·감사위원회 운영 규정을 전면 손본다. 정관을 표준정관에 맞춰 정비하는 동시에 개정 상법 취지에 맞춘 독립성·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특히 오 변호사는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별도 안건에 상정돼 주총에서 분리선출 절차를 밟는다. 오는 9월10일 시행되는 개정 상법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오 변호사의 분리선출 선임은 해당 요건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수순이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소수주주 참여 여지를 넓혔다. 정관에 있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면서다. 집중투표제는 복수 이사 선임 시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장치로 소수주주가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다만 집중투표 조항은 올 하반기 이후 시행된다. 유한양행 정관 부칙에 따르면 집중투표 관련 조항은 오는 9월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총 소집이 이뤄지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정관 정비를 우선 마무리하고 제도 시행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구조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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