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승진’ 오리온 3세 담서원, CJ·농심·삼양과 다른 경영 행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오너3세' 담서원 경영지원팀 전무가 2년 만에 승진했다. 입사 이후 3년5개월 만에 전무를 달며 오리온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제공=오리온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35) 씨가 입사 3년5개월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같은 또래인 식품 업계 오너3·4세가 주로 본업과 관련된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가운데, 담 전무는 오리온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가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그룹의 사업다각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3일 발표한 2025년 정기 인사에서 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오너3세인 담 전무는 현재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 지분을 각각 1.22%, 1.23%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현재 그는 사업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신성장사업 발굴 등 그룹 경영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2년 만의 승진으로 담 전무는 차기 후계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1989년생인 그는 뉴욕대를 졸업한 후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2년간 근무한 후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입사 1년5개월 만인 2022년 12월 상무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CJ·농심·삼양 ‘본업’ VS 오리온 ‘바이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신상열 농심 미래성장실장(전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 /그래픽=박진화 기자

최근 주요 식품 업계에서도 오너3·4세의 경영 전면배치와 고속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농심 3세인 신상열 미래성장실장은 최근 전무에 올랐고, 삼양 3세인 전병우 전략총괄은 지난해 상무로 발탁됐다. CJ그룹 4세인 이선호 미래성장실장은 2022년 임원으로 임명됐다. 이들 모두 199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담 전무의 차별점은 식품이 아닌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심, 삼양, CJ 3·4세가 본업인 식품과 연계된 신사업 발굴에 열심인 것과 대비된다. 신 전무는 펫푸드와 신사업 발굴 및 인수합병(M&A), 전 상무는 대체육과 푸드케어, 이 실장은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오리온은 2020년에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올해 초 5485억원을 투자해 신약 연구개발(R&D)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담 전무는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 합류해 바이오 사업에 본격 도전했으며, 인수 딜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전무는 매주 대전을 오가며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 사업은 특성상 식품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자비용이 크고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오리온이 사업다각화를 이루며 성장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인정받아 인수 전부터 주목됐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매출은 4800억달러(약 700조4160억원)였고 연평균 9% 성장해 오는 2029년에는 8063억달러(약 1176조55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담 전무의 바이오 사업 집중은 후계자로서 독자적인 입지와 인맥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식품사업은 안정적인 경영구조와 내부 네트워크가 이미 확립돼 있어 새로운 리더가 합류할 경우 내부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바이오 같은 신사업은 새로운 팀을 구성해 시작할 수 있다. 담 전무가 자신의 리더십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담 전무는 아직 젊고 경영 경험도 많지 않아 기존 사업보다는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신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성과에 대한 압박이 작기 때문에 경험을 쌓으며 독자적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