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자리에 협찬사 광고…BIFF가 맞닥뜨린 위기와 변화

부산CBS 정혜린 기자 2024. 10. 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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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개막일 영화의전당 앞 전광판서 협찬사 광고 반복 노출
영화제 상영작 포스터 걸리던 곳…영화팬 사진 '명소' 역할
조직위 측 "더 많은 영화 포스터 게시…광고가 대체한 것 아냐"
국가보조금 삭감 등 운영난 극복하기 위해 협찬사 적극 유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입구에 설치된 LED전광판에 협찬사 광고가 걸려 있다. 정혜린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을 앞둔 가운데 올해 영화제 현장 곳곳에는 유독 유명 브랜드 등 상업 광고가 자주 노출돼 눈길을 끌었다. 국가보조금 삭감 등으로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은 영화제가 각종 협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인데, 영화제가 맞닥뜨린 위기와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려한 개막을 앞둔 지난 2일 영화의 전당 앞. 거리에 설치된 10여 개의 LED 전광판이 밝게 켜지며 부산을 찾아온 영화팬들을 맞이했다. 불이 켜진 전광판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C사의 광고가 노출되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과 브랜드 로고가 크게 도드라진 화면은 쉴 새 없이 반복되며 영화팬들에게 노출됐다. 몇 시간 뒤 개막식이 끝나고 거리에는 어둠이 찾아왔지만, LED 전광판에는 변함없이 C사의 광고가 빛을 내고 있었다.

협찬사 광고가 노출되는 자리는 지난해까지 다양한 영화제 출품작 포스터가 내걸리던 곳이다. 개막식을 찾은 수많은 영화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배우의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일종의 '의례'와도 같았지만, 올해는 이런 익숙한 풍경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입구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시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혜린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의전당 앞 거리에 기존의 영화포스터 게시대를 대신할 LED 전광판 10여 개를 처음으로 설치했다. 기존 게시대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영화제 측 설명이다. 전광판에는 여러 영상이나 홍보물을 순차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만큼, 영화제 협찬사의 광고를 게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영화제 측은 덧붙였다.

또 상영 영화가 한 편 뿐인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협찬사 광고를 더 높은 비중으로 노출하도록 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광고만을 위한 LED 전광판은 아니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관계자는 "LED 전광판을 설치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초청작의 포스터를 게시할 수 있게 됐다"며 "개막일에 협찬사 광고 비중을 높여 노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제 포스터를 광고가 완전히 대체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영화제 개막일은 물론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주말에도 LED 전광판에서 영화 포스터나 초청작 홍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전해졌다. 영화제 추천작 포스터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해외 영화와 독립·예술 영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큰 기회인만큼, 전광판 자리를 차지한 상업 광고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영화의전당 앞 새롭게 설치된 전광판에 협찬사 광고와 영화 포스터가 함께 게시되어 있는 모습.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제공


이같은 현상은 국가보조금 삭감 등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 BIFF가 운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협찬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어난 '변화'로 풀이된다. 올해 BIFF에 투입된 국가보조금은 6억 1천만 원으로, 지난해 12억 8천만 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영화제 측은 줄어든 국가보조금을 비롯한 운영비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측은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에 다양한 브랜드가 협찬사로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ED 전광판에 노출된 C사는 영화제가 5년 만에 맞이한 '다이아몬드 스폰서'로 상영 전 스크린 광고 등 다양한 홍보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영화 상영 전 스크린 광고는 '다이아몬드 스폰서'에 제공되는 혜택으로, 최근 수년 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올해 C사가 '다이아몬드 스폰서'가 되면서 다시 부활했다.

BIFF 조직위 관계자는 "BIFF정도 규모의 국제영화제에 다양한 브랜드들의 협찬과 광고가 들어오는 건 업계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세계적인 유명 영화제에도 상업적인 콘텐츠나 광고들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후원이 없으면 영화제 자체가 운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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