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년치 임대료 내라" 날벼락..성남터미널 상가 임차인

김형주 2022. 9.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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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1400명 소유주와 소송전
소유주 "그동안 납부 미뤄준 것"
돌연 보증금의 두 배 금액 요구
상인 "한쪽만 유리한 조항" 반발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국내 최대 복합상가로 불렸던 성남터미널 상가의 소유 기업이 임차인들에게 과거 20년간 미지급된 임대료를 한꺼번에 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전이 벌어졌다. 임차인들은 소유자가 임대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한 독소조항 등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소유 기업 측은 합리적으로 산정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는 주식회사 A사가 임차인들을 상대로 낸 근저당 말소 등 소송을 심리 중이다.

임차인 1400여 명은 해당 건물이 지어지기 전인 1996~1997년 각각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보증금을 내고 20년 동안 점포를 사용·수익(임차인이 직접 점포를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전대를 주는 것)하는 임대차계약을 A사와 체결했다. 형식상 임대차계약이지만 계약 내용은 임차인이 건물을 짓기 위한 투자금을 내고 투자 수익은 추후 점포 사용·수익으로 얻는 투자계약이었다.

실제로 임차인들은 2001~2003년부터 20년간 점포를 사용·수익하며 A사에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건물 건설이 중단되자 2002년 2월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과 함께 공사비용 58억원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그런데 A사는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2021년 갑자기 20년간 미지급된 임대료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그 근거로 △임대료 납부를 임대차 개시일로부터 10년간 유예하고 △임대료를 경제지표, 상가 경영실적 등을 감안해 상가 소유자가 정한다는 약관 조항을 제시했다.

그동안은 임대료 납부를 유예해준 것이니 이제 임대료를 산정해 임차인들에게 청구하겠다는 주장이다. A사가 개별 임차인에게 청구한 금액은 임차인이 20년 전 낸 보증금의 2배가 넘어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되레 추가 금액을 지급할 위기에 처했다.

임차인들은 해당 조항들이 한쪽 당사자에게만 불리해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들이 A사로 하여금 임대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조항의 대부분이 한자로 쓰여 일반인이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유다.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무효다. 임차인들은 계약 당시 A사 측으로부터 해당 조항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차인 일부를 대리한 송수한 변호사는 "이 사건 계약 당시에는 저축성 예금 금리가 12%에 달해 점포 사용·수익으로 연 12% 이상의 투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임차인들은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며 "임대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산정해 요구할 수 있게 한 조항을 설명받았다면 1400명의 임차인 중 누구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A사는 감정평가서와 월 임대료 산출식 등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임대료를 산출했다"며 "계약서가 임차인의 차임 지급을 10년간 유예한다고 규정했으니 임대인이 월 차임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고 해서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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