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폴란드 공군 감찰관 이레네우시 노바크 소장이 한국의 KF-21 보라매 복좌형 전투기에 직접 탑승 비행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폴란드의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Defense24는 "폴란드는 미래 한국 전투기에 투자할까?"란 제목으로 폴란드의 KF-21 도입 가능성에 대한 분석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과연 폴란드는 왜 한국의 KF-21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 선택이 폴란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전 세계 전투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의 야심작 KF-21과 폴란드의 만남, 그 가능성을 Defense24의 기사를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전투기 개발 성공기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세계 항공우주 산업계의 이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5세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는 나라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시제기를 하늘에 띄우고 양산 계약까지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던 것이죠.

튀르키예의 KAAN, 인도의 AMCA, 프랑스-독일의 FCAS/SCAF, 영국-일본-이탈리아의 GCAP 등 수많은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들이 아직 기술 시연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이미 6대의 시제기를 모두 비행 시험에 성공시켰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22년 7월 첫 비행 이후 불과 2년 만인 2024년 7월에 첫 번째 양산 배치인 Block I 20대 생산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한국이 선택한 독특한 개발 전략에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5세대 전투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진화적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이죠.
또한 록히드마틴과의 협력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 균형잡힌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단계별 진화 전략, 그 치밀한 계획
KF-21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Block I, Block II, Block III로 이어지는 단계적 발전 계획입니다.
현재 양산이 시작된 Block I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주로 공대공 임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스텔스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은밀성을 갖추지는 못했고, 무장도 외부에 장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진정한 다목적 전투기로 거듭나는 것은 2028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Block II입니다.
이 버전은 다양한 신형 무기 체계가 통합되어 한 번의 출격으로 여러 종류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윙 롤'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KF-21 80대가 2032년까지 생산될 예정이며, 기존 Block I 기체들도 모두 Block II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계획입니다.
그리고 완전한 5세대(한국 측 표현으로는 5.5세대) 전투기로 완성되는 것이 Block III입니다.

내부 무장창을 갖춘 진정한 스텔스 전투기가 되며, 한국산 엔진까지 장착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아직 상당히 미래의 일로, 영국-일본-이탈리아가 공동 개발 중인 GCAP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폴란드가 주목하는 이유, 그 실용적 계산
그렇다면 폴란드는 왜 KF-21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요?
폴란드 공군은 2개 비행대대를 위한 32대의 새로운 전투기를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개발 중인 Block III를 기다릴 수는 없고, 미완성품인 Block I도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폴란드가 고려하는 것은 다목적 전투기로 완성되는 Block II인 것이죠.
KF-21 Block II는 최대 7.7톤의 무장을 10개 장착점에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는 F-16C/D와 비슷한 수준이며, F-35A보다는 약간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통합 가능한 무기 체계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공대공 미사일로는 유럽산 미티어, IRIS-T, 미국산 AIM-120 AMRAAM, AIM-9X 사이드와인더, 그리고 한국산 SRAAM-II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티어 미사일은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공대공 미사일 중 하나로, 러시아 전투기들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보장해주는 것이죠.
성능으로 본 KF-21, F-35와 F-15EX 사이의 위치
성능 면에서 KF-21은 어떨까요?
KF-21의 최대 속도는 마하 1.8로 F-35A의 마하 1.6보다 빠르지만,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마하 2.35나 F-15EX의 마하 2.5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운용 고도는 16.5km로 F-35A보다 1.5km 높고 유로파이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F-15EX나 러시아 전투기들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추진력 측면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KF-21은 두 개의 GE F414 엔진을 사용해 총 195.8kN의 추력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단일 엔진으로 190kN를 내는 F-35A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대 이륙 중량이 F-35A보다 4.5톤 가벼운 25.6톤이기 때문에, 추력 대 중량비에서는 KF-21이 우위에 있는 것이죠.
작전 반경은 1000km로 F-35A, F-15EX, 타이푼보다 20-25% 짧습니다.
하지만 폴란드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이며, 현재 폴란드 공군이 운용 중인 F-16보다는 훨씬 뛰어난 성능인 것입니다.
폴란드에게 KF-21은 어떤 의미일까
종합적으로 보면 KF-21 Block II는 F-35A보다 높은 고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며, F-15EX나 타이푼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작전 반경과 스텔스 특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폴란드가 원하는 제공권 확보용 전투기로서 충분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티어와 같은 고성능 유럽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러시아의 Su-35나 Su-57에 대응하는 데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비교적 새로운 설계라는 점에서 기존 4.5세대 전투기들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려사항도 있습니다.
2028-2032년으로 예상되는 인도 시기가 폴란드의 요구에 부합할지 의문이고, 초기 양산 기체의 기술적 성숙도도 검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이 폴란드에게 어떤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줄지가 불분명한 것이죠.
만약 미국과 유럽에서 전투기를 도입한다면 강력한 정치적 유대감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선택, 그 가능성과 과제
Defense24는 KF-21 도입의 단점으로 잠재적인 납기 지연, 설계 완성도의 미흡, 구매를 통한 정치적 이익 부족, 그리고 제조국과의 지리적 거리 등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단점들은 매력적인 경제적 제안과 산업 협력을 통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정비(MRO) 시설 이전과 부품 생산 참여 등의 기술 이전이 이뤄진다면 폴란드에게도 상당한 이익이 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21은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 전투기와는 다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의 F-35나 F-15EX, 유럽의 타이푼이나 라팔과는 또 다른 성능과 가격의 조합을 제공하는 것이죠.
때문에 폴란드 공군 감찰관의 시험 비행은 바로 이런 가능성을 직접 확인해보는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폴란드의 KF-21 선택 여부는 한국이 제시할 종합적인 패키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전투기만 파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기술 이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든 것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것이죠.
한국의 항공우주 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폴란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