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모터사이클 장르 가운데 스쿠터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장르는 슈퍼스포츠일 것이다. 스쿠터의 경우는 취미 영역보다는 출퇴근 등의 근거리 이동, 배달업 등 업무적 이용 등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높은데, 슈퍼스포츠는 취미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일상에서 이용한다고 해봐야 출퇴근 정도가 전부인 수준이다. 즉 실용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포츠를 선택하는 건 빠르게 달리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 때문이 아닐까.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입문해 하나 둘 알아가다보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동경하게 되고, 그렇게 입문해 모터사이클을 즐기다가 각자의 취향에 맞춰 다른 장르에도 관심을 보이며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슈퍼스포츠는 이제 막 입문한 라이더들부터 충분히 숙련된 라이더들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제품을 발매하고 있다. 야마하 역시 마찬가지로, 이제 막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한 라이더들부터 서킷에서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라이더들까지, 다양한 라이더를 만족시킬 수 있는 R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일부 모델이 단종되고 새로운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되며 확 달라졌는데, 달라진 제품들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확 달라진 얼굴, YZF-R3

2종 소형 면허를 처음 취득했다고 바로 높은 배기량의 모델을 구매하는 것보단 한 단계씩 밟아가며 더 강력해진 성능에 조금씩 적응하는 것이 안전과 긴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제 막 125cc를 벗어났다면 첫 번째로 고민하게 되는 것이 일명 ‘쿼터급’으로 불리는 250cc 전후의 모델이고, 야마하에서는 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YZF-R3를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YZF-R3는 야마하의 엔트리 슈퍼스포츠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고배기량으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 역할은 물론이고 레이스에 입문하는 라이더들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300cc 클래스 경기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며 숨겨진 저력을 보여온 모델이다.

지난 10년 동안 크고작은 업데이트로 변화를 거친 YZF-R3가 이번 2026년형 모델에서 또 한번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먼저 달라진 외관이 눈에 띄는데, 기존 2안 헤드라이트 방식의 전면부에서 싱글 헤드라이트에 포지션 램프를 조합한 R 시리즈의 패밀리룩으로 바뀌며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전면 흡기구 역시 레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YZR-M1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최근 슈퍼스포츠 모델의 트렌드인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한 윙렛까지 갖추었다.

서킷에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건 엔진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성능 덕분이다. 321cc 수랭 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42마력/10,750rpm, 최대토크 29.5Nm/9,000rp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경량 단조 알루미늄 피스톤으로 진동을 줄였고, 커넥팅 로드의 길이를 줄이고 YZF-R1과 동일하게 오프셋 실린더를 채택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엔진 전체의 크기를 줄였다.

이렇게 엔진을 컴팩트하게 만드는 동시에 시트 폭과 측면 커버 너비를 줄여 전체적인 차체 폭을 줄였으며, 시트고까지 780mm로 낮게 설계한 덕분에 라이더가 땅에 발이 쉽게 닿아 일반도로 주행 시 부담을 크게 줄였다. 또한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도 무게가 170kg밖에 나가지 않아 여성들이 타기에도 문제없다.

여기에 이번 신형부터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는 어시스트 & 슬리퍼 클러치를 새롭게 적용하였다. 일반 와이어 방식보다 레버를 조작하는데 드는 힘이 줄어 시내 주행에서 손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며, 레버 위치를 핸들바에 5mm 더 가깝게 조정해 손이 작은 라이더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또한 서킷 등에서의 스포츠 주행 시 코너 진입 전 엔진 브레이크 활용을 위해 제동과 함께 하단으로 변속하는데, 이 때 가해지는 백토크로 인해 뒷바퀴가 그립을 잃으며 차체가 불안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A&S 클러치는 백토크를 자체적으로 감쇄시키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코너에 진입할 수 있다. 또한 퀵시프트를 옵션으로 추가해 보다 역동적인 가속을 경험할 수도 있다.

계기판은 LCD 방식이며 스마트폰과의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해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계기판을 통해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의 알림 기능도 제공하며, 차량의 연료 소비량, 엔진 회전수, 스로틀 개도각, 가속도 등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이동 중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A타입 소켓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첨단 기능으로 무장, YZF-R7

기존 야마하의 미들급 슈퍼스포츠 모델로 YZF-R6가 있었으나, R1에 비해 낮은 인기로 라인업 유지가 힘들어지며 결국 단종의 수순을 밟게 됐다. 이렇게 야마하의 미들 클래스가 사라지는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야마하에서는 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MT-07의 CP2 엔진을 이식한 YZF-R7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2021년 처음 출시된 YZF-R7은 분명 기존 미들급 제품들과는 달랐다. 당연히 비슷한 배기량에 실린더 숫자를 줄였으니 성능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15,000rpm 가까이 회전하며 출력을 뿜어내던 이전과 달리 10,000rpm 언저리까지 회전하는 엔진으로 바뀌었으니 기존 모델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YZF-R7의 주 고객층은 YZF-R6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YZF-R1 같은 모델로 넘어가는 쪽이 맞고, 이 모델은 YZF-R3에서 단계를 올리는 신규 유저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과거 4기통 600cc급 모델은 4기통 250cc, 4기통 400cc 등의 제품을 거쳐 넘어오는 쪽을 대상으로 했다면, 최근엔 라인업이 이전만큼 두텁지 않아 선택지가 줄어든 만큼 다루기 쉬워진 YZF-R7으로 더 쉽게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프레임은 안정성을 높이고 강성을 개선하기 위해 파이프 배치나 직경, 두께 등 대부분의 요소를 변경하고 최적화한 덕분에 이전과 동일한 무게를 유지하면서 비틀림 및 종/횡방향 강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센터 브레이스에는 플라스틱 커버를 더해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켰고, 조향에 따른 반응성과 타이어의 피드백 역시 최적화됐다. 또한 앞바퀴 포크는 기존 스틸 피스톤 로드 대신 알루미늄 피스톤 로드로 전체 무게를 350g 줄여 핸들링이 가볍고 민첩해졌으며, 압축, 신장, 예압 등 모든 세팅 조절이 가능해 라이더 취향이나 상황에 맞춰 미세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야마하가 새로 개발한 스핀 포지드 휠을 적용해 무게를 줄인 덕분에 휠 관성이 줄어들어 가볍고 민첩한 운동성을 제공한다.

신형에서는 라이딩 포지션이 전반적으로 수정됐다. 핸들바 위치를 변경해 상체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우며, 새로운 연료탱크 디자인을 적용해 라이더의 전후 움직임에서 적극적인 무게중심 이동이 가능하다. 시트높이는 830mm로 낮춰 훨씬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풋페그는 R1과 동일한 제품을 적용해 코너링에서 무게를 더 쉽게 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체 안정성까지 높였다.

최신 모델인 만큼 전자제어 스로틀인 Y-CCT(Yamaha Chip Controlled Throttle)가 탑재되어 라이더의 입력을 감지해 최적의 스로틀 개도각을 맞춰주며, 주행 모드에 따라서 스로틀이 열리는 정도나 속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초심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또한 R1에서 개발된 6축 관성측량장치(IMU)가 이번 R7에도 탑재되어 주행 중 차량 상태를 지속적으로 측정,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이더 보조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라이더는 안심하고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보조 시스템에는 3단계의 출력 모드,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리프트 컨트롤, 브레이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관리, 백 슬립 레귤레이터 등 다양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들은 라이더가 개별적으로 설정 가능하지만, 일일이 선택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3단계 주행 모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라이더가 원하는 설정을 2개 저장해 사용할 수도 있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다면 빠질 수 없는 기능이 퀵 시프트 기능이다. 이번 신형에서 야마하의 3세대 퀵 시프트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클러치 조작 없이 상하 변속이 가능한 데다 가속 시 클러치 조작 없이 상하 변속, 가속 시 하단 변속 및 감속 시 상단 변속을 지원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 전용 트랙 모드, 비상 정지 신호, 방향지시등 자동 소등 기능, 크루즈 컨트롤 및 속도 제한 장치 등 다양한 편의 기능들이 갖춰져 트랙과 일반도로 모두에서 즐거운 라이딩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플래그십, YZF-R9

야마하의 대표 슈퍼스포츠 모델이었던 YZF-R1이 단종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회사에서는 여러 복잡한 사정들을 고려해 내린 결정인데, 그렇다고 리터급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야마하는 MT-09에 탑재되는 CP3 엔진을 바탕으로 한 YZF-R9을 공개, 슈퍼스포츠 장르를 새로 정의하고자 한다.

외관에선 최상위 모터사이클 레이스인 모토GP에서 영감을 받은 특징들을 이어가며 한눈에 ‘R’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싱글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로 구성된 전면부, 차체 통합형 윙렛, M자형 공기 흡입구 등 특유의 패밀리룩을 보여주며 R 시리즈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공격적인 스타일과 민첩한 운동성을 디자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핵심인 CP3 엔진은 890cc 수랭 3기통으로 최고출력 119마력/10,000rpm, 최대토크 93Nm/7,000rpm의 성능을 낸다. 강력한 성능은 전자식 스로틀인 Y-CCT의 제어와 조합을 이뤄 도로는 물론이고 서킷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3기통 엔진 특유의 사운드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이 이를 다듬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프레임은 R9 전용으로 개발된 중력 주조 알루미늄 델타박스 스타일로, 하중에 관계없이 스포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성을 조절했다. 특히 MT-09나 트레이서 9 등 다른 CP3 엔진 탑재 모델과 비교했을 때 R9의 프레임은 비틀림과 종/횡방향 모두에서 더 높은 강성을 갖췄다. 이를 위해 프레임의 두께와 형상 등을 통해 강성과 유연함의 균형을 맞춰 더 우수한 피드백과 편안한 주행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프레임 무게가 고작 9.7kg으로 야마하 슈퍼스포츠 모델 중 가장 가벼운데, 이 덕에 전체 공차중량이 195kg밖에 나가지 않아 민첩하면서도 다루기 수월하다.

최신 모델인 만큼 공기역학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이 이뤄졌다. 특히 가장 공기역학 성능이 우수했던 R6를 기준으로 삼아 R9을 개선한 덕분에 최고속도 및 가속 성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는 전면 페어링 디자인과 윙렛도 상당한 역할을 했는데, 전면 흡기구 아래 스포일러와 윙렛을 조합해 양력을 10% 줄여 훨씬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 제품이 적용되었는데, 앞 포크의 경우 43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로 좌우 각각 압축과 신장을 고속과 저속 모두에서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각 포크 레그에는 실린더 내부 압력을 최척화하는 베이스 밸브를 장착해 감쇠 반응과 접지감, 전반적인 안정성 모두 향상됐다. 쇼크 업소버는 압축과 신장, 예압 모두 조절 가능한 방식이고, 정밀한 감쇠력으로 노면으로부터 뛰어난 피드백을 제공한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최상위 모델 중 하나인 스타일레마 캘리퍼가 장착되어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제어력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스틸 메쉬 브레이크 호스와 320mm 디스크를 더해 장시간 주행이나 급제동에서도 일관된 제동성을 제공한다. 마스터 실린더 역시 브렘보 제품이며, 레버 조작 시 선형적인 압력을 전달해 정교한 제동이 한결 수월하다.

R9 역시 6축 IMU가 탑재되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이더 보조 기능을 작동시켜 보다 안전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또한 각 기능을 개별적으로 설정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주행 모드 설정을 통해 일괄 변경도 가능하다. R9은 기본 3단계 모드 외에 2개의 커스텀 모드 설정이 가능하고, 트랙 전용의 4개 모드를 설정해 레이스 등에서 상황이나 환경에 맞춰 빠른 설정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3단계 퀵시프트로 다양한 상황에서 클러치 조작 없이 상하단 변속이 가능하다.

2026년 라이딩 시즌을 준비하며 어떤 모델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라이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더 강력한, 더 빠른 모델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왕이면 좀 더 다루기 쉬운 모델로 자신의 실력을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번에 소개한 야마하 R 시리즈 제품들처럼 스텝 업 하는 라이더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제품이라면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더 오래,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니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