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봄-여름 남성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섹시하다

2024년 봄-여름 컬렉션은 근육 덮인 살갗을 훤히 드러내며, 2000년대 힘보의 초남성적 섹시함을 소환했다.

2년 전, 우리는 남성복이 그 어느 때보다 동성애적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화려한 소프트 보이(soft boi) 스타일이 런웨이를 색으로 물들인 것에 주목해, 이것이 실제 모든 남성의 옷장에까지 도달할지 궁금해했다. 결론은, 그러지 않았다. 남성복에서 러플, 드레스, 진주는 중성적이거나 여성적인 게이, 그리고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등 부드럽게 흐트러진 헤어 스타일을 한 몇몇 유명 인사들의 전유물로 남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샬라메의 베니스 영화제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룩에서 영감받은 K2 홀터 톱을 입게 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섹시한 미학은 패션계를 점점 장악해 왔다. “이게 치마야 벨트야?” 싶을 부모들의 못마땅한 질책을 불러일으키는 미니 스커트부터, 곧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네이키드 드레스(naked dress)에 이르는 트렌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섹시함은 남성복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Ludovic de Saint Sernin)은 최신 컬렉션 ‘LUST’를 레이스업 브리프, 노출이 많은 실크 라운지웨어, 본디지에서 영감받은 주얼리로 채웠다. 꾸레쥬(Courrèges)는 유두와 챕스(chaps)의 향연을 펼쳤고, 버버리(Burberry)와 사울 내쉬(Saul Nash)에서는 손바닥만 한 브리프를 선보였다. JW 앤더슨(JW Anderson)과 윌리 반데페르(Willy Vanderperre)에서는 티셔츠와 볼캡에 뻔뻔하게 성기를 새겨 넣었다.

물론, 이와 같은 남성복의 해방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1960년대 보수주의에 맞서 젊은 세대 사이에 팽배했던 반항의 기운은 남성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딱 붙는 박서 브리프부터 배를 드러내는 크롭 톱과 스키니 진에 이르는 섹시한 스타일의 선풍적인 시작을 알렸고, 그 트렌드는 이후 수십 년간 이어졌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프린스(Prince),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같이 묘한 성정체성을 가진 팝 스타들은 발칙한 재치로 유명했다. 이들은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조끼와 엉덩이를 드러내는 팬츠를 입었고, 뮤직비디오 속에서 몸에 꼭 맞는 점프수트를 입고 동성애적인 추파를 던지곤 했다.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헬무트 랭(Helmut Lang)과 같은 디자이너들은 누가 봐도 섹슈얼하고 자유분방한 남성복을 런웨이에 올렸으며, 톰 포드(Tom Ford)의 악명 높은 구찌(Gucci) 캠페인은 포르노에 방불했다.

그동안 섹시한 미학의 초점은 옷보다 그 옷을 입은 조각 같은 몸에 있었다. 이는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의 캘빈클라인(Calvin Klein)캠페인과 건장한 남성들이 웃통을 벗은 채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and Fitch) 매장 앞을 진치던 것이 증명하듯, 90년대와 2000년대에 이르러 정점을 이뤘다. 2010년대 중반에 다다라 유니섹스 패션이 관심을 모으게 됨에 따라, 미투(#metoo) 운동의 시작과 함께 전통적인 남성성은 힘을 잃었고, 머지않아 힘보(himbo)와 조크(jock)를 향한 찬미도 끝이 났다.

하지만 남성성에 대한 강렬한 비전은, Y2K의 부활과 맞물려 2024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 런웨이에서 되살아났다. 패션에서 초남성성에 관한 탐구는 언제나 동성애적인 어조를 품어 왔지만, 이번 시즌에서 더 돋보였다. 이는 길에서 말을 걸어오는 섹시한 여자가 사실 게이 포르노 스카우터였음을 알지 못하던 2000년대의 무지한 힘보 파티 보이 이미지가 보여 주는 어조와는 약간 다른 것이었다. 오히려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 시즌 2 속 우직한 잭(Jack)이나 이 남자들이 가진 결과 비슷했다.

그 결과, 2023년 패션계는 초남성성의 현주소와 그것이 동반하는 섹시함을 탐험하게 됐다. 종종 노골적인 룩을 선보여 온 디스퀘어드(DSquared2)는 최신 컬렉션에서, 온리팬스(OnlyFans)나 포르노 사이트가 성행하는 시대에 남성 성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너그러워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 동성애적인 컬렉션에서 남성들은 깊은 브이넥의 크롭 톱 아래로 빨래판 같은 복근을 뽐냈다. 이들은 ‘매직 마이크(Magic Mike)’ 속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 코스프레라도 하듯 불룩한 팔뚝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청바지를 찢어 버렸다. 엉덩이에 ‘페이 가이(pay guy)’가 적힌 로우라이즈 브리프 룩은, 핫하기보단 오글거리는 트위터 영상 속의 게이 연기를 업으로 하는 이성애자, 게이 포 페이(gay-for-pay) 근육남과 이들이 햇살 좋은 리조트에서 소위 후방 주의 영상을 찍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80년대 마초를 떠올리는 모델의 허리를 반짝이는 입술 로고가 장식했고, 양말에 축구화를 신은 두 모델은 ‘시프레디의 하드 아카데미(Siffredi’s Hard Academy)’라고 새겨진 하얀 속옷 한 장을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포르노 대학교에 관한 음란한 동명의 2016년 TV 쇼를 레퍼런스 삼은 것이었는데, 쇼를 진행하는 하드코어 포르노 슈퍼스타 로코 시프레디(Rocco Siffredi)는 직접 런웨이에 서기도 했다.

마틴 로즈(Martine Rose)에서는 보기 드문 하이라이즈 속옷을 선보이는 한편, 치명적인 남성성을 풍기는 모델들에게 레이스를 덧댄 얇은 란제리 스타일 조끼를 입혀 가슴을 훤히 드러내게 했다. 굼허(GOOMHEO)는 속옷만큼 짧은 가죽 쇼츠에 데님 조끼를 매치해, 보도 자료를 통해 직접 인정했듯 “할리 호그(Harley hog)를 타는 과격한 근육남”을 표현했다. 조던루카(Jordanluca)도 짧은 셔츠를 선보였다. 가랑이 부분의 가로 지퍼 디테일은 열었을 때 벌린 입을 연상시켰다. 켄(Ken) 인형이 입을 듯한 탱크탑은 시스루에 가까운 하얀 면과 식물 프린트의 메시 소재로 소개됐는데, 둘 다 퀴어 파티 룩으로 제격이다.

꾸레쥬는 살갗이 비치는 바디수트와 함께, 게이 일러스트레이터 톰 오브 핀란드(Tom of Finland)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가죽 팬츠와 가죽 완장 스타일을 보여줬다. 청바지와 흰 티셔츠 룩은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속 프레디 머큐리의 상징적인 룩과 닮아 있었다. 펜디(Fendi)는 2024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비키니 컷 폴로 바디수트와 홀터 셔츠를 선보였다. 공구로 장식한 워크웨어에서는 그 이상의 에너지가 느껴졌는데, 그것은 관능적인 도예가가 흙을 빚고 때리는 틱톡(TikTok) 영상이 주는 에너지와 흡사했다. 프랑스 패션학교(Institut Français de la Mode) 학생 지아웨이 한(Jiawei Han)은 네이키드 수트(naked suit)를 내놓았다. 피부 톤의 블레이저와 바지는 켄 인형을 떠올리며, 힘줄이 도드라지는 알통, 지나치게 많은 복근, 허전한 가랑이 디자인이 특징적이었다.

이러한 옷들은 이전 시즌의 화려한 스타일보다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비교적 쉬워 보인다. 폴 메스칼(Paul Mescal)과 해리 스타일스, 마일로 벤티밀리아(Milo Ventimiglia)는 한 뼘 길이의 쇼츠를 즐겨 입었고, 찰리 푸스(Charlie Puth)와 마이클 치미노(Michael Cimino), 펜 배즐리(Penn Badgeley)는 속옷이나 회색 스웨트팬츠 차림, 혹은 맨발로 그들의 남성성을 소셜 미디어에 한껏 과시했다. 전통적인 남성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 한때 남성성의 표상이라 여겨지던 남자들은 정말로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드러낼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디스퀘어드가 19금 시각으로 성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변화를 조명한 것부터, 남성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하려는 마틴 로즈의 시도, 그리고 지아웨이 한의 터무니없을 정도로 저돌적인 묘사에서 찾아볼 수 있듯, 현재 패션 디자이너들은 남성성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있다.

섹시한 초남성적 패션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남성복에서 여성적이거나 양성적인 표현을 희생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힘보는 당당하게 섹슈얼리티를 자랑할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으며, 주로 퀴어 디자이너들의 인도를 받고 있다. ‘남성적’인 남성은 결코 악당이 아니다. 설령 아직도 오해를 피해 옆 사람과 멀찌감치 떨어져 소변을 보는 화장실의 불문율을 따르더라도, 이들은 자신의 섹슈얼리티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들은 ‘바비(Barbie)’를 보러 가기 위해 핑크 액세서리를 빌리고, 영화를 보며 주저 없이 눈물을 보인다. 해리 스타일스 노래를 듣는 것은 물론이다.

에디터 Tom Geo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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