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끝, 재무제표에는 어떤 흔적을 남길까?

두 집안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웃들은 혼란과 씁쓸함을 느낀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의 얼굴을 피하고 갈라지는 순간을 지켜보며, 누구의 잘못인지 묻기보다는 그저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결국 이웃들은 조용히 거리를 두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 두 집안에 남을 깊은 상처에 혀를 찬다.

지난 8월,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 / 고려아연

외부의 적대적 M&A가 아니라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은 형제간, 아는 집안 사이에 벌어지기 때문에 다소 감정적이다.

반면 기업 경영권 분쟁은 주식투자자에게 복잡하고 다면적인 생각에 빠지게 한다. 주식 투자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변하게 할지 고려하지만 우선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높아 몰려드는 단기 트레이더와 시장의 반응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역시 경영권 분쟁 → 주가 상승 → 결론(승자 확정) → 주가 회기(하락)의 수순을 밟을지 주식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그렇다면 이 과정 속에 기업 가치에 어떤 직접적인 변화가 있을지 예측해야 한다.

경영권 분쟁 진행 중 양측(영풍 장氏 집안 VS 고려아연 최氏 집안)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지분을 모으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의 심지어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계열사 지분까지 경쟁 매수를 진행 중이다.

2024.10.17 공시 공개매수결과보고서. / DART

MBK 사모펀드를 동반한 영풍 장氏 집안은 9172억 원을 들여, 지분율을 38.47%까지 올렸다고 공개매수결과보고(2024.10.17) 공시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최氏 집안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여, 주주가치를 상승시키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여기도 베인캐피탈(Bain Capital)과 공동 진행할 예정이라며 약 17%의 지분을 자사주로 취득해 주식을 소각한다고 발표했다.(2024.10.11 공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공개매수, 자사주 취득 결정 등은 주가를 올려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을 9월부터 상승시켰다. 당장은 상승하는 주가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순 없지만 고려아연 기존 주주라면 재무제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점검해야 한다.

우선 10.28까지 예정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로 다음과 같은 재무제표 변화를 유발한다.

2024.10.11 공시 주요사항보고(자기주식 취득). / DART

자사주 매입을 위해 고려아연이 현금을 사용하게 되므로 기업의 유동자산 특히 '현금및현금성자산'이 감소한다. 자사주 매입 후, 해당 주식은 보통 '자본' 항목에서 차감되므로 재무제표 상 자본항목 숫자도 준다. 특히 자사주 소각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주식 매입 금액의 크기에 따라 자본총계에 영향을 미친다. 고려아연주 액면가보다 높은 공개매수 가격 때문에 시세차액이 더 커져 자본조정이 필수다. 그리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며, 동일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EPS(주당순이익)의 증가를 야기한다. 또 자본이 줄어들면서 동일한 순이익 대비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상승한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지표는 원래 경영 효율성 기준이나 고려아연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2024.10.17 고려아연 주가 차트. / 네이버금융

고려아연 주가상승으로 시가총액이 급등했고, 기존 주주들(3만9303명 2023.12말 기준)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증가하게 된다. 얼마나 좋을까? 언제 팔아야 하지, 꽃놀이 패를 들고 있어 보이지만 ‘주가는 기업가치에 회귀한다’는 걸 고민한다. 급등한 만큼 이후 주가가 급락했을 경우, 계속 고려아연 주주로 남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물론, 이번 계기로 그동안 숨겨진 고려아연의 진가가 드러났다고 시장이 앞으로 고려아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기업이 이제는 모두가 아는 우량한 회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지금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거품인지 다시 한번 계산할 것이다.

2024년 고려아연 반기보고서 재무상태표. / DART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2024년 고려아연의 반기보고서 기준 자산총계는 13조3000억원이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 자본항목의 숫자 변화가 가장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현금 보유량이 줄고 내년에는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은행이자와 같은 금융비용 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잘 경영되어 높은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부담 요소로 남을 수 있다.

누구나 경영권 분쟁 이후를 '승자의 저주'로 예측할 수 있다. 당분간은 고려아연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경영권을 갖게 된(확보한) 측은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달래야 한다. 두 집안의 싸움을 쳐다보는 이웃들의 씁쓸함을 달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