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부터 시작해 26년간 버틴 여배우가 1년간 도망친 이유

26년을 버텼던 배우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1년 넘게 고사했던 진짜 이유

모두가 '인생작'이라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드라마, 그리고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열어준 캐릭터.

바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 우영우다. 하지만 이 눈부신 신드롬 이면에는 주연 배우 박은빈이 무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제안을 거절하고 도망쳤던 숨은 사연이 자리하고 있다.

5세의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인 뒤 26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연기 외길을 걸어왔던 베테랑 배우가 정작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주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역 꼬리표와 차가운 시선…26년간 멈춤 없이 버텨낸 시간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박은빈은 수많은 작품에서 아역으로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역 배우 출신에게 성인 연기자로의 도약은 언제나 가혹한 시험대였다.

성인이 된 이후 마주한 세상의 평가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연기는 안정적일지 몰라도 작품을 끌고 갈 힘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왜 쟤가 주연이냐", "아역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는 회의적인 시선과 편견이 꼬리표처럼 뒤따랐다.

그럼에도 박은빈은 주저앉지 않았다. 26년 동안 단 한 번의 공백기 없이 묵묵히 카메라 앞에 섰다.

겉으로는 언제나 밝은 미소로 촬영장에 섰지만, 뒤에서는 스스로 한계를 마주하며 홀로 눈물짓고 무너지는 날들이 더 많았다.

묵묵히 내공을 쌓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나가던 그에게 마침내 찾아온 대본이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내가 망치면 어떡하지"…배우로서 느낀 막중한 두려움과 책임감

하지만 대본을 마주한 박은빈은 섣불리 환호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작진의 러브콜을 거듭 고사하며 1년 넘게 작품을 피해 다녔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인물 설정은 연기 경력 26년의 베테랑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무게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과 아픔을 자칫 희화화하거나 왜곡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내가 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해 작품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극심한 부담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쉽게 덤벼들 수 없었기에, 오히려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너무나 컸기에 선뜻 나설 수 없었던 망설임이었다.

그럼에도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은 "박은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신으로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은 채 무려 1년을 기다렸다.

17.5%의 기적과 대상 트로피…26년의 버팀이 받아낸 가장 찬란한 응답

제작진의 변함없는 신뢰에 용기를 낸 박은빈은 결국 마음을 다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철저한 자문과 연구, 섬세한 캐릭터 분석을 거친 그의 열연은 안방극장을 단숨에 뒤흔들었다.

0.9%라는 미미한 시청률로 출발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입소문을 타며 최종회 17.5%라는 기적 같은 수치를 기록, 신드롬급 열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박은빈은 TV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단상에 올랐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낸 그의 오열은 단순한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아역 출신이라는 편견에 맞서 묵묵히 버텨온 26년의 세월, 그리고 주연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무거운 중압감 끝에 마침내 세상과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받아낸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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