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대기업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가 내년까지 두 개의 상장 기업으로 분할한다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케이블 TV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며 미디어 업계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WBD는 내년 중반까지 영화 저작권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가 포함되는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와 CNN, TNT, 스포츠, 디스커버리 등 TV 방송이 포함되는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으로 분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최고경영자(CEO)가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부문을 이끌고 군나르 비덴펠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글로벌 네트워크 부문 CEO로 취임하게 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지분 최대 20%를 보유하게 되며 WBD는 이 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약 340억달러에 달하는 WBD의 부채 중 상당 부분은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가 떠안는다. 현재 이 부문은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보다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한다. 지난 1분기 케이블 네트워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지만 여전히 WBD의 최대 매출원이었다.
자슬라브는 성명을 통해 “앞으로 두 개의 독립적이고 최적화된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이 상징적인 브랜드들이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더욱 날카로운 집중력과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덴펠스는 “이번 분사의 주요 목적은 강력하고 전략적으로 우수한 두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파라마운트글로벌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WBD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서 유료 케이블 방송 시청률 하락과 수익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WBD는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는데 일각에서는 회사가 후속 조치로 분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WBD는 지난 2022년 AT&T의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이후 실적 부진을 겪으며 주가가 59% 하락했다. 이달 초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레이팅스는 WBD에 대한 투자등급을 정크(투기등급)로 강등했다. 지난주에는5190만달러 규모인 자슬라브의 급여 패키지에 대한 주주 투표에서 59% 이상이 반대 표를 던져서 사실상 경영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분사는 2022년에 이뤄진 AT&T의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을 상당 부분 되돌리는 조치”라며 “이 합병으로 탄생한 새 회사는 당시 가장 큰 수익원인 케이블 TV가 시청자와 광고 수익을 빠르게 잃어가던 시점에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마케터의 폴 버나 콘텐츠 부사장은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했을 때 케이블 TV 사업의 침체가 명백했지만 발표 당시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은 회사가 혼란 속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통합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컴캐스트는 케이블 네트워크 포트폴리오를 분사해서 버선트(Versant)라는 새로운 상장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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