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드라마, 고현정 옆 남자배우의 정체
[마동석이라는 장르] 대기록 세운 제작자 마동석이 되기까지
"제가 기획해서 출연하는 영화가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배우 마동석이 첫 주연영화 '공정사회'와 '노리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꺼낸 말이다. 10년 동안 세상은 달라졌다. 마동석은 기획과 제작,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 트리플 1000만 흥행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제작 빅펀치픽쳐스)가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2편과 3편까지 더해 연이어 1000만 흥행을 달성했다. 31살에 영화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 이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차근차근 키운 '기획'과 '제작'의 꿈이 빛나는 성과로 돌아왔다.
마동석은 배우 공유와 조인성의 트레이너를 맡아 활동하면서 2005년 영화 '천군'에 출연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형사 액션 영화"를 향한 꿈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를 좀 더 현실화시킨 계기는 2007년 출연한 MBC 드라마 '히트'가 출발이다.
당시 드라마에서 미키 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강력계 형사 나성식을 연기한 마동석은 역할을 준비하면서 만난 형사들과 모두 친구 사이가 됐다. 그들로부터 접한, 치열하고 뜨거운 현장의 이야기들은 '범죄도시'의 토대가 됐다. 지난 2017년 1편 개봉 당시 VIP 시사회에 참석한 현직 형사들만 15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배우들이 역할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과 만나 실제 경험담을 듣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 이야기를 영화 기획으로 확장해 세상에 내놓는 건 차원이 다르다. "영화를 하는 동안 여러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했고 그걸 노트에 많이 적어두고 있다"는 마동석은 "(아이디어를)동료들과 상의해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내용은 걷어내면서 점점 추리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동석이 여러 아이디어를 머리에만 두지 않고 실행하기로 결심한 건 '부당거래' '심야의 FM' '인사동 스캔들' 등 영화에 활발히 출연하면서 '뜻이 맞는' 작가들과 프로듀서 및 제작자들과 손잡고 '팀 고릴라'라는 이름의 창착팀을 결성하면서부터다. 원하는 작품이나 역할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고 싶은 영화를 직접 만들겠다"는 취지로 모인 창작팀이다.
팀 고릴라는 현재 마동석이 이끄는 영화사 빅펀치픽쳐스의 전신. 마동석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면서 팀 고릴라를 이끌고 지원했다. 2015년 '함정'은 팀 고릴라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첫 완성작이다. 2017년 촬영한 영화 '동네 사람들'과 '챔피언', 2022년 공개한 '압꾸정'으로 작업은 이어졌다.
특히 '챔피언'은 마동석이 배우가 되기 전 미국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잇던 시절 구상한 이야기다. 10대 후반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마동석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팔씨름 영화 '오버 더 톱'을 보고 자극을 받아 심장보다 팔뚝이 먼저 뛰는 팔씨름 선수의 이야기인 '챔피언'을 기획했다.
마동석은 영화 개봉 당시 "어릴 때 나중에 혹시 배우가 된다면 꼭 한 번 팔씨름 선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해왔고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신인 감독의 발굴'과 '색깔이 확실한 액션'은 기획자 마동석이 주력하는 부분이자, 그를 성공으로 이끈 동력이다.
실제로 '범죄도시' 1편의 강윤성 감독은 17년 동안 연출 데뷔를 하지 못하다가 마동석과 만나 영화를 함께 구상했고 '범죄도시' 트리플 1000만의 기틀을 다졌다. 2, 3편의 이상용 감독이나 이번 4편의 허명행 감독도 마찬가지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이 단지 트리플 1000만이란 성공보다 '영리한 기획'의 측면에서 더 주목받는 이유다.
액션영화는 넘치지만 마동석은 자신이 설계한 영화들의 액션은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그 정점인 '범죄도시' 시리즈는 "보기엔 비현실적이지만 실제로도 쓰는 액션"을 추구한다. 실제로 범죄자를 소탕하는 형사들이 겪는 생생한 현장을 영화로 관객에 전달하고자 하는 마동석의 의도다.
● 톰 크루즈, 빈 디젤 등 할리우드 성공 모델 한국화
중소 규모 영화에 국한됐던 마동석의 팀 고릴라 기획 영화들은 완성도나 흥행 측면에서 시행착오도 겼었지만, 멈추지 않고 제작을 확장할 수 있던 기폭제를 만나 활기를 얻었다. 2016년 마동석이 주연한 영화 '부산행'의 글로벌 흥행이다. 좀비떼에 맞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마동석을 스타덤에 올렸고, 할리우드의 관심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마동석이 '범죄도시' 시리즈로 구축한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주로 시도해 성과를 거둔 모델이다. 할리우드 액션 스타 빈 디젤이 제작과 주연을 맡아 11편까지 제작된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톰 크루즈로부터 출발한 첩보 액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프랜차이즈는 '신과함께', '가문의 영광'처럼 특정 흥행 감독이나 제작사의 기획 아래 시도돼 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 명의 배우가 기획과 제작, 주연으로 일군 전무후무한 프랜차이즈의 성공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이제 마동석은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마동석은 4편의 1000만 흥행 달성 직후 "'범죄도시' 시리즈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겠다"며 "1~4편이 1막이라면 (앞으로 나올)5, 6, 7, 8편은 2막"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1막이 오락 액션 활극이었다면, 2막은 더욱 짙어진 액션 스릴러 장르로 완전히 새롭게 찾아 뵙겠다"고 밝혔다.
영화 '범죄도시4' 촬영 현장의 마동석 모습.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