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의 경제 더하기]
장내 선물매매로 1300억대 손실 발생
LP, 목적 벗어난 매매 · 허위보고
신한증권 내부통제시스템에 의구심
"허위 거래로 회사 손실 키워...매우 심각"
가격왜곡 행위 '엄벌'...금융기관 신뢰 찾아야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월 13일 신한투자증권(이하 신한증권)은 지난 11일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라 13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주요 경영상황을 공시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 역할을 하는 신한투자증권이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과대 손실이 발생했고 허위 스왑(Swap) 거래를 통해 손실을 은폐하다가 끝내 드러났다는 것이다.
LP는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주문을 원활하게 하는 증권사의 역할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에 그 기능을 부여한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주식의 경우 그 주식을 사려고 하는 매입호가와 팔려고 하는 매도호가가 차이가 많이 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이 때 LP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 주문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여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 거래 결과 LP는 원하지 않는 상품을 보유하게 되어 그 가격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안게 된다. LP는 선물이나 스왑(swap)거래를 통해 이 변동성을 중립화(hedge)하는 것이다. 스왑거래란 미래 특정 시점 또는 특정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이나 상품 등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증권사의 이중 삼중 내부통제 시스템
사람이 하는 금융거래에서 실수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선물, 옵션, 스왑 등 파생상품과 그 구조화된 금융거래에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높다. 이런 거래는 장외 (OTC: Over the counter)거래로, 표준화된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이 실수를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것이 일종의 내부통제기능이다. 일반적으로 OTC거래에서 내부통제는 이중, 삼중으로 서로 확인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LP업무에서 발생하는, 의도하지 않은 가격변동 리스크를 중립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는 필수적이다. 이 때 회사에는 그 부서에서 취급하는 상품별 리스크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게 점검하여야 한다. 현업부서(Front Office)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관리부와 같은 부서(Middle Office)에서 한도를 주고 그 한도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거래의 계약서는 준법감시부서에서 관리하고 파생상품의 거래는 별도의 결제업무를 담당하는 후선부서(Back office)를 두고 있다.
금융회사는 그 회사에서 취급할 수 있는 총 리스크를 파악하고 매일 그 한도 변화와 초과 여부를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VaR(Value at Risk)가 바로 그것이다.
드러난 취약점...내부통제체계가 없었나
현재까지 드러난 신한증권 사고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8월 초 담당자가 야간시장에서 KOSPI200선물을 거래하다가 10,000계약(약 8천억원) 매수
-담당자가 이 계약을 해소하지 못해 JP모건과 KOSPI200 매도 스왑 거래 허위 작성
-8월 주가지수 폭락으로 대규모 손실 발생
-9월 선물만기에 따라 9월물 선물을 12월물로 교체
-9월 말 부서장이 인지하고 선물거래 해소 시도
-10월 신한과 JP모건 결제부서에서 담보 확인하다가 스왑거래 계약 허위 확인 후 감사 결과 1,300억원대 손실 발생
“신한증권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파악해 조치하고 금융당국에 바로 보고했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지만, OTC거래에 대한 이중/삼중 내부통제체계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현업부서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별 리스크 한도를 부여하지 않았거나 부서 전체의 통합한도만 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헷지 거래를 하여야 하는 LP가 신한증권 자기자본 5.3조원의 15%를 넘는 선물거래는 한도를 부여하지 않았거나 개별상품 한도가 아닌 부서 한도를 주고 상품간 리스크 상쇄를 허용할 때 가능하다. 금융회사의 가장 핵심업무인 리스크관리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둘째, 현업부서 거래에 신한증권은 공시를 통해 '손실 금액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라고 한 것은 기본적인 상호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현업부서와 후선부서의 업무분장과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셋째, 경영진이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지 않았다. 내부통제에 관한 최소한의 장치 자체가 아예 없거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현업부서의 담당자가 허위 거래 계약서로 회사의 손실을 키웠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베어링스은행 파산 사태와 유사
1995년 영국 베어링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일본 닛케이 선물을 거래하다 '고베 대지진' 쇼크로 8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 자기자본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손실을 낸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건이다. 이로 인해 베어링스은행은 파산했고, ING에 단돈 1파운드에 인수되었다. 닐슨(Nicholas Leeson)이라는 트레이더가 파생상품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별도 계좌로 숨기고, 손실액의 두 배를 새로 베팅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은폐한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금융회사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현업부서의 거래를 후선 부서에서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우리나라 선두를 다투고 있는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이며 초대형IB 업무를 할 수 있는 신한증권에서 내부통제의 기본이 완전히 무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거래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하고 이를 방지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세스가 없거나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이런 금융기관을 신뢰할 수 있을까?
금융기관 신뢰 무너지는 사건
이런 일들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었다. 2016년 모 증권사가 ELS 자체 헷지를 시도하였지만 경영진이 그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해 거의 1,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 그리고 이를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감독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시장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시장 가격 기능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누구나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감독당국은 신한증권 검사 뿐만 아니라 전 증권사의 OTC거래를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와 점검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성 확보의 갈림돌이다. 우리는 감독당국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검사와 조치를 하길 기대한다. 우리의 감독당국이 제대로 된 점검을 통해 시장의 믿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