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제약의 삼촌과 조카 간의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동성제약이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나원균 대표이사의 해임안이 부결돼서다. 이양구 동성제약 전 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노렸던 만큼 이번 주총 결과는 이 회사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원균 대표 해임안, 특별 결의 요건 불충족
12일 동성제약에 따르면 제69기 임시주주총회에서 △나원균 대표와 원용민 이사, 남궁광 사외이사 등 현 이사 3명 해임안을 상정했으나 특별 결의 요건 불충족으로 안건 철회됐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 2440만8359주 중 55.1%에 해당하는 1344만6746주가 참석했다. 특별 결의 통과를 위해서는 출석 주식 수의 66.67%가 찬성해야 한다. 사실상 양측 모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은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주총 소집권자이자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이번 안건들을 자진 철회했다. 다만 △유영일·함영휘·이상철 등 사내이사 후보 및 원태연을 포함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의 건은 일반결의 요건에 부합하면서 가결됐다.
이번 해임안 부결로 나원균 대표의 경영권은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나 대표는 동성제약의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가전 인수합병(M&A)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날 주총 현장에서 만난 나 대표는 <블로터>와의 취재에서 “저는 관리인으로서 채권자와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상장사로서 거래가 신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의 회생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회생법원에서 내리는 지시에 따라 인가전 M&A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주주 측근들 이사회 합류…분쟁 재점화 가능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이 전 회장에게 지분 전량을 물려받은 브랜드리팩터링은 지분 11.16%로 최대주주다. 나 대표의 지분은 2.88%에 불과하다.
물론 나 대표가 법정관리인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으나 지분에서는 브랜드리팩터링 측에 크게 밀린다. 특히 이날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들이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조만간 나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 역시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동성제약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재무적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성제약은 심각한 자금난과 단기 부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동성제약의 부채비율은 265.1%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1% 증가했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려면 현금 등 유동성을 총동원해야 하지만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6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나 대표는 “동성제약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내년 5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만큼, 신속한 거래 재개를 목표로 회생계획을 수립하는 데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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