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부숴버리고 싶다” 일본車 타는 죄?…‘차원이 다른 고민’ 속사정 [왜몰랐을카]
신형 어코드·CR-V 하이브리드 인기↑
“고장나지 않으니 오히려 짜증난다”
5천만원대시장서 현대차·기아와 경쟁
경기불황 직격탄을 맞은 수입차 시장에서는 일본차가 부러움과 질투심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BMW·벤츠·아우디·포르쉐 등 독일차는 불황으로 판매가 감소했지만 일본차만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차(테슬라 제외) 판매대수는 17만1114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감소했다.
수입차 판매 1위인 BMW가 전년동기보다 3.6%, 벤츠가 11.6% 각각 감소한 게 타격을 줬다.
BMW·벤츠와 함께 독일 삼총사로 불렸던 아우디는 53.7% 급감했다. 지난해 연간 1만대 판매 클럽에 가입했던 포르쉐도 32.7% 줄었다.
미국차는 28.5%, 프랑스차는 48.5% 각각 감소하는 등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8.5%에서 11.2%로 늘었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1대 이상이 일본차라는 뜻이다.
일본차 브랜드 중 혼다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누적 판매대수는 1971대로 전년동기의 814대보다 142.1% 폭증했다. 25개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를 달성했다.
혼다가 수입차 시장 침체기에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 비결은 하이브리드(HEV) 신차, 내구성, 서비스, 가격 경쟁력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데 있다.
시기도 딱 좋았다. 하이브리드(HEV) 적이었던 전기차(EV)의 구매열풍이 충전·안전 문제에다 비싼 가격, 보조금 축소, 전기료 인상, 중고차 가치 불안 등으로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늪에 빠져서 헤매고 있는 동안 퇴물 취급받던 하이브리드카가 다시 친환경차 대세가 됐다. 토요타와 함께 HEV 양강체계를 구축한 혼다에 기회를 제공했다.
어코드 HEV는 올 1~9월 673대 판매됐다. 전년동기에는 13대에 불과했다. CR-V HEV도 전년동기에는 201대 팔렸을 뿐이지만 올해는 1312대 판매됐다.
자동차의 적은 시간이다. 탈수록 탈나기 마련이다. 차량 품질과 애프터서비스 품질이 중요한 이유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뒤에도 고장이 잘 나거나 유지비가 많이 드는 수입차는 운전자에게 스트레스 그 자체다.
혼다 차종은 내구성이 우수해 ‘상대적으로’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EV는 고장으로 속 썩을 일이 적은데다 연비도 뛰어나 유지비 부담을 덜어준다.
‘누가 부숴주지 않나’, ‘몰래 부숴버리고 싶다’며 내구성의 폐해(?)를 말하는 차주들도 있다.
우수한 내구성 비결은 혼신을 다해 제품을 만든다는 ‘모노즈쿠리’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업 전통과 혁신보다는 개선을 중시하는 장인정신의 핵심인 ‘가이센’(改善, KAIZEN)에 있다.
모노즈쿠리와 가이센은 변화와 변혁의 시기에는 단점으로 작용해 전기차 전환을 늦추고 편의성 향상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품질 측면에서는 일본차의 경쟁력을 높여준 장점이다.
어코드(HEV)는 4440만원(5340만원), CR-V는 4260만(5240만원)에 판매된다. 체급은 작지만 각각 그랜저, 쏘렌토·싼타페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5000만원’은 프리미엄 차종 구매자들이 예산으로 많이 책정하는 가격대다.
국산차와 프리미엄 수입차 틈새에 해당하는 가격대로 경쟁차종이 많지 않아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높은 일본차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는 2010년대 국내에서 우수한 내구성과 품질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며 판매 상위권에 항상 올랐던 브랜드”라면서 “수입차 시장이 프리미엄 차종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도 우수한 내구성·서비스·가성비를 앞세워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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