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리그 최강 마운드를 자랑했던 팀이 맞나 싶다. 한화 이글스가 KT에게 3연전 스윕패를 당하며 팀 평균자책점 9.00까지 치솟았다. 리그 최하위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3.55로 10개 구단 1위였던 그 팀이다. 지금 제 몫을 하는 투수는 류현진과 조동욱 단 2명뿐이다.
5경기 49실점

숫자가 충격적이다. 개막 5경기에서 49점을 내줬다. 경기당 9.8실점. 가장 적게 실점한 경기가 29일 키움전인데, 그때도 4점을 내줬다. 나머지 4경기에서는 도합 45점을 헌납했다.

세부 수치는 더 심각하다. 5경기에서 내준 볼넷이 36개로 리그 최다. 몸에 맞는 공(7개)도 마찬가지다. 타석당 볼넷 비율 14.5%는 10개 구단 꼴찌. 경험 부족한 신인급 투수들만 그런 게 아니라, 주축 투수들까지 집단적으로 제구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밥값하는 투수는 2명

그나마 제 몫을 하는 투수는 조동욱(평균자책점 0.00)과 류현진(1.80) 정도다. 나머지는 숫자를 보기가 두렵다.

에르난데스 7.71, 문동주 11.25, 정우주 13.50. 마무리 김서현과 박상원, 엄상백은 나란히 27.00을 기록 중이다. 27.00이라는 숫자는 1이닝당 3점씩 내준다는 뜻이다.
불펜이 무너졌다
1일 KT전이 대표적이었다. 류현진이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버텼는데, 불펜이 일제히 무너졌다. 박상원 1이닝 3실점, 정우주 0이닝 1실점, 윤산흠 1이닝 1실점, 강건우 0이닝 1실점. 마무리 김서현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실점하며 내려왔다.

타선이 분발해 11-11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9회 김도빈이 또 3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최종 스코어 11-14.
2일 경기도 같은 패턴이었다. 문동주가 4이닝 7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고, 뒤를 받친 김종수(1⅓이닝 1실점), 원종혁(0이닝 5실점), 강건우(3⅔이닝 2실점)도 누구 하나 깔끔하게 막지 못했다.
도합 33승이 사라졌다

사실 이 사태는 겨울부터 예고돼 있었다. 지난해 마운드를 이끌었던 코디 폰세(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와 라이언 와이스(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가 나란히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도합 33승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백호 영입 과정에서 한승혁이 보상선수로 KT행을 택했고, 좌완 김범수는 FA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제 몫을 한 불펜 자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신인들이 감당하기엔

빈자리를 신예로 채우려 했지만 성과가 없다. 2일 경기에서 신인 좌완 강건우가 이틀 연속 등판해 3⅔이닝 동안 70구 넘게 던지는 장면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1일에는 박재규가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한 당일 1군에 합류해 또 등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부상자도 속출

설상가상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화이트가 햄스트링 파열로 최소 6주 이상 이탈했다. 어깨 통증을 안고 시즌을 시작한 문동주는 아직 100%가 아니고, 78억원짜리 엄상백은 팔꿈치 통증으로 1경기 만에 이탈했다.

100억 FA 강백호 영입으로 타선이 강력해진 건 분명하다. 팀 홈런 8개 리그 2위, 팀 OPS 0.873으로도 2위다. 하지만 아무리 타선이 열심히 점수를 내도 투수진이 그보다 더 많이 내주면 이길 수 없다. 지금 한화가 딱 그렇다.
이게 시즌 초반 일시적 시행착오면 좋겠지만,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커 보여서 걱정이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