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풀스택(Full stack)은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단행 중인 KT의 숨은 잠재력으로 꼽힌다. 풀스택은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제품 개발 능력이다. 국내에서 AI 풀스택 환경을 갖춘 기업은 아직 KT가 유일한데, 이 점이 추후 KT의 시장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T는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AI 전략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KT의 초거대 AI '믿음(MIDEUM)'과 AICC(인공지능 컨택센터), 물류 AI 등의 기술력과 사업 비전이 집중 공개됐다.
믿음은 서비스 적용 분야가 제한적인 기존의 규칙 기반(Rule base) AI와 달리 범용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초거대 AI다. 초거대 AI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규모·고성능 AI이므로 최근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분야다. KT는 믿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례를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협업 융합 지능', 최소한의 데이터로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능력,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고 인간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AI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믿음을 기반으로 국내 육아상담 권위자 오은영 박사와 AI로 상담할 수 있는 '오은영 AI 육아상담 서비스'가 시연됐다. 사용자가 지니TV의 음성대화 기능으로 다양한 육아 관련 고민을 나누면 AI 오 박사는 이에 대한 공감을 제공하며 오 박사의 저서와 육아 콘텐츠에서 해법까지 찾아 제시해주는 형태다.

KT의 AI 기반 디지털 물류 솔루션 3종과 시범 도입 성과도 공개됐다. 디지털 물류의 핵심은 AI가 화물 운송, 중개, 재고관리 등 측면에서 세밀한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 업계의 물류비용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KT는 자사의 디지털 물류 솔루션을 GS리테일에 시범 도입한 결과 화물차 운행거리는 최대 18% 단축, 비용효율성 15% 개선, 탄소배출량 20% 절감 등의 효과를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KT는 물류 시장의 단계별 AI 전환을 통해 2025년까지 디지털 물류 사업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를 제시했다.
또 서비스 시작 3년만에 사업 수주액 총 3200억원을 달성하며 순항 중인 KT의 AICC(인공지능 컨택센터) 사업은 올해 12월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인 에이센 클라우드(A'cen Cloud) 출시가 예고됐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자 접근성이 향상되면 보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KT의 AICC 잠재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KT는 이날 그동안 다진 AI 기술,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산업의 DX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자사 디지코 전략의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다.
AI 풀스택 확보, 돈 되는 AI 사업의 첫걸음
하지만 수익화 가능한 AI 사업을 위해선 서비스 개발 및 운영 비용 절감이 필수다. 지금의 초거대 AI는 기존 AI 대비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지만 막대한 운영비가 단점으로 꼽힌다. AI 연산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수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 이를 가동하기 위해 전력이 대량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범용인 GPU와 달리 오직 AI 연산에만 특화된 'AI 반도체'는 이 같은 자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하드웨어 측면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고가의 초거대 AI 구성을 최적화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도 AI 플랫폼 사업의 마진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다.
KT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기업 모레(Moreh), 올해 7월에는 AI 반도체 전문기업 리벨리온과 각각 동맹을 맺음으로써 국내 최초로 AI 풀스택 협업 환경을 구축했다. KT는 자체 기술 및 산학연 협력체인 AI 원팀에서 개발된 최신 AI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제공하고, 최적화된 인프라 구축은 모레와 리벨리온이 담당하는 형태다.
AI 기술·서비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부문별 역량이 어우러진 풀스택 환경은 경쟁사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산업군의 AI화, 더 나은 수익화 구조의 AI 사업 영위에 필요한 잠재력을 제공한다. 이는 KT가 AI 시장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이날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나 "가령 AI 오은영 박사와 대화 1회 서비스하는데 전기세를 포함해 1000원이 든다면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까진 유명 빅테크 기업도 트래픽이 발생할수록 오히려 돈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적어도 기업이 AI 서비스 트래픽이 많아 고민인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 외에도 비용 최적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벨리온도 KT와 전략적 동맹을 선택한 이유로 KT가 경쟁사 대비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인 점을 꼽았다.
한편 구현모 KT 대표 역시 이날 오프닝 발표에서 AI 시장 선점, 효율적인 AI 인프라 투자, 소프트웨어 혁신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그동안 KT가 1000억원짜리 사업을 만드는데 보통 50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몇몇 AI 사업은 18개월 정도가 걸렸다"며 "AI 경쟁력이 향후 10년의 경쟁력이고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대한민국 전체가 빅 아젠다로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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