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어떻게 직원을 붙잡나…빅테크 보상의 법칙

조문희 기자 2026. 5. 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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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현금’ 외치는 노조, 글로벌 흐름과 어긋난 인센티브 체계 
해외선 ‘주식 연동’으로 장기근속 유도…삼성도 뒤늦게 개편 채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1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 900억원 상당의 자산이 통장에 꽂힌다면 어떨까.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엔비디아에서 18년을 근속한 과장급 사원이 6200만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안고 은퇴한 사례가 화제가 됐다. 현재 환율을 고려하면 무려 915억원에 달한다. 그는 단지 회사가 제공한 자사주 매입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주식을 꾸준히 모았을 뿐이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가 18년 일한 대가도 덩달아 불어난 것이다.

3월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GETTY 연합

'주식 연동' 덕에 '백만장자' 직원도 탄생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생태계에서는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부로 직결되는 '주식 연동 보상'이 표준으로 통한다. 반면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초과 이익을 구성원끼리 현금으로 나눠 갖는 '이익 공유' 체계를 고수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규모를 늘리라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글로벌 흐름에 맞춰 보상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시사저널이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보상 방식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처럼 회사 전체의 이익을 현금으로 나눠 갖는 방식의 보상 체계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일정 기간 일하면 회사 주식을 주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을 통해 주식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보상 방식 역시 부서의 실적보다는 개인의 업무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애플은 RSU를 핵심 보상 수단으로 삼는다. 애플의 중견급 엔지니어는 4년에 걸쳐 약 24만 달러(3억2000만원) 상당의 RSU를 받는다. 통상 3개월 단위로 주식을 지급하는 타사와 달리, 애플은 6개월 단위로 지급해 직원들이 더 오래 회사에 머물도록 유도한다. 당장 손에 쥐는 현금 대신 꾸준히 오르는 자사 주식을 쥐여줌으로써, 개인의 자산 증식과 회사의 성장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최대 협력사 엔비디아는 현금 보너스 비중이 낮은 대신 주식 보상 규모가 압도적이다. 특히 직원주식매수선택권(ESPP) 제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입사 시점 주가를 최대 2년간 기준가로 고정한 뒤, 그 가격에서 15%를 추가로 할인해 자사주를 살 수 있는 제도다. 주가가 오를수록 직원이 얻는 혜택은 커진다. 이 같은 조건 덕분에, 2024년 블룸버그가 엔비디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인 직원이 전체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와 아마존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플랫폼 기업들도 주식 보상을 기본으로 한다. 차이점은 철저하게 '개인 성과' 중심이란 것이다.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고과를 기준으로 주식 보상 규모를 차등 결정한다. 일례로 메타는 최상위 고과자에게 성과급의 최대 300%를 몰아주는 제도를 최근 신설했다. 하위 고과자는 성과급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소수의 핵심 인재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산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구조인 셈이다. 

반대로 아마존은 연차별로 주식 보상 비중을 달리해, 3년 이상 근속자일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직원이 중간에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이른바 '락인(Lock-in)'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같이 이익 공유제를 채택한 곳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유일하다. 그러나 세부 구조는 다르다.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이 흑자여도 그해 투자비가 크면 직원이 실제로 받는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TSMC는 직관적인 '당기순이익' 지표를 따른다. 이사회가 매년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승인하기 때문에 산정 근거가 투명하다. 지급 시기 또한 연 1회 지급하는 삼성과 달리, 절반은 분기마다 즉각 지급하고 나머지는 이듬해 여름에 지급한다.

삼성, 뒤늦게 주식 보상 나섰지만 격차는 여전

다만 삼성전자도 최근 변화에 동참하는 흐름이다. 2025년 1월 임원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년 후 주가 상승률에 따라 자사주를 지급하는 '성과 연동 주식보상(PSU)'을 전격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일반 직원도 OPI의 최대 50%를 현금 대신 자사주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첫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에서 주식 보상이 전체 보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삼성의 주식 보상은 규모와 의무성 모두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빅테크가 현금보다 주식 보상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계 연구를 통해 주식 보상의 '락인 효과'가 입증돼 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2003년 발행한 '직장인 재무 복지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인사 담당자 97%와 일반 직원의 84%가 "주식 보상 및 자사주 소유 제도를 포함하는 보상 플랜이 임직원 동기부여와 업무 몰입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주식 보상은 노동시장에서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 근속을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한국 경영계에서도 최근 주식 보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경영학회는 2024년 관련 세미나에서 "RSU는 글로벌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RSU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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