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연패를 노리던 '사무라이 재팬'이 8강에서 멈춰 섰다. 일본 대표팀의 조기 탈락은 단순한 스포츠 성적의 낙제를 넘어, 이번 대회에 150억 엔(한화 약 1,400억 원)을 쏟아부은 넷플릭스에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일본은 5-8로 역전패했다. 1회 말 오타니 쇼헤이가 동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경기 후반 마운드가 무너지며 마이애미에서 짐을 쌌다.

경기 종료 직후 일본 현지 소셜 미디어(SNS)의 실시간 트렌드는 '넷플릭스 해지(解約)'가 점령했다. 닛칸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일본의 탈락이 확정되자마자 팬들 사이에서 구독 취소 움직임이 일종의 '해약 축제(解約祭り)'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졌으니 더 이상 넷플릭스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분노 섞인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불한 중계권료는 지난 대회보다 무려 5배나 높은 150억 엔 수준이다. 지상파에서 무료로 시청하던 국가대표 경기가 유료 장벽 뒤로 숨어버린 것에 대한 일본 시청자들의 저항은 대회 기간 내내 거셌다.

특히 넷플릭스가 기대했던 '가입자 전환 전략'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산노대학교 스포츠매니지먼트 연구소의 조사 결과, "WBC 시청을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했거나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4.9%에 불과했다. 반면 "가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이는 일본인 10명 중 7명이 유료 구독 모델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법적으로 명문화된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없어 거대 자본이 중계권을 선점할 경우 시청 접근권이 제한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넷플릭스는 '첫 달 498엔'이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앞세웠으나, 일본 팬들에게 넷플릭스는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아닌 유료 검문소에 불과했다.

이번 '마이애미의 참사'는 글로벌 OTT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스포츠 중계 시장을 잠식하는 흐름에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스포츠 콘텐츠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팀의 성적에 따라 자산 가치가 급변하는 가변적 상품이다. 넷플릭스가 지불한 150억 엔의 청구서는 이제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으며, 일본 대표팀이 사라진 준결승과 결승전의 흥행 참패는 예견된 수순이다. 결국 1,400억 원의 베팅은 일본 야구계에 '유료 중계'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제도적 보완이라는 숙제만 남긴 채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시선은 참패를 맛본 사무라이 재팬이 무너진 마운드와 폐쇄적인 중계 환경 속에서 어떻게 다음 세대의 야구 열기를 이어갈 것인가에 집중된다.

"오타니, 2028 LA 올림픽 출전 선언"

WBC 잔여 경기 일정 (한국시간)
준결승 1경기: 미국 vs 도미니카 공화국
3월 16일(월) 오전 9시 00분
준결승 2경기: 베네수엘라 vs 이탈리아
3월 17일(화) 오전 9시 00분
결승전 3월 18일(수) 오전 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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