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로이드 XR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갤럭시 XR'은 모바일 AI 비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한층 끌어올리며 업계와 사용자 모두에게 일상의 기기로 거듭날 것입니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인 '갤럭시 XR'을 선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합작해 만든 갤럭시 XR은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폼팩터다. 구글, 퀄컴과 '안드로이드 연합군'을 구축한 삼성은 향후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는 XR 시장에서 강력한 AI 기능과 풍부한 콘텐츠로 판도를 바꾼다는 방침이다.
기획부터 개발까지 '원팀'…삼성, 메타·애플에 '도전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갤럭시 XR'를 공개했다. 당초 '프로젝트 무한'으로 불린 신제품은 삼성,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한 상용 기기다.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융합을 통해 차세대 모바일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제품은 사용자가 물리적 제한없이 확장된 3차원의 공간에서 음성, 시선, 제스처 등으로 콘텐츠와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특히 멀티모달 AI에 최적화돼 사용자에게 더욱 깊이 있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고 정보를 탐색하거나 엔터테인먼트 감상에 있어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가령 구글의 대화형 AI 제미나이와 제미나이 라이브가 지원돼 사용자의 시야·음성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맥락 기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음성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검색하고 시선·손짓으로 재생할 수 있으며 여러 영상이나 스포츠 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 포토·지도·유튜브 등 기존 안드로이드 앱도 그대로 지원된다.

또한 신제품은 두뇌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Gen2' 칩셋이 탑재됐다.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4K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고해상도 패스스루 카메라(2개), 공간·동작 인식 카메라(6개), 안구 추적 카메라(4개) 등 정밀한 화면·동작 인식 기술도 들어갔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장(부사장)은 "갤럭시 XR은 업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구글과 같은 업계 선두 파트너사들과 XR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XR 시장은 올해보다 내년 2배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XR 기기를 대중화하고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끌어내 더 많은 혁신의 시작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그간 XR 시장은 무게, 가격, 콘텐츠 부족 등의 한계로 정체된 상태였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X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은 시장의 대중화를 목표로 신제품의 설계와 가격에서 모두 접근성을 높였다. 누구나 부담없이 신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 XR 생태계를 더욱 투텁게 키운다는 전략이다.
실제 갤럭시 XR의 출고가는 269만원으로 경쟁사 애플 '비전프로'(약 490만원)보다 45% 이상 저렴하다. 초도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5만~10만대를 점치고 있다. 무게 역시 비전프로가 약 600g인 반면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해 545g로 가볍다.
김정현 MX사업부 CX실 부사장은 "이번 갤럭시 XR은 단순히 판매 성과보다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구글, 퀄컴과 함께 XR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 제품관리 총괄은 "삼성과 구글이 오랫동안 협업했지만 갤럭시 XR은 전대미문의 콜라보"라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까지 '원 팀'이 돼서 개발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조선·의료 등 B2B로 영역 확장…스마트 글라스 개발 속도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을 계기로 기존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를 넘어 기업과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의 영역 확장을 예고했다. 이미 삼성중공업과 신제품을 활용한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했다.
이 솔루션은 신입 엔지니어가 가상의 공간에서 선박엔진 검사 등을 충분히 훈련한 후 실전 투입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교육 분야에서도 XR 기반 시뮬레이션과 패키징, 진열 테스트 등 실무 협업이 진행 중이다. 간담회에선 마취과 의사가 기관 삽관술을 XR로 반복 훈련하는 의료 시연도 공개됐다. 현실과 가상의 간극이 줄어드는 만큼, 위험도가 높은 작업의 표준화·평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유통 분야에서는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쿠키 브랜드 오레오와 협업한 패키지 디자인 과정도 공개됐는데 실제 매장 환경을 가상으로 시각화해 제품 진열 방식을 조정하고 테스트할 수 있었다.
김정현 MX사업부 CX실 부사장은 "갤럭시 XR의 프로젝트명이 '무한'이었던 이유는 무한한 시장 가능성을 열 수 있을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 였다"며 "향후 더 많은 파트너사들과 에코 시스템을 만들고 기술적 협력에 나설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와 대화하는 것과 같은 상호작용을 위해 환경, 제스처, 시선 표정 등을 즉각적이고도 정확히 이해하도록 완전히 새로운 인식 시스템을 재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 글래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XR을 시작으로 더욱 몰입적이고 멀티모달한 경험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와비 파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타일·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정현 부사장은 "XR은 AI가 접목될 때 가장 몰입감 있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줄 수 있다"며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디바이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획 단계부터 폼팩터(형태) 확장성을 고려했다"며 "패션, 시력 등 시장 특수성과 다양한 채널을 고려해 스마트 글라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김기환 MX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 개발팀장 부사장은 "갤럭시 XR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사용자들의 피드백과 니즈에 맞춰 폼팩터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메타와 애플이 주도하던 XR 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XR 기기 시장은 메타가 점유율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소니(6%), 레이네오(5%), 애플(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경쟁사 애플도 같은날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독일 등에 비전 프로 신형을 출시했다. M5 칩과 듀얼 니트 밴드를 탑재했으며 저장 용량은 256GB, 512GB, 1TB다. 한국과 대만에는 추후 출시될 예정이다. 출고가는 3499달러(약 500만원)부터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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