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울컥하며 뛴 첫번째 풀코스 제마 후기, 인생 회고.

 사실 저는 대학 졸업장이 없습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을 졸업했는데, 졸업식 때 이미 인턴을 하고 있던 터라 졸업식에 참석을 안했습니다.

 본가는 경기도에, 직장생활도 경기도에서 계속 근무를 해서 일부러 졸업장을 찾으러 가야하는데, 없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여태 졸업장을 안 받은거죠..ㅎㅎ

 그러다 작년 2023년 건강검진 때 과체중, 혈압 혈당 높음으로 인해 대사증후군 직전이라고 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저같은 사람들한테는 주기적으로 전화도 주고 관리한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한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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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75키로, 2024년 2270키로.

 2024년 JTBC 마라톤 풀코스를 목표로 정말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왠지 2024년 JTBC 마라톤이 내 20대 서울 생활의 방점을 찍는 순간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살면서 철없이, 무책임하게, 애같이 생활했던 부분들이 혹시 내가 학생 시절의 마무리를 제대로 안했어서 그랬던걸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런갤러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러닝의 큰 장점이 사색을 많이 하게 되는거잖아요 ㅎㅎ)

 그러다보니 JTBC 마라톤이 뭔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컸습니다.

 

 마포 사는 친구때문에 가끔 갔던 월드컵 경기장, 술먹고 집갈때 택시타고 지나던 양화대교, 마포대교, 과제한다고 놀러간다고 다니던 청계천, 종로, 육회먹으러 구제 옷산다고 가던 광장시장, 동묘, 시립대 다니던 친구때문에 가끔가던 청량리, 미팅 소개팅하러 가던 건대까지.. 

 그때 생각들이 나서 울컥도 하고, 내가 진짜 인생의 스타트라인이자 피니쉬라인 그 어느곳에 와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실제로 JTBC 마라톤을 기점으로 기술사 공부도 시작할 예정으로 운동, 공부를 병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더 감상에 젖었던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목표했던 서브4, 3시간 46분의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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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키로: E조로 출발을 했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빨라야 530, 늦으면 600페이스로 달리는데 약간의 조바심은 났지만 삐뚤빼뚤 지나가다보면 너무 지쳐버리니까 제칠 수 있을때만 제치자고 생각했습니다.

 5~10키로: 여전히 인파는 많지만, 530~500페이스까지는 가능한 정도라고 느껴져서 속력이 조금 붙었습니다.

 10~20키로: 인파는 여전히여전히 많았습니다. 다른 대회를 갔을 때는 5키로만 지나도 내가 따라갈만한 500~520 페이스로 달리는 주자들을 만났었는데.. 저 정도 뛰는 분들은 이미 대다수 C조에서 출발을 했으니... 달리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갔습니다.

 20~30키로: 이제는 진짜 내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 많겠지 싶었는데 이때까지도 대다수는 저보다 느린 페이스라 제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오히려 조바심이 다시 났던게, 30키로 이후에 제 체력을 확신을 못하겠어서 지금이라도 속도를 올려야 한다라는 생각에 걱정이 됐지만 꾹 참고 정말 끝까지 제칠 수 있을만할때만 제치자라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30~42키로: 이때는 정말 제 페이스와 비슷한 분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C조에서 출발할 수 있을거라는게 얼마나 위안이던지..ㅎㅎㅎ C조 배번도 가끔보이고, D조 배번이신 분들이랑 함께 피니쉬까지 달렸습니다. 나름 동네에서 조깅이나 지속주를 하면 쌩쌩 달리는 느낌이라 자만도 좀 했는데, 어떤 젊은 여성분이 저랑 비슷한 페이스로 엎치락 뒤치락 달려가는데 진짜 잘 뛰신다. 나만큼 훈련했겠구나. 여자가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피니쉬...

 참 울컥을 여러번 했는데, 또 보는 재미가 있었고, 응원 오신분들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물, 콜라, 얼음 정말 덕분에 목표만큼 잘 뛰었습니다.) 

  

 런갤에서 응원이나 자원봉사로 받은걸 돌려준다고 하실 때 쫌 오버하는거 아닌가 했는데, 메이저 풀코스를 한번 뛰어보니.. 아 진짜 이사람들 덕에 내가 훨씬 수월하게 뛰었구나. 중간중간 급수대가 아닌 곳에서 받는 도움과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되는구나 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런갤에서 풀코스 출전 관련 수많은 글을 읽고 정말 크게 중요한거구나 라고 깨달은 것 몇가지만 적고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1. 초반 5키로까지는 어차피 빨리도 못가지만 절대 조바심을 내면 안된다.(삐뚤빼뚤 계속 뚫고 가면 후반을 장담할 수 없다...)

 2. 30k 이상 장거리훈련을 꼭!! 반드시!! 2, 3회 해야한다. 그리고 이건 LSD도 물론 하면 좋지만, 본인 대회 목표 페이스로의 지속주를 반드시 해봐야 한다. 제가 왜 의구심이 많이 들었냐면, 33k까지야 지속주로 뛰어봤으니까 알겠는데 그 이후는 과연 내가 그 페이스 그대로 밀수 있을까였는데, 되더라구요ㅎㅎ 혼자서 510으로 30k를 밀수있는 사람이면 대회에서는 42k를 충분히 밀수있는 사람이 됐다는걸 이제 깨달았습니다.

 3. 출반 전 배변활동 정말 잘 해야하고, 출발 후 급수대는 꼭 다 이용한다.

 4. 저는 에너지젤을 출발 전, 8, 18, 27, 34k 쯤에 먹었는데 목이 마를 수 있으니까 급수대가 다가올 때 쯤 먹는게 가장 좋긴한데 제마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급수대가 잘 안보여요ㅋㅋ 그리고 추가로 이클립스 무설탕 사탕을 챙겨가서 힘빠질거 같을때 2개정도씩 먹었는데 그거 도움도 꽤 받은거 같습니다.

5. 신발끈은 반드시 느슨하게 풀리지는 않게.

언젠가 이번 첫풀을 회상할 때 다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감없이 느낀 그대로 적어봤습니다. 지금 키빼몸 100정도인데, 10키로 더 빼면 서브3도 도전해볼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설레기도하고 마라톤이 참 재밌는 운동이라고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참 정말 너무나도 즐거운 마라톤이었습니다!

이제야 제 대학생활 서울살이의 졸업장을 받은 기분이네요. 정말 후련하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즐겁고 보람있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다들 운동 열심히 하시고 좋은 경험 많이 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