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NO.1’에 삐딱한 일본…감독은 “골글 2루수” 극찬

조회수 2023. 6. 5. 0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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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빛을 본 달빛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 다르빗슈 유(36)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대단한 투수임은 분명하다. NPB에서 93승을 거뒀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성공한 커리어다. 그러나 때를 잘못 만났다. 하필이면 오타니 시대다. 때문에 늘 뒷전이다. 강렬한 태양에 가려진다. 은은한 달빛만이 돌아올 뿐이다.

그런 그가 주연이 된 날이다. ML 통산 99승째를 올렸다. 7이닝을 거뜬히 막았다. 최대 97마일의 빠르기와 현란한 다양함으로 삼진 9개를 빼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115개의 투구 수였다. 상대는 이전 소속팀 시카고 컵스다. 스즈키 세이야(28)와 맞대결도 화제였다. 3타수 무안타로 완승이다. 삼진을 2개나 뽑았다. (한국시간 4일 파드리스-컵스전, 스코어 6-0)

많은 일본인 투수가 ML에 도전했다. 그중 100승 이상은 딱 한 명이다. 노모 히데오의 123승이 유일하다. 이제 두 번째 탄생을 눈앞에 둔 셈이다. 일본의 경사다. 대부분 매체가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 ‘최고의 투구술’ ‘50센티미터 넘게 변하는 마구’ ‘관록의 KO승’ 같은 수식이 쏟아진다.

반면 남다른 미디어도 있다. 디 앤서(The Answer)라는 온라인 매체다. 이곳은 이날 승리 요인 중 수비적인 측면을 제시했다. 제목이 좀 아슬아슬하다. ‘역시 아시아 NO. 1 내야수…다르빗슈를 구한 한국 김하성의 엄청난 수비에 일본인도 주목.’

넘버 1이라는 평가에 못마땅한 반응

내용은 대강 이렇다. ‘김하성 내야수가 슈퍼 플레이로 호투를 도왔다. (4회 멋진 수비 장면을 묘사하며) 기쁜 표정의 다르빗슈와 글러브 터치를 섞었다. mlb.com도 트위터를 통해 이 장면을 공유했는데, 일본 팬들의 감탄 일색이었다. 굉장한 수비다, 신(神)급이다, 아시아 최강 내야수다. 같은 반응들이었다.’

물론 틀린 말 하나도 없다. 결정적 호수비가 몇 개나 된다. 덕분에 고비를 넘기며 7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상당수 일본 독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예민하고, 날 선 반응도 적지 않다. 야후 재팬 댓글 창이 시끄럽다. 33개의 리플이 달렸다(5일 오전 현재). 찬반이 다투는 중이다.

일단 베스트 댓글이다. NPB 역사상 최고로 꼽히던 마쓰이 가즈오(현 세이부 라이온즈 감독)를 언급했다. ‘리틀 마쓰이 씨는 역대 최고였지만 유격수는 무리였다. 그런데 김하성은 무난하게 그 자리를 지켜냈다. (내야수 적응이) 아시아인에게는 무리인 줄 알았는데, 부드러움과 파워로 극복해 냈다.’ 맞는 말이다. 객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응은 정반대다. ‘좋아요’는 11개뿐이다. 반면 ‘싫어요’가 36개로 압도한다.

다른 댓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순 한국인 김하성이 이만큼 할 수 있다니 일본인 중에도 언젠가 이런 선수가 나오길 바란다. 정말 좋은 플레이어다. 지금까지 메이저에 간 아시아인 중에는 확실히 역대 넘버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까칠하기 짝이 없다. 31-71로 뒤집힌 엄지(싫어요)가 2배를 넘긴다.

이 현상 자체를 주목하는 리플도 있다. ‘김하성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과거 어느 아시아 출신 선수보다도 높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넘버1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보도한 매체가 공격 대상이 된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잡지는 한국의 스포츠 잡지인가. 자꾸 한국의 일을 다루는 기사를 싣는다.’

김하성을 아시아 NO.1 내야수로 꼽은 '디 앤서'의 보도 야후 재팬 캡처
파드리스 공식 트위터

걸출한 NPB 출신들의 실패

반감의 이유는 뻔하다. 열등감이다. 이제껏 많은 NPB 내야수들이 도전했다. 마쓰이 가즈오, 이구치 타다히토, 나카무라 노리히로, 가와사키 무네노리, 니시오카 쓰요시, 이와무라 아키노리…. 한결같이 리그를 주름잡던 선수들이다. 올스타 붙박이에, 골든글러브를 몇 개씩 수집했다.

이들은 자신만만하게 태평양을 건넜다. 당연하다. 이미 일본 출신의 성공 사례는 많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우에하라 고지, 구로다 히로키 같은 투수들이 정상급으로 군림했다. 스즈키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 같은 외야수도 라인업에서 활약했다. 내야수라고 다를 리 없다.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일본 아닌가. 특유의 세기를 과시하겠다는 의욕이 가득했다.

하지만 줄줄이 실패로 끝났다. 강한 타구 속도와, 빠른 주자들의 스피드에 허덕였다. 운동 능력이나 어깨가 버텨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B급으로 분류됐다. 덕아웃 치어리더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때문에 아시아 내야수는 안된다는 정설이 굳어졌다. 그걸 깬 게 김하성이다. 그것도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유격수 포지션까지 해냈다. 비록 팀의 플랜에 따라 지금은 2루로 갔지만, 수비 능력은 모든 위치에서 충분했다.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까지 오르지 않았나.

일본 팬도 모르지 않는다.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수많은 아시아 타자가 도전했지만 (김하성이) 가장 중요한 수비로 통용된다는 것이 대단하다. 특히 쇼트(유격수)를 하고 있는 것이 너무 굉장하다. 가와사키도 세컨드나 쇼트를 해내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다. 메이저에서 유격수를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디 Pさん)

mlb.com 캡처

멜빈 감독의 담담한 소회

일부 일본 팬의 삐딱한 반응 따위가 대단할 리 없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실효적인 인증은 따로 있다.

어제 경기 후 인터뷰 때다. 파드리스 밥 멜빈 감독의 차례다. 그의 코멘트는 다르빗슈가 우선이다. 승리투수에 대한 예우다. 커브도 좋았고, 슬라이더, 커터, 투심 같은 다양함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7회의 꾸준함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낸다. 또 팀의 공격력에도 흡족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잊지 않는다. 짧은 멘트 중에도 담아낸다. 반드시 강조하는 지점이다. 바로 수비였다. 특히 어려움을 막아준 대목을 언급한다. 간결하고, 담담하지만 인상적인 평가다. 2루수의 탁월함에 대한 소회를, 조금 높아진 톤으로 이렇게 밝혔다.

“다들 보셨다시피 (다르빗슈의) 뒤에서 도와준 수비가 좋았다. (주로 유격수를 했지만) 이제는 골드글러브 2루수처럼 보인다. 그가 오늘 보여준 플레이는 매일 그 자리를 뛰는 (전문 2루수) 선수들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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