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이 된 손주가 집에 와서 뜻밖의 부탁을 했습니다. 할머니 젊을 때 사진을 한 장 달라는 것이었습니다.무엇에 쓰려는지 몰라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유를 듣고 나서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앨범을 꺼낸 오후
손주는 서랍에 있던 낡은 앨범을 먼저 꺼냈습니다. 흑백 사진들을 넘기며 이건 언제 찍은 거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한 장씩 설명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손주는 그중 한 장을 골라 들었습니다.

손주가 밝힌 이유
학교에서 가족의 옛 사진을 가져오는 숙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꼭 할머니 사진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왜 하필 이 사진이냐고 물으니 대답이 단순했습니다. 할머니가 제일 멋있게 나왔기 때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시 꺼내 본 시간
손주가 돌아간 뒤에도 앨범을 한참 더 넘겨 보았습니다. 잊고 지내던 얼굴과 장면들이 줄줄이 따라 나왔습니다. 오래된 사진은 그저 과거가 아니라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손주 덕분에 제 젊은 시절을 다시 만난 셈이었습니다. 앨범을 서랍 맨 위 칸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옛 사진은 꺼내 놓는 순간부터 가족의 대화가 됩니다. 손주에게는 교과서보다 생생한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오늘은 오래된 앨범을 한 번 꺼내 보시면 어떨까요.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그 안에 잠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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