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팡세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배양육 대중화”
[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소와 돼지처럼, 우리가 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가축들은 숨을 쉬면서 이산화탄소 및 메탄 가스를 뱉는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만드는 식물을 먹는다. 가축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원인으로 꼽힌 이유다. 지저분한 사육 환경과 고통스러운 도축 과정 등 가축을 향한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세계 각국은 가축 사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고기의 수요를 채울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식물성 소재에 고기의 맛과 향을 내는 첨가물을 더해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 등장했다. 식물성 대체육은 대량 생산 가능하지만, 맛과 향이 실제 고기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김새가 일반 고기와 달라 거부감을 느끼기 쉽고, 맛을 재현할 때 쓰는 조미료의 유해 논란도 생겼다.
실제 고기의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은 고기의 생김새와 맛과 향을 거의 그대로 재현할 기술로 주목 받았다. 고기 세포를 활용해 만드는 덕분이다. 하지만, 만들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 제조 기술도 충분히 고도화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지원 스타트업 ‘팡세’는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응용해 배양육의 맛과 향, 경제성 모두를 얻을 계획을 밝혔다.
팡세의 공동창업자 네 명은 모두 기계공학과 바이오학 전공자다. 팡세를 이끄는 이성준 대표는 동물자원과학과와 기계과를 복수 전공하고 바이오 기계융합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바이오 전문가는 배양육의 배양과 바이오 3D 프린팅 장비 연구 개발을 맡았다. 생물학 전문가는 팡세의 세포 배양육의 코어 기술, 식감과 형태를 조절하는 기술을 고도화한다. 배양육 산업 규격 최적화와 스케일업을 맡은 이도 있다.
이들은 바이오 기술과 기계 기술이 융합해 다양한 상승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 업계가 개발한 여러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신기하고 유용하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는 이들 기술을 현실로 이끌고 충분한 분량의 상품을 만들도록 도울 기계 기술은 가지지 못했다.
기계 기술 업계의 특기는 아이디어와 개념을 기계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기계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반면, 이들은 원천 기술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에는 약하다. 그래서 기술 융합 전문가인 팡세의 임직원들은 바이오 기술과 기계 기술을 연결할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한다. 나아가 연구자와 시장, 소비자 모두를 만족할 상품을 선보일 계획도 세웠다.
팡세가 주목한 것은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이다. 바이오 3D 프린팅은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떼어내 스캐폴드(틀)에 넣고, 이를 증식하거나 겉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세포의 크기를 키운다. 그러면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 피부나 손톱 등 체조직을 만든다. 이 기술을 고도화하면 사람의 장기 혹은 장기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오가노이드도 만든다.
팡세 임직원들은 앞서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고도화, 동물 대체 실험 모델을 만든 성과를 냈다. 그러다가,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을 배양육 제작에 활용할 아이디어를 냈다. 연구 결과, 기존 배양육 제조 기술의 단점을 해결하고 상품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성준 대표와 임직원들은 바로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의 응용 방안을 연구했다. 그린 바이오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도우려던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의 인연도 이렇게 이어졌다. 다양한 사업과 연구 개발비를 지원 받은 덕분에, 팡세는 2년여 만에 배양육 양산 기술을 완성했다. 2021년 농식품 창업 콘테스트에서 이 기술을 선보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 바이오 스타트업 챌린지를 포함해 여러 대회에서도 성과를 냈고, 식품 대기업으로부터도 후원상을 받았다.
다른 배양육 기업은 스캐폴드를 이용해 고기의 세포를 많이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런 형태의 배양육은 비교적 만들기 쉽지만, 생김새가 일반 고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이런 형태의 배양육은 소비자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일반 상품이 아닌 가공 식품의 재료로 주로 쓸 것으로 전망했다.
팡세의 기술은 다르다. 세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포를 여러 겹으로 쌓아서 만든다. 스캐폴드 내부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은 세포가 자라서 순수한 세포가 되는 원리를 활용했다. 가축의 근육 세포를 쌓아서 배양육을 만들기에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도, 세포를 조합해 고기의 풍미를 더하는 것도,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한 채 대량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팡세가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배양육은 고기의 맛과 향은 물론, 성분이며 영양까지도 거의 그대로 재현한다. 단백질의 조성, 아미노산의 종류가 실제 고기의 그것과 같은 덕분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인다. 가축의 고기를 대신할 유력한 제품이기에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돕고, 도축이라는 윤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성준 대표와 임직원들은 기술을 고도화하고 시험 양산 설비를 준비 중이다. 설비를 마련한 후에는 실제 배양육을 만들어 상품성을 검증한다. 팡세는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배양육을 만드는 것이 인공 장기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한다.
팡세는 배양육 규제와 기술 유행을 눈여겨보면서 상용화도 차근차근 준비한다. 이미 배양육 바이오 3D 프린팅 장비와 배양기 개발을 마쳤다. 중간 시험용 배양육 공장을 세워 지금까지의 기술을 실험한 후 2024년께 첫 상품을 선보인다. 햄버거 패티형 다짐육이 유력하다. 배양육으로 만든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도 준비한다. 이를 시작으로 일반 고기의 식감과 형태를 고스란히 재현한 프리미엄 배양육 시대를 열 예정이다.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았다. 먼저 ‘경제성’ 확보다.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인공 장기와 오가노이드는 연구용 제품이다. 수요는 적어도 특수 목적으로 쓰이기에, 가격을 올려 경제성을 확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배양육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함에도 가격을 낮게 정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가 먹을 제품이기에, 일반 고기나 식물성 대체육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도록 가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식품의 안전 관리 기준은 의약품보다 엄격하다. 의약품은 병을 치료할 때 혹은 아플 때만 먹지만, 식품은 끼니 때마다 먹는다. 따라서 정부 기관은 식품을 수 년 이상 오래 먹어도 안전한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 심사한다. 배양육 제조 기술 자체가 아직 완성이 아닌 고도화 단계이기에, 안전 기준 마련과 검증 모두 미흡하다. 이론상 배양육은 인체에 무해하다. 그럼에도 만의 하나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팡세를 포함한 배양육 기업의 자세다.
변수도 있다. 배양육 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규제’ 문제다.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각국의 식품 의약품 기관은 식품 허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배양육의 기준을 세우려 한다. 이 가이드라인의 성격에 따라 배양육 사업의 난이도는 판이하게 달라질 전망이다. 팡세는 배양육을 만들 때 대부분 식품 소재를 쓰고, 일부 소재만 의료용을 쓴다. 이를 모두 식품 소재로 대체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해 규제를 다듬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이성준 대표는 “팡세 임직원들은 이미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로 간, 뇌 등 생체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상용화에 성공한 경력을 가졌다. 기계 공학 전공을 살려 양산 설비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배양육 기술력을 고도화해 시장, 기업의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 이제 막 열린 세계 배양육 시장에도 진출해 기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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