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줄리'의 침묵, 언제 입이 열릴까?

[영화 알려줌]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관람작 ①

▲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야외 상영 ⓒ 부산국제영화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 2일 개막해 11일까지 열린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의 주요 외국 수상 및 출품작을 비롯해 국내 감독의 새로운 작품들도 선보여, 영화 팬들의 굶주림을 채울 좋은 기회가 됐다.

188편의 초청작이 상영된 가운데, 지난 7일을 기준으로, 총 587회차 상영 중 286회차가 9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영화 팬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여기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는 프로듀서허브와 AI 콘퍼런스가 신설되어 전 세계 세일즈사의 관심을 유도했다.

그리고 6일 열린 아시아콘텐츠어즈 & 글로벌OTT어워드를 통해 아시아 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재확인했다.

일반 상영을 통해 주요 상영작을 관람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릴레이로 소개한다.
1. <줄리는 침묵한다>
- 섹션 : 월드 시네마
- 감독 : 레오나르도 반 디지
- 출연 : 테사 반 덴 브로크, 로랑 카롱, 클레어 보드손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테니스 아카데미 유망주인 '줄리'(테사 반 덴 브로크)가 벨기에 테니스 연맹(BTF)의 스카우트 테스트를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0대 여성 선수와 성인 남성 코치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코치의 제자인 '줄리'는 계속해서 폭로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영화는 이 과정을 롱테이크로 담아내면서, 오히려 침묵하지 않기를 강요하는 것도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서서히 '줄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닫는 순간을 포착한다.

올해 열린 칸영화제에서 SACD상, Gan재단 배급상을 받은 작품으로, 다르덴 형제와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벨기에 대표로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출품됐다.

▲ 영화 <다호메이> ⓒ 부산국제영화제
2. <다호메이>
- 섹션 :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 감독 : 마티 디옵
- 등급 : 12세 관람가

2021년 11월, 파리 케 브랑리 박물관이 보유한 다호메이 왕국(현재의 베냉)의 보물 26점을 본국으로 반환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올해 열린 74회 베를린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으로, <애틀란틱스>(2019년)를 연출한 마티 디옵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왕실의 주요 보물인 '게조 왕'(아이티의 작가 마켄지 오르셀이 내레이션을 맡았다)에게 소감을 나누게 해주며, 작품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서구 열강이 강탈한 문화유산이 '정치적 이미지' 개선으로 본국에 반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영화에는 등장한다.

한국도 <직지심체요절>처럼 프랑스로부터 받아야 할 문화유산이 많기에, 언어를 빼앗길 수도 있었던 식민 역사가 있었기에 관객에게 공감이 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 영화 <회색 벌들> ⓒ 부산국제영화제
3. <회색 벌들>
- 섹션 : 월드 시네마
- 감독 : 드미트로 모이세예프
- 출연 : 빅토르 즈다노프, 블라디미르 얌넨코, 막심 부르라카 등
- 등급 : 12세 관람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회색 지대'에 있는 두 주민의 일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인이든, 러시아인이든,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민간인'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보여준 작품.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출신의 드미트로 모이세예프 감독은 "상영 전에 역사적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 전쟁은 2022년이 아니라 2014년에 시작됐다. 그 사실 하나만 기억하고 봐 달라"라는 말을 상영 전 인사를 통해 전했다.

양국의 전쟁과 갈등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대목으로,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담은 타 영화(다큐멘터리 포함)와는 다른 지점이었다.

롱테이크로 구성된 화면을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어지는 '인간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 부산국제영화제
4.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 섹션 : 플래시 포워드
- 감독 : 루이즈 꾸르보와지에
- 출연 : 클레망 파보, 루나 개럿, 마티스 베르나르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10대 후반의 소년이 먹고 살기 위해, 우승 상금 30,000유로의 치즈 만들기 경연 대회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섹션에서 유스상을 받은 작품으로, 루이즈 꾸르보와지에 감독은 "친구들과 언제나 놀고 마시는 게 일이던 소년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라면서, "고향에서 지역 사투리를 쓰는 비전문 연기자들과 함께 촬영했다.

그래서 더 진실된 내 진심이 잘 담긴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영화의 배경은 '쥐라기'의 어원이 된 쥐라 지역으로, 영화는 화석 같지 않고 갓 나온 우유처럼 신선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한편, 영화의 영어 제목은 'Holy Cow'로, '젠장'의 의미가 담겨 있음과 동시에 작품의 배경인 '낙농업'과도 잘 연결되어 있다.

▲ 영화 <바늘을 든 소녀> ⓒ 부산국제영화제
5. <바늘을 든 소녀>
- 섹션 : 월드 시네마
- 감독 : 매그너스 본 혼
- 출연 : 빅토리아 카르멘 손느, 트린 디어홈, 바시르 세시리 등
- 등급 : 15세 관람가

1차 세계대전 기간에 군수 물품을 만드는 방직 공장에서 일을 하던 '카롤리네'(빅토리아 카르멘 손느)가 겪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참전한 남편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미망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얻지 못한 '카롤리네'는 공장 사장과 만나 임신을 하게 되지만, 사장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혼인을 반대한다.

그사이 전쟁을 마치고 흉한 얼굴로 돌아온 남편마저 떠나보낸 '카롤리네'에게 고난이 찾아온다.

올해 열린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의 덴마크 대표로 출품됐다.

안데르센의 나라답게, 한 편의 잔혹 동화로 읽히는 작품이지만,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흑백 영화의 제작 문법을 잘 따른 화면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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